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현장형` 정의선 `e메일` 최태원 `재택` 신동빈 `원격셔틀`…제각각

코로나19경제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총수들 [뉴시스]
코로나19경제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총수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산업현장이 흔들리자 국내 주요 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발 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임직원의 불안감을 다독이고 혁신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을 새로운 경영환경에도 대비 중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 기업 총수의 위기관리 리더십도 선명해지고 있다. 일요서울은 각 기업 총수의 코로나19 위기관리 리더십을 정리했다.
 
 현장에 직접 나서고, 특명내리고…코로나 위기 극복 방식 눈길
 메르스 때 안 보이던 총수들…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서 존재감
 
코로나19 리스크 대응 방안 모색을 위해 그룹 총수들이 분주해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월20일 경기도 화성사업장 반도체 라인을 방문했다. 지난 3일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구미사업장을 방문해 휴게실에서 직원들과 만났다.
 
이 부회장은 수원에 있는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한계에 부딪혔다 생각될 때 다시 한 번 힘을 내 벽을 넘자"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또 국내 마스크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국내 마스크 제조기업 생산 증대를 지원하기도 했다.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종기원에서 연구개발 분야 주요 경영진과 ▲차세대 AI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양자 컴퓨팅 기술 ▲미래 보안기술 ▲반도체·디스플레이·전지 등의 혁신 소재 등 선행 기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 부회장은 이 밖에도 ▲사회적 난제인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설립한 미세먼지 연구소의 추진 전략 등도 살펴봤다.

 
재계 총수들 비상경영 진두지휘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력 계열사 주가가 급락하자 책임경영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연달아 매입에 나섰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이틀 연속 사들였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정 수석부회장이 자사주를 각각 58만1333주, 30만3759주 매입했다고 지난 26일 공시했다. 매입 금액은 약 400억 원씩 총 800억 원이다. 매입 시점은 지난 20일이다. 이번 매입으로 정 수석부회장의 현대차 지분은 2.62%에서 0.32%로 늘었다. 현대모비스 지분은 0.11%다.
 
또한 정 수석부회장은 임직원에 보낸 이메일엔 바이러스에 맞선 인류에 대한 세계관도 담겼다. 정 수석부회장은 “인류는 태초부터 수많은 자연재해 및 병균,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이겨내면서 오늘날 발전된 인류 문화를 이루어 내었고 앞으로도 계속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며 “이러한 극복의 힘은 사람 개개인의 건강한 정신과 육체에서 나오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적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잇따라 비상경영회의를 소집하며 코로나19 대응책을 점검했다.
 
최 회장은 주요 관계사 CEO들이 참석한 화상회의에서 "잘 버텨보자는 식의 태도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안정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증유의 위기를 돌파할 생존 조건을 확보하는 데 힘써 달라고도 주문했다. 그는 "시장의 어려움이 가속화되는 만큼 각 사는 스스로 생존을 위한 자원과 역량(Resource & Capability)을 확보하고 지속가능성에 관해 투자자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SK그룹은 반도체와 통신, 정유 등 그룹 주요 사업 분야를 막론하고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하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화상회의로 임원진 비상경영회의를 소집해 "전 계열사들이 국내외 상황을 지속해서 체크하고(점검하고) 사업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롯데그룹은 이번 위기가 미칠 영향력을 분석하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하면 그룹의 경영 계획을 수정할 방침이다.
 
새내기 총수들 국가적 위기 대응 시험대 올라
 
대기업 총수들의 적극적 행보는 과거 전염병 사태였던 메르스(중동기 호흡기 증후군) 때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당시에도 물론 각 기업 차원에서 메르스 위기 극복을 위한 내수 살리기 노력을 기울이기는 했으나 총수들이 전면에 나오는 일은 드물었다.
 
재계는 그동안 사태를 주시하던 총수들이 장기화를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불안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한편 사태 종식 이후를 대비해 직접 위기돌파에 앞장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경제 위기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그 이후를 철저히 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세내기 총수`들이 코로나와 같은 국가적 재난 위기를 겪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전 메르스 사태를 겪은 적이 있긴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의 총수를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하기 전의 일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봤을 때 이번 코로나 사태가 `세대교체`를 겪은 총수의 국가적 위기 대응 능력을 시험할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월13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제계 대응’ 간담회에서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와 재계가 합심해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제회복의 발판을 마련하자는 뜻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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