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표적취재 논란’ 채널A, 녹취록 진위 여부가 쟁점

노무현재단 유튜브 '유시민의 알릴레오' [뉴시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시스]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윤 총장의 장모가 사문서 위조와 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데 이어 그의 최측근 검사장이 기자를 통해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파악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검언유착’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윤석열 때리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자연스럽게 MBC와 채널A, 두 언론사도 명운이 걸린 싸움을 시작하게 됐다. 4·15 총선을 앞두고 터져 나온 ‘검언유착’ 논란에 대한 양 측의 입장을 정리해봤다.

‘검언유착’ 지목된 검사장 “나 아니다” 전면 부인
秋 법무부장관 “진상 조사하라” 대검에 지시

MBC는 지난달 31일 “‘가족 지키려면 유시민 비위 내놔라’…공포의 취재”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이 유착 관계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MBC는 “금융 사기죄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전 신라젠 대주주 이철씨 측이 제보를 해왔다”며 “채널A의 한 법조 기자가 신라젠 행사에 강의를 한 적이 있는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알고 있으면 털어 놓으라면서 접촉을 해왔는데, 그 방식이 취재 수준을 넘어 공포스러웠다고 한다”고 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검사장과의 친분을 앞세워 ‘가족은 다치지 않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유 이사장을 엮을 수 있게 협조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전 대표는 바이오업체 신라젠의 전 대주주로, 지난해 9월 허가 없이 투자금을 모은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지난달 17일부터 채널A 법조팀의 이 모 기자로부터 편지 4통을 받았다. 해당 편지에서 이 기자는 “검찰이 신라젠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에 대한 수사를 다시 시작했다”며 “내가 취재해보니 모든 의혹을 당신에게 넘기는 윗선의 ‘꼬리 자르기’가 있었다. 유 이사장을 비롯한 현 여권 인사들의 관련성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자는 또 “검찰이 당신의 가족 재산까지, 먼지 하나까지 털어 모두 빼앗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만남의 자리를 갖고 싶다”고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지인 A씨를 대리인으로 이 기자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기자는 “유시민을 치면 검찰도 좋아할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MBC는 보도했다. ‘유시민은 솔직히 개인적으로 한 번 쳤으면 좋겠다’ ‘저는 유를 쳤으면 좋겠고 1번으로’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협조) 안 하면 지금 보다 더 죽는다’ ‘가족 와이프나 자녀가 마음에 걸리시는 거냐’ ‘가족이 나중에 체포돼 가지고 (구속) 되는 것보다는 먼저 선제적으로 말씀하시는 게’ 등 여권 인사의 관련성을 제보하라는 압박성 발언을 했다고도 전했다. 반대로 제보를 할 경우 검찰에서 선처를 받을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 기자는 ‘제가 그래도 검찰하고 제일 신뢰 관계 형성 돼 있고 속칭 윤석열 라인이나 기사 보시면 많이 썼다’ ‘충분히 검찰과 협의를 할 수 있고 자리를 깔아줄 순 있다’ 등이다. 검찰이 이 기자를 통해 유 이사장에 대한 비위를 캐내려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기자는 이 전 대표 측을 설득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검사장과 통화한 녹취록을 읽어줬다고 한다.

채널A “MBC ‘몰카’ 촬영…청탁 받지 않았다”

채널A는 같은 날 ‘뉴스A’를 통해 MBC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채널A 측은 “지난 22일 사회부 이 모 기자가 신라젠 전 대주주인 VIK 이철 전 대표의 지인이라는 실체가 불분명한 취재원을 접촉해온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피해자인 이철 전 대표에 대한 검찰의 선처 약속을 받아달라는 부적절한 요구를 받아온 사실도 파악하고 즉각 취재를 중단시켰다”고 유착 논란을 일축했다. 이어 “이철 전 대표의 지인이라는 인물에게도 23일 이 전 대표의 선처 약속 보장은 가능하지 않은 일임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전달하고 취재 중단 사실을 통보했다”며 “채널A는 해당 기자가 취재원의 선처 약속 보장 등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인 적은 없으나 취재원에 대응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는지 전반적인 진상을 조사하고 있다. 취재 과정 조사 결과와 회사 내부 규정에 따라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MBC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채널A는 “MBC는 검찰에 선처 약속을 요구한 취재원과 채널A 기자가 만나는 장면을 몰래 카메라로 촬영하고 해당 취재원으로부터 기자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내용을 제공받아 보도했다”라면서 “MBC가 사안의 분류인 신라젠 사건 정관계 연루 의혹과 무관한 취재에 집착한 의도와 배경은 무엇인지 의심스러우며, 취재 윤리에 어긋나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 채널 A는 MBC 보도 내용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나 왜곡, 과장한 부분은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검사장으로 지목된 인물 B씨도 의혹을 부인했다. B씨는 오마이뉴스에 “나는 그런 대화를 한 적이 없다”며 “채널A에도 확인했다. 물어봤더니 나 아니라고 하더라”라고 논란에 선을 그었다. 이어 “신라젠 수사 관련해서 어떤 언론과도 그런 내용을 대화한 적 없다. 나는 신라젠을 모른다”면서 “아닌 건 아닌 거다. 오히려 이름을 팔린 내가 피해자 아니냐”고 토로했다.

진상 파악 나선 법무부
기자에 접근한 브로커는 ‘제보자X’?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는 검찰에 이번 의혹에 대한 진상 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대검찰청에 보낸 공문을 통해 이 기자와 검사장 유착 의혹에 대해 진상을 재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1일 두 사람이 의혹을 부인했다는 보고서를 올렸지만,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는 MBC가 보도한 녹음 파일이 해당 검사장의 음성이 맞는지 등이 핵심 쟁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기자와 접촉한 이 전 대표의 지인 A씨는 ‘제보자X’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평소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개검총장’으로 비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과거 횡령과 사기 등의 혐의로 복역하기도 했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제보의 순수성이 의심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의혹 제기가 검찰과 윤 총장을 공격하려는 계획된 작전이라는 것이다. 과연 ‘검언유착’의 진실은 무엇일지, 거대한 두 언론사의 전쟁은 어떤 결과로 끝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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