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결별설 추적 >>

뜨거운 검증 정국 속에서 ‘대선 패배’의 악몽이 한나라당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감정섞인 검증으로 인해 이명박 전서울시장(MB)과 박근혜 전대표 진영의 갈등은 마침내 법정싸움으로까지 번질 분위기다. 빅2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는 가운데 양측의 결별설까지 조심스럽게 흘러나올 정도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감정의 골이 아무리 깊다지만 정권 탈환을 앞두고 결별하겠느냐”면서도 “하지만 내년 초 총선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결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주위를 맴돌고 있는 빅2간 결별설을 추적해 봤다.


‘빅2’가 과연 끝까지 함께 갈 수 있을까.

안전지대에 머물고 있던 이 전시장이 점차 위험지역으로 추락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때 50% 가까운 고공행진을 보여줬지만 한나라당 내 경선과 ‘검증정국’이 본격화되면서 박 전대표와의 격차가 상당 부분 좁혀진 것. 정치권에선 이 전시장이 30%대를 유지하는 한 당심에서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는 박 전대표에게 고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 선데이가 지난달 21, 22일 양일간,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 전시장 35.2%, 박 전대표 30.1%였다.

친박진영에서 조직을 담당하고 있는 핵심 인사는 “당심에선 이미 박 전대표가 역전했고 전반적인 민심도 접전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향후 검증 청문회 등을 거치면 역전도 가능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말이다.


MB, 마지노선 ‘흔들’

이처럼 빅2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측 감정의 골도 점차 깊어지고 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흐르자 당 윤리위원회도 급기야는 칼을 뽑아들었다. MB측 정두언 의원은 ‘공천 살생부’ 발언 등으로, 친박 진영의 곽성문
의원은 ‘8000억원 차명재산보유설’ 등과 관련해 6개월간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심상치 않은 쪽으로 흐르고 있다. 한동안 박 전대표측의 ‘네거티브 공세’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MB측이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며 친박 진영의 핵심 인사들에게 칼날을 겨누었다.

MB측은 친박 진영 홍사덕 선대위원장의 ‘전재산 헌납설’ 발언과 서청원 고문의 ‘도곡동 땅’ 발언이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된다며 중앙선관위에 조사 요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상대 후보측 핵심 관계자에 대해 선관위 조사를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전시장의 처남 김재정씨도 박 전대표측의 유승민·이혜훈 의원과 서 고문을 검찰에 고소한 터여서 빅2간 싸움은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분위기다.

그 동안 ‘강자가 참아야 한다’는 논리를 밝혀온 MB측이 대응 전략을 바꾼 데에는 판세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공천 살생부’ 파장

양측의 네거티브 싸움이 법정으로까지 비화되는 등 마지노선을 위협하자 경선이 중도에 파국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이인제 의원은 노무현 후보의 1위가 굳어지자 중도 사퇴하며 찬물을 끼얹었었다. 이 의원은 같은 해 12월 대선을 보름여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하며 다시 한 번 칼을 꽂았다.

아직까지는 빅2 누구도 ‘중도포기’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향후 검증정국 속에서 지지율이 한 쪽으로 급격히 쏠린다면 그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볼 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전시장이 중도 포기하거나 경선에서 패할 경우 그 충격의 강도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우려는 우여곡절 끝에 경선이 치러진다고 하더라도 양측의 결별은 피할 수 없다는 점에 맞춰져 있다. 이미 특정 캠프에서 내년 총선에 대한 ‘공천 살생부’ 발언이 나온 만큼 경선에서 패한 측은 ‘금배지’를 위해서라도 당에 남아있기가 쉽지 않다.

최근 김형오 원내대표가 “만약 이번 대선에서 실패한다면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일갈한 것도 이 같은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대안은 손학규, 이회창(?)

빅2 중 어느 쪽이든 이탈하는 세력이 생긴다면 대선 구도에는 메가톤급 후폭풍이 밀어닥칠 전망이다.

박 전대표가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수도권과 개혁 성향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MB 진영은 손학규 전경기지사 캠프로 합류할 개연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에 반해 현재 구도가 이어져 MB가 승리할 경우에는 대구, 경북(TK)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 인사들의 이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강경보수 그룹 일각에선 그 대안으로 이회창 전총재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긴장감의 강도는 더욱 높다.

한나라당은 이미 경선 후유증의 아픔을 1997년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당시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탈당해 독자 출마한 이인제 의원의 존재는 정권을 빼앗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인제 학습효과’에 시달려온 한나라당은 경선에 불복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을 막는 선거법 개정은 성사시켰지만 상대 진영의 이탈까지 막을 제도적 장치는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다.

경선 승리를 위한 친박 진영의 공세가 날로 거세지는 가운데 경선 위기론과 한나라당발 정계 빅뱅론이 대선 정국의 주요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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