“경영진은 한 발 뒤로, 책임‧비난은 부서장의 몫”

[제보자 A씨 제공]
[제보자 A씨 제공]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경영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유명 의류수출전문 기업이 소속 임직원을 상대로 갑질을 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신을 해당 기업 소속직원이라고 밝힌 제보자 A씨는 “회사의 주요 바이어가 ‘갭(Gap)’ ‘제시페니’ ‘콜스’”라며 회사를 “연 매출규모 약 3500억, 한국인 임직원 약 300여명에 달하는 ‘업계에서는 나름 상위를 유지하고 있는 의류 벤더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A씨 “바이어 ‘갭, 제시페니, 콜스’...시행 나흘 전 설명도 없이 메일 통보”
“실질적 퇴사 유도, 고용 유지 직원 급여 무기한 삭감 등 일방적인 조치”


제보자 A씨는 본지에 ‘직장 갑질’을 제보한다며 한 통의 메일을 보내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기업 갑질 행태가 만연한 가운데,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닌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A씨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이 경영진의 메일을 통해 50% 이상 인원에 대한 무기한 무급휴직, 실질적 퇴사 유도, 고용 유지 직원 급여 무기한 삭감 등의 조치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직원들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됐고, 시행일을 4일 앞둔 지난 3월27일 경영진의 메일을 통해 일방 통보됐다”며 “경영진은 일방 통보 이후 한 발 뒤로 물러나있고, 인원 선정과 면담 등의 모든 책임과 비난은 부서장들에게 일임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美 록다운 정책...주문 감소
“현황‧조치 기준 설명하라”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발생한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주요 도시에 록다운(lock down) 정책이 내려지면서, 주요 바이어들의 주문이 잇달아 취소‧보류 조치돼 수행할 작업량이 대폭 감소했다. 이에 따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측이 경영 위기에 맞서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사측이 보낸 이메일로 추정되는 문건을 함께 첨부했다.

A씨가 제공한 해당 문건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의 벤더들의 생존이 희박해진 현실로, 창립 이래 지금과 같이 암담한 현실은 처음 직면한다”며 “경영진 40% 연봉 삭감, 임원 및 임직원 30% 연봉삭감, 무급 휴직, 인원축소 등을 4월1일부로 적용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어 “다시 한 번 무거운 결정을 내리게 돼 죄송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A씨는 자신이 속한 회사의 주요 바이어가 ‘갭(Gap)’ ‘제시페니’ ‘콜스’라고 언급하며, 소속 회사의 연 매출규모 약 3500억, 한국인 임직원 약 300여 명에 달하는 ‘업계에서는 나름 상위를 유지하고 있는 의류 벤더 기업’이라고 밝혔다.

“150억 공장 확대 때도 지지”
“오너일가 입사 5년 만에 부사장”


A씨는 회사가 본인의 희망에 따라 권고사직 처리를 가능케 했지만 이는 사실상 실질적인 퇴사 유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측으로부터 실업급여 수급은 가능하나, 경영 정상화 시 복직 보장은 없다는 내용을 통보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회사의 순이익이 150억 가량 발생했을 때도 발생한 이익을 생상 공장 확대에 재투자한다는 회사의 결정을 지지하며, 그 누구도 이익 재분배를 요구하지 않았다”며 “오너 일가 중 한명이 입사 5년 만에 부사장이라는 직함을 얻고 경영 일선에 앞장서, 혁신과 도전을 외칠 때에도 그의 열정과 패기를 응원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 같은 사측의 결정을 두고 “직원들은 회사의 현 자금상태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상기 조치들의 결정 기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한다”며 “대다수 직원들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 의지가 있지만, 결정 사항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에만 의지가 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내수 판매에 이어 수출길까지 막힌 패션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든 모양새다. 일부 업체들은 수출사업부를 중심으로 인원 감축 등에 나서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에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한국 의류벤더 섬유 산업을 살려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자는 청원글을 통해 "미주에 의류 수출을 하는 벤더 업체들은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구매자의 일방적 구매 취소, 선적 취소, 대금지급 거부를 당하고 있고, 구조조정도 시작됐다"며 "저희 회사는 인원 감축, 월급 삭감, 무기한 무급휴직, 육아휴직 등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류 벤더 업체들은 한국 수출의 한 축을 담당할 만큼 좋은 성과를 냈고, 많은 종사자가 밤낮으로 피땀을 흘려왔다"면서 "실업 위기에 내몰린 의류 벤더 산업 종사자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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