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1.3조 적자에도 LCD사업 지속 까닭

[LG디스플레이(좌), 희성전자(우) 홈페이지 캡처]
[LG디스플레이(좌), 희성전자(우) 홈페이지 캡처]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LG디스플레이가 계속되는 적자에도 LCD(액정표시장치)사업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의혹이 제기된다.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려 지난해 1.3조 여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최근에는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기업 경영에도 악영향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사업 외에 지켜야 할 무엇인가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일각에서는 LG그룹 가계도를 주목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희성전자의 매출 70%를 소화해주고 있는데 희성전자의 대주주가 구본능 회장이다. 구본능 회장은 LG그룹 구광모 회장의 생부다. 구광모 회장이 생부인 구본능 회장의 매출 보존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작년 연간 최대 영업적자 기록...중국, 대만 저가 공세에 하반기 성장 불투명
사측 "LCD사업 당장 철수할 수 있는 사업 아냐...OLED 단계적 전환
中"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이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로 인해 하향 조정됐다. 올해도 TV 시장의 성장 둔화와 중국 및 대만의 LCD 저가 공세에 밀려 실적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2월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LG디스플레이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은 “패널가격 하락 폭 확대로 LCD부진이 심화된 가운데 구조혁신에 따른 일회성 비용도 부정적으로 작용,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했다.

이어 “OLED사업의 안정화 지연으로 초기 비용 부담이 지속되고 있으며 의미 있는 수준의 이익 창출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OLED 구조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로 재무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2020년 이후 투자규모는 감소할 것으로 보이나 약화된 현금창출력이 재무안전성 개선을 제약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중소형 OLED 국내 경쟁업체 대비 열위한 생산성과 투자규모 대비 수요 확보 미흡으로 수익성이 부진하다”며 “지난해 하반기 북미 고객사 신제품에 대한 패널 공급이 이뤄지는 등 향후 수익창출력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고정비 부담을 상쇄하며 이익창출 기조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상당 수준의 점유율 확대가 필요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도 LG디스플레이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부정적)로 낮췄고, 한국기업평가도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조정하면서 3대 신용평가사가 일제히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면서 연간 1조3594억 원(잠적실적 기준)이라는 사상 최악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형 LCD의 부진과 P-OLED 제품의 본격 양산에 따른 고정비 증가에 따른 영향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LCD에 집중됐던 투자 기조를 중소형 OLED로 점차 넘어가고 있는 추세인 만큼 향후 경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 측은 LCD TV 패널의 생산능력을 축소하고 고부가 IT패널 비중 확대를 통한 개선에 집중한다는 방침이지만 LCD의 구조적인 불황과 IT제품군의 점진적인 경쟁강도 상승, 2020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구조혁신 관련 비용 부담 등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재무안전성 개선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지적에도 LCD사업 중단을 미루고 있어 관련업계는 그 배경에 의문을 제기한다.

일각에서는 희성전자 매출의 70%를 소화해 주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자신들이 OLED사업 전환 과정에서 희성전자가 관련 신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생산을 지속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보낸다.

LG그룹 총수 구광모 회장이 생부인 아버지 구본능 회장이 운영하는 희성전자의 매출을 보존해주기 위해 LG디스플레이의 적자를 방치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희성전자는 매출의 70% 이상이 LG디스플레이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 TFT-LCD BLU, LCD모듈(LCM, LCD+BLU 조립품), 터치크린패널(TSP) 등을 LG디스플레이에 납품 중이다. 2018년 연결기준 매출은 2조4322억 원으로 이 중 LG디스플레이 및 관계사 매출이 1조8375억 원이다.

이와 동시에 희성그룹에 정도현 전 LG전자 사장이 희성그룹 부회장으로 경영복귀한 것을 봐도 의미심장하다.

정도현 전 사장은 지난해 11월 실시된 LG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에서 물러나고 올 해 1월부로 희성그룹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그는 LG전자 구조조정본부 사업조정팀 상무, (주)LG 재경팀장 등을 거쳐 2015년부터 LG전자 경영지원총괄CFO로 일하며 그룹의 재무를 꿰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의 이번 인사를 두고 업계는 LG그룹의 희성전자 관리 본격화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순차적으로 정리 수순 진행"
 
LG디스플레이 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올 연말 국내에서 LCD TV 패널생산을 중단할 계획인 것을 비롯해 OLED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가속화 하고 있는 과정에서 LCD 분야의 공정단순화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희성전자의 경우 LCD 공정에 상당한 투자를 하면서 LCD를 모듈화해 공급함으로써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가 OLED로 사업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향후 희성전자의 매출 비중은 줄어들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LG디스플레이가 특정 협력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LCD 사업을 지속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희성그룹은 지난해 별세한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인 구본능 회장이 1996년 LG그룹 계열사였던 희성금속, 국제전선 등을 이끌고 계열분리한 기업집단이다. 희성그룹의 계열사 및 관계사로는 희성전자, LT소재, LT정밀, LT메탈, LT삼보, 희성촉매, 희성화학, 희성피엠텍, 희성폴리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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