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 사이트’ 홍보물이 대부분···10대 청소년 유입 급증

정치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악성 댓글이 부각되는 추세다. 이에 SNS 기술이 빠르게 향상되고 사용자 수가 급증하는 것에 비해 시민의식은 그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댓글알바.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와 블로그 등에서 수상한 아르바이트(이하 알바)가 성행 중이다. 바로 ‘댓글 알바’다. 댓글 알바는 온라인상에서 댓글이나 순위를 조작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인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물론 이들은 ‘단순 홍보’ 차원이라며 불법적인 행동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존재한다. ‘불법 도박 사이트’ 홍보용 댓글 알바가 판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댓글 알바 대행업체-불법 도박 사이트의 공모,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직접 댓글 알바생을 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일요서울은 온라인에서 끊이지 않는 댓글 알바의 실체를 파헤쳐 봤다.

“누구나 원하는 ‘꿈의 알바’” 홍보···“돈 못 받았다” 항의 빗발

‘드루킹 게이트’가 터지면서 댓글을 통해 조직적인 여론조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음원사이트 음원 순위가 하루 사이 뒤바뀌면서 온라인에서 일종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댓글 알바’를 통한 여론조작 가능성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셈이다. 지난 2017년에는 인터넷 강의업체 ‘이투스교육’이 자사 홍보와 경쟁사 비난을 목적으로 댓글 알바를 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혐의로 기소된 이투스교육 김형중 대표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김 대표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나머지 6명에게는 유죄가 선고됐다.

범행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정모 온라인사업본부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비방 댓글 게시 등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 이투스 소속 강사 백모씨 등은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또 정 씨의 지시로 댓글 작업 등을 수행하거나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바이럴마케팅 업체 관계자들도 각 징역 6개월~1년6개월에 집행유예 1~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정 씨와 마케팅 업체 관계자 2명에 대해 “경쟁업체 소속 강사들에게 비방 글을 게시해 업무방해‧명예훼손을 했다”면서 “아이디‧비밀번호 생성을 위해 타인의 개인 정보를 구매하는 등 범행을 한 점은 광고홍보의 범위를 벗어나 인터넷 강의 업계의 건전 광고를 방해하고 혼란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해자 중 1명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했고, 다른 경쟁업체들도 이러한 댓글 작업으로 다른 강사를 비방하고, 자사를 홍보한 정황 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결국 댓글 알바가 인터넷 강의 업계에서도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SNS에 돌아다니는 댓글알바 홍보 게시물. [SNS 화면 캡처]
SNS에 돌아다니는 댓글알바 홍보 게시물. [SNS 화면 캡처]

업무 내용은 무엇?

최근 네이버가 ‘악성 댓글 근절’을 위해 댓글 작성자의 이력을 모두 공개한다고 밝히자, 자진 삭제 댓글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악플러’, ‘댓글 알바’ 등이 몸 사리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그러나 SNS 등에서는 아직까지도 댓글 알바가 판치고 있다. SNS에서 ‘좋아요’와 ‘팔로워’ 수가 높은 페이지 내 게시물에 이러한 댓글 알바 내용이 도배되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불법 도박 사이트’ 댓글 알바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홍보의 목적이라도 엄연히 불법 사이트에서 나온 정보다. SNS는 10대 등 청소년들의 유입이 많은 점 때문에 심각한 문제로 부각된다. 청소년들이 불법 도박 사이트가 의뢰한 댓글 알바 대행 업체의 홍보 문구, 불법 도박 사이트가 직접 게시한 댓글 알바 홍보 문구에 현혹되는 상황 때문이다.

기자는 실제 댓글 알바 관계자들에게 접근해 봤다. 한 댓글 알바 관계자 A씨는 기자가 업무 내용을 묻자 “페이스북 게시물 좋아요 1000개 이상 게시물 댓글, 카페‧네이버 밴드 게시물 및 댓글, 또 인원수 5000명 이상 고수익‧재테크‧투자‧주식‧창업 등 관련 카페 및 밴드에 올리면 된다”고 대답하면서 불법 도박 사이트 홍보 사진을 함께 보내왔다. A씨는 이어 “홍보 사진은 보내준 걸로 하면 된다. 하실 마음 있으면 계좌 남겨주고,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댓글알바 관계자 A씨와의 대화 내용. [카카오톡 대화방 화면 캡처]
댓글알바 관계자 A씨와의 대화 내용. [카카오톡 대화방 화면 캡처]

알바 수당으로는 ▲페이스북 댓글은 300개에 10만 원(개당 약 330원), 500개에 25만 원(개당 약 500원), 1000개에 50만 원(개당 약 500원), 500개 이상부터 개당 500원으로 적용 ▲네이버 밴드‧카페 및 다음 카페(게시물 제한 30개) 댓글 게시물은 100개에 5만 원, 200개에 10만 원, 500개에 30만 원, 700개에 50만 원 등이다.

A씨는 주의사항으로 “수당은 기본 300개부터 지급된다. 수당은 100개 단위로 지급된다. (업로드) 캡처본은 한 번에 보내 달라. 지급을 받으려면 홍보한 댓글을 캡처 후에 캡처본을 보내줘야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불법이 아니냐는 기자에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재테크 위장도

또 다른 업체 관계자 B씨는 “댓글 350개에 10만 원, 700개에 23만 원 이렇게 드리고 있다. 댓글을 달고 하나씩 캡처해서 한 번에 보내주면 된다. 확인 후 바로 정산해드린다”면서 “댓글은 페이스북 좋아요 1000개 이상 게시물에 달면 된다. 네이버 밴드는 그룹 가입 수 5000명 이상, 주식‧재테크‧고수익‧창업 등 그룹에 가입하시고 글쓰기 하시면 된다”면서 홍보 사진을 함께 건넸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점이 있었다. B씨가 최초 대화에서 “어떤 작업 문의인가”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B씨는 불법 도박 사이트 홍보 외에도 ‘재테크’라는 명목으로 문의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실상 재테크도 불법 도박 사이트를 위장한 말이다. 재테크를 통해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알고 보면 불법 도박 사이트로 유인하기 위한 홍보책인 것이다. <본지 2019년 12월6일 ‘[단독] 진화하는 도박사이트, 이젠 재테크로 위장한다’ 기사 참고>

또 다른 관계자 C씨와의 대화 내용. C씨는 “합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카오톡 대화방 화면 캡처]
또 다른 관계자 C씨와의 대화 내용. C씨는 “합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카오톡 대화방 화면 캡처]

다른 맥락으로 홍보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에게도 접근해 봤다. “하루 2~3시간 투자. 1주일간 일하고 용돈 마련, 주급 80~300만 원까지. 출퇴근 없이 집에서 돈 버는 행복 재테크”라는 홍보 문구를 SNS 댓글창에 도배하고 있는 관계자다.

관계자 C씨는 “투자형 수익은 30분 정도 해서 200~300만 원을 번다. 그게 확실하다. 무조건 돈을 번다고 보면 된다. 거래소를 드릴 건데 코드 기재 후 가입하시고, 돈을 충전해야 한다. 저희가 거기 있는 종목의 정답지를 드릴 거다. 정답지는 100%다. 우리는 다단계가 아니다”라며 불법이 아니냐는 기자에 질문에는 “합법은 아니다. 대신 문제될 건 없고, 오늘도 투자해서 소소하게 다들 벌고 갔다”는 말로 현혹했다.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누리꾼들. [SNS 댓글창 화면 캡처]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누리꾼들. [SNS 댓글창 화면 캡처]

심지어 이들이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게시물‧댓글도 한둘이 아니다. 누리꾼들은 “이거 사기다”, “나도 당했다”, “돈을 안 주더라”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피해자 중에는 10대도 많이 포함됐다.

댓글 알바 업체들은 “모든 사람들이 꿈꾸고, 하고 싶은 ‘꿈의 알바’”라며 “중학생‧고등학생‧대학생‧직장인‧주부‧백수‧백조 등 휴대폰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누구든지 쉽게 할 수 있는 알바”라고 현혹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돈을 지급하지 않을뿐더러,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파다하다. 또 잘못 엮이면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피해자이면서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점, 10대 청소년들의 유입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 등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의 관리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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