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곧잘 사귀고 있는 남자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 결점을 털어놓는 수가 있다. “난 워낙 농땡이가 돼서…” 라든지,“난 꼬마니까 글렀죠?”하는 따위로.그녀들의 이런 순직한 태도에는 꿍꿍이 속셈이 있는 경우가 많다. 농땡이가 됐든 꼬마가 됐든 그건 다 하찮은 결점들이요, 보다 큰 결점을 은폐하려고 관심을 그쪽으로 유도하는 셈이다.그런데 남자는 여성의 그런 태도에 감동되기 쉽다. 정직하다, 진실되다, 애처롭다, 귀엽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자가 말하는 결점이나 약점을 옹호하고 변병하기 일쑤다. 여자가 은폐하려는 큰 결점 따위에는 관심도 갖지 않는다.이렇게 되고 보면, 여자가 노리는 올가미에 호락호락 걸려든 형국이다. 남자로서는 이것이 남성적인 순정이요 포용이지만, 보다 큰 약점이 발견되는 날에도 동요가 없겠는가가 문제다. 사슴을 쫓는 사냥꾼은 산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어느 한 부분에 정신이 팔려버리면, 전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여자는 진심으로 고민하는 결점 이라면, 그렇게 쉽사리 입밖에 내지는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일밖에 모르는 남자

일은 일대로, 취미는 취미대로---이렇게 양립시켜 놓고, 자기의 취미시간을 확보해야만 멋있는 남자라고, 요즘의 젊은 여성은 생각하는 것같다.그러나 바른대로 말하면, 그렇게 양립시킬 수 있는 남자는 일에도 충실하지 못한 남자라고 봐야 한다. 젊은 시절에는 일에도 생소하고, 익혀야 할 일들이 산더미같이 밀려 있다.특히 그들은 상사와 동료, 그리고 사회적으로 사람 사귀는 일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그런 판국에 무슨 수로 취미를 살린단 말인가. 그러니까 데이트할 때 취미생활 얘기만 늘어놓는 청년이라면, 그는 장래성이 없는 사내라고 볼 수 있다.

자기 세계는 있을지 모르지만, 보다 값진 날들의 세계로는 들어설 수 없다.누구에게나 일은 지겹다. 한 동안 일하고 나면, 그 지겨움을 떨쳐버리고 놀았으면 싶어진다. 더구나 “나보다 일이 더 소중한가봐” 하고 투정하는 애인이라도 있다면, 그런 충정은 더할 것이다. 그 충정을 감추려고, 남자는 짐짓 ‘일이 내 취미’라고 강변하기도 한다.젊은 남자에게는 일이 최우선 과제다. 일에 요령이 잡혀 여유가 생기고 보면, 그때 비로소 풍요로운 취미가 마련된다. 그런데 아예 젊어서부터 일과 취미 양립론을 내세우는 사내라면, 그와의 사귐도 취미 정도로 그쳐두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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