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하나로 힘을 모아 달라” 朴 메시지…하지만 분열 ‘지속’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 된 모습을 보여달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이 지난달 4일 공개됐다. 서신에는 “비록 탄핵으로 저의 정치 여정은 멈추었지만(…) 저의 말 한 마디가 또 다른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침묵을 택했다”라는 말과 함께 “서로 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는 당부가 자필로 적혀 있다.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간곡한 당부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 알아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낭독 기자회견을 끝내고 취재진들에게 서신을 공개하고 있다. 2020.03.04.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낭독 기자회견을 끝내고 취재진들에게 서신을 공개하고 있다. 2020.03.04. [뉴시스]

 

-이진훈·주성영 줄사퇴…시대연 “후보 단일화에 총력을”

앞서 지난해 4월3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렸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거제시장을 역임했던 권민호 후보가,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에서는 제19대 국회의원이었던 강기윤 후보가 출마했다. 창원시 성산구는 보궐선거가 열리기 전까지 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였다. 그의 사망 후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뒤를 이어 도전장을 던졌다.

결과는 여 후보가 4만2663표(45.75%)를 받아 당선됐다. 4만2159표(45.21%)를 받아 2위를 달성했지만 낙선한 강 후보와의 표 차이는 불과 504표(0.54%p). 당시 여 후보는 선거 1주일 전 권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강 후보는 우리공화당의 전신인 대한애국당의 진순정 후보와의 노선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단일화에 실패했다. 그 결과 진 후보는 선거에서 838표(0.89%)를 받고 5위에 그쳤고, 보수 진영은 창원 성산을 가져가지 못했다.

이번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열흘이다. 이미 정당별로 지역별 공천이 마무리돼 지난달 27일을 끝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도 종료됐다. 전체 300개 국회의원 의석 가운데 지역구 의석은 253개로, 그중 미래통합당은 237개 지역구에 후보를 냈다. 그런데 조원진 의원을 당대표로 두고 있는 우리공화당도 42명에 달하는 지역구 의원 후보를 등록한 상태다. 홍문종 의원을 당대표로 내세운 신생 정당인 ‘친박신당’도 5명의 지역구 의원 후보를 냈다. 일부 손에 꼽는 소수 지역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미래통합당 후보와의 대결을 피할 수 없다.

한편 창원시 성산구에 출사표를 던진 여 후보는 지난 2일 민주당의 이흥석 후보에게 단일화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3일 정오까지 후보 단일화에 대한 공식 답변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진보정치 1번지’인 창원 성산을 지키기 위해서 진보 계열 후보 3명의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번 총선 승리의 핵심은 ‘단일화’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선거까지 열흘 남았는데…당대당 통합?

이번 총선에 지역구 후보를 낸 우리공화당과 친박신당 모두 표면적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존중하고 따른다’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 같은 대외 기조가 앞서 옥중 서신에서 언급된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달라”,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 하나된 모습을 보여 달라”던 박 전 대통령의 당부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인지 직접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1일 인지연 우리공화당 수석대변인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치러진 창원시 성산구 보궐선거처럼 500여 표 차로 승패가 갈릴 수 있는 지역구가 수도권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미래통합당이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공화당을 끌어안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인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 서신 공개 이후 한 달 동안 어떠한 형태로든 미래통합당과 함께 가려고 기다리다가 결국 공천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달 5일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전해진 천금같은 말씀”이라며 “오직 통합만이 승리로 가는 길”이라고 평했다. 당시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공화당과의 선거연대 가능성에 대해 “문재인 정권 폭정을 막아내기 위해 자유우파가 뭉쳐야 하며, 중도까지 포함하는 폭 넓은 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우리공화당의 지분 요구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자유우파가 추진하고 있는 대통합에는 지분 논의하지 않고 하도록 해 왔다. 그런 것을 전제로 물꼬를 튼 것이고, 시스템에 따라 공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인 대변인은 “결국 황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하지만, 선거연대를 비롯해 승리하기 위한 모든 수는 열려 있다”며 ‘가능성이 없지 않음’을 전했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박 전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선거 연대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열흘밖에 남지 않은 데다 이미 공천을 받고 선거운동까지 돌입한 상황에서 정당의 공천을 뒤집는 등 급격한 변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광화문 교통 관련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2020.03.17. [뉴시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2020.03.17. [뉴시스]

 

핵심은 ‘후보 단일화’…누가 말 안 듣나

지난 2월17일 미래통합당이 출범하기 전, 이미 올해 1월부터 이재오 전 장관을 필두로 하는 국민통합연대, 이를 중심으로 하는 재야단체 연합체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시대연)’가 ‘혁신통합추진위원회(이후 통합신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중도·보수 통합’의 물꼬를 텄다. 이후 탄생한 미래통합당은 총선을 앞두고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해 공천에 나섰고, 우리공화당 또한 여러 세력들과의 변화를 꾀했다.

그러던 중 박 전 대통령의 ‘분열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옥중 서신이 공개됐는데, 이 같은 주문에도 불구하고 우리공화당은 결국 253개 지역구 가운데 무려 42개 지역구에 공천을 했고, 세간에서는 창원 성산 보궐선거처럼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홍 의원을 대표로 내세운 ‘친박신당’ 또한 5명의 지역구 의원 후보를 냈다. 다만 친박신당은 지난 2일 논평을 통해 “비례대표 정당 전략으로 바꾸었음을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일 ‘시대연’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정당 차원에서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형태의 연합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보름도 채 되지 않아 물리적으로 아예 불가능하다”며 “이미 당 차원의 공천도 모두 끝났고, 선관위 후보 등록 이후 선거운동까지 개시됐기 때문에 매우 어렵다”고 답변했다. 해당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접근할 수 없다고 방법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부터는 후보들 간의 접촉, 그리고 대승적인 결심만이 남은 상태”라고 언급했다. 결국 ‘후보 단일화’만이 표심 분산을 막는 길인 셈.

해당 관계자는 “현재 ‘시대연’은 지역구에서 출마를 결심한 보수 진영의 여러 후보들을 설득하고 있는 중”이라며 “대표적으로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들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는 후보가 단일화 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느 당 소속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후보가 해당 지역구에서 얼마나 신망 받고 있는가를 보고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일 대구 수성갑 이진훈(무소속) 후보가, 전날에는 대구 북구을 주성영(무소속) 후보가 사퇴했다.

‘시대연’ 관계자는 “이미 여러 지역구에 대해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켜 왔는데, 일부 지역구에서는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 자체를 거부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 지역구라도 시급한 상황에서 단일화 실패로 표심이 분산돼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문재인 정권 심판은커녕 공멸에 이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라고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제 총선까지 불과 열흘 남짓 남았다. 지난 2017년 탄핵 이후부터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존중하고 따른다’고 밝힌 이들은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 하나 된 모습을 보여 달라”던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당부를 어떻게 읽고 있을까. 정말 시간이 없다.
 

자유한국당의 '문재인 정권 규탄 10.3 국민 총궐기'가 열린 지난 10월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의 모습.[뉴시스]
자유한국당의 '문재인 정권 규탄 10.3 국민 총궐기'가 열린 지난 10월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의 모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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