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편집=김정아 기자/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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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프리랜서 이정석  기자]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인도네시아 리아우 제도에 있는 빈탄 섬은 허니문 여행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1998년 탤런트 손지창, 오연수 부부가 신혼여행을 다녀오면서부터다. 이후 수많은 연인들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이 섬을 찾았다. 하지만 세월에 장사 없다고 했던가. 동남아 여기저기에 리조트들이 생기면서 빈탄도 서서히 신혼여행객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그로부터 20여 년 후. 비록 신혼여행은 아니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빈탄을 찾았다. 온화한 기후와 아름다운 바다, 고급스러운 리조트 등 휴양지의 고참 격인 빈탄의 명성은 여전한 듯 보였다. 오히려 오랜 시간 축적된 노하우가 진화를 거듭하며 휴양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인도네시아인의 밝은 미소와 함께.

[ACTIVITY]

리아 빈탄 골프 코스 Ria Bintan Golf Course

리아 빈탄은 빈탄 섬 북부 해안에 위치한 27홀 규모의 골프장이다. 오션 코스Ocean Course 18홀과 포레스트 코스Forest Course 9홀로 구성됐다. 세계적인 골퍼 개리 플레이어Gary Player가 1998년 디자인한 골프 코스로, 그는 전 세계 300곳 이상의 골프 코스를 디자인했는데, 그 중 가장 좋아하는 10개 코스 안에 리아 빈탄도 포함된다고 한다. 아시아 100대 골프 코스 중 35위에 선정됐다고도 하니 이런 멋진 코스를 그냥 지나칠 순 없다.

골프를 즐기기 위한 아무런 준비가 없었던 탓에 클럽부터 장갑까지 모두 빌려야 했지만, 일정을 쪼개 이른 아침 라운드에 나섰다. 클럽 렌탈비를 포함한 주중 그린피는 160USD. 명성에 걸맞게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완벽한 코스 관리와 수준 높은 캐디의 조언을 듣자 비용에 대한 작은 불만은 금세 사라졌다. 특히 바다를 끼고 들어선 오션 코스 3개 홀을 만나는 순간 그만 황홀경에 빠지고 말았다. 남중국해의 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녹색 카펫에서의 플레이는 당분간 꿈에서도 나타날 것 같다. 포레스트 코스에선 귀여운 불청객을 만날 수 있다. 원숭이가 그 범인인데, 카트에 놔둔 작은 소지품을 훔쳐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리아 빈탄은 골프에만 집중하고 싶은 여행객을 위해 개별 숙소도 갖추고 있으며, 2개의 패밀리 룸을 포함해 모두 28개의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소멸성인 연간 회원권 가격은 우리 돈으로 약 260만 원 정도, 무제한 그린피에 숙소 4박 이용권이 포함된다. 또 골프채 세트 등 130만 원 상당의 웰컴 키트도 제공된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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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투어 Night Fireflies Tour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반딧불이 투어를 위해 10인승 보트에 올랐다. 살아 있는 작은 불빛을 보기 위해 보트는 달빛에만 의지한 채 강줄기를 헤치고 나갔다. 10분도 되지 않아 맹그로브 숲 사이사이로 보이는 불빛들. 특히 과일 나무에서 많은 불빛이 보인다. 한창 먹이 활동 중인 반딧불이는 빛으로 의사소통을 한다고 한다. 작지만 황홀한 깜박임이 밤하늘 은하수처럼 암흑의 공간을 채워 나갔다. 3개월이라는 짧은 생을 살아가는 동안 가족과 군집생활을 하는 반딧불이. 그들의 대화가 궁금해 한참이나 숨죽여 지켜봐야 했다.

구릉 파시르 부숭&텔라가 비루 Gurun Pasir Busung&telaga Biru

빈탄에선 작은 사막도 만날 수 있다. 구릉 파시르 부숭은 60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모래 채석장이었다. 수년간 인적이 없던 탓에 모래는 비에 다져지고 깎이면서 굴곡진 사막을 만들어 냈다. 이후 아름다운 원시의 매력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관광 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텔라가 비루는 이 광산에 형성된 호수다. 오랜 시간 빗물이 차오르면서 오아시스가 생겼는데, 하얀 모래로 인한 코발트빛이 압권이다. 입구에는 두리안과 망고스틴 등 열대과일을 저렴하게 파는 노점상이 많아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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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 이미지 Rumah Imaji

섬 북부 라고이 광장Plaza Lagoi에 위치한 가상현실 체험 공간이다. 50가지 이상의 가상현실을 꾸며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할 만한 장소다. 하지만 막상 그곳에서는 어른들이 더 신나게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천장에 거꾸로 매달리거나 머리가 잘린 채 식탁에 오르는 등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남녀노소 온 가족이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손색이 없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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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라고이 Safari Lagoi

수마트라 호랑이와 코끼리, 코도모, 뱀, 새 등을 만날 수 있는 동물원이다. 사파리라는 이름 때문에 철창이 달린 지프를 타고 코앞에서 호랑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그냥 평범한 동물원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사람 목소리를 흉내 내는 앵무새가 한창 재롱을 부린다. 인도네시아어는 물론 '안녕하세요', '헬로우' 등 외국어도 못 따라하는 말이 없다. 심지어 음악을 틀어줬더니 몸을 앞뒤로 흔들며 리듬을 타기까지 한다. 여기저기에서 여러 동물을 구경하던 중 코끼리 한 마리와 마주쳤다. 개인적으로 코끼리와 기린을 보면 늘 신성하다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가까운 거리에서 이 아기 코끼리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윽한 눈매에 알 수 없는 슬픔이 서려 있었기 때문이다. 동물원이 없다면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그들을 볼 수 없겠지만, 평생을 우리에 갇혀 사는 동물들이 어떤 심정일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인간의 선택에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마린 라이프 디스커버리 파크 
Marine Life Discovery Park

일반적인 수족관을 기대하고 트레져 배이 빈탄 리조트 내에 있는 마린 라이프 디스커버리 파크에 들어섰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단순히 물고기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체험형 수족관이었다. 스노클링을 착용한 아이들은 자유롭게 노니는 물고기와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바다거북은 물론 새끼상어도 있다. 대형 새장 안에서는 독수리가 노려보고 있다.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시설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을 위한 최상의 놀이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라고이 비치 Lagoi Beach

빈탄의 여러 아름다운 해변가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빈탄 섬 북부에 자리 잡은 라고이 비치다. 라고이 광장Plazza Lagoi도 조성돼 있어 먹거리와 볼거리가 다양하다. 식당과 카페, 쇼핑센터는 물론 전통복장의 조각상이 들어서 있어 기념 촬영을 하기에도 좋은 장소다. 해변으로 나가보니 잔잔한 바다에 몸을 담근 여인들과 모래 놀이에 한창인 아이와 아빠의 모습들이 보인다. 거창하게 뭔가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곳, 바로 라고이 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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