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1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된 지 정확하게 3년이 되는 해다. 역대 대통령 수감 생활중 최장수 옥살이를 이어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옥중에서 4.15총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이 사분오열이 되선 총선에서 패배할 것을 우려해 3월초 긴급 서신을 띄웠다. 내용인즉 거대야당인 미래통합당 중심으로 태극기 세력이 뭉쳐야 총선에 승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박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가 공개되자 보수정당은 ‘선거의 여왕 귀환’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실상 정치 복귀’ 등 호들갑을 떨며 당장이라도 합칠 것처럼 보였다. 반면 진보정당은 ‘최악의 정치 복귀’, ‘옥중정치 부활’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이 빛바래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특히 박 전 대통령에 기대어 호가호위했고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최순실 씨의 막후정치를 막지 못했던 친박 핵심 인사들이 앞장서 ‘선거의 여왕’임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일단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태극기 세력과 뭉쳐야 한다’는 박 전 대통령의 호소에 ‘옳은 판단’이라고 추켜세우면서 태극기 세력과 함께한 우리공화당, 친박신당, 김문수 전 지사 세력을 배려하는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사의 ‘입’ 역할을 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는 통합당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신청을 했지만 컷오프됐다. 

박 전 대통령 옥중편지를 대독한 유 변호사 역시 욕을 먹고 있다. 옥중서신이 공개된 이후 바로 한국당에 공천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진심을 팔아 금배지를 달려는 개인적 사심의 발로가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친박진영에서 나왔다. 

이뿐만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의 호소 이후 친박과 태극기 세력은 오히려 분열 양상이고 노욕까지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서청원 비례대표 2번 배치와 김문수-조원진 결별이다. ‘거대 야당과 뭉치라’는 박 전 대표의 편지와는 달리 이들은 각자도생을 선택했다. 

특히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와 함께하고 있는 친박계 좌장이었던 서청원 고문은 8선에 77세임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 2번을 받았다. 친박신당을 만든 홍문종 의원 역시 비례대표 2번을 받았다. 각각 화성갑과 의정부을 지역구 의원인 두 인사는 당선이 힘든 지역구를 접은 대신 사실상 비례대표 남성 순위 1번을 받아 비판을 받고 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와 함께 태극기 세력을 이끈 김문수 전 자유공화당 공동대표의 경우 조 대표와 결별해 독자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의 핵심인 ‘보수 원팀’ 호소는 핵심 친박과 태극기 세력을 이끈 인사들의 분열로 무색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4.15총선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다. 과거 선거 때마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보수진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그다. 하지만 21대 총선에서는 자신이 믿고 챙겨 준 측근들의 노욕과 분열로 인해 재차 권력 무상을 옥중에서 절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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