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민 보고서’ 완벽 해부 >>

한나라당 경선에서 후보검증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최근 범여권 유력주자인 이해찬 전국무총리의 홈페이지에 박근혜 전대표와 관련된 출처불명의 ‘보고서’가 게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최태민 관련 자료’ 제하의 이 보고서는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2일까지 이 전총리의 게시판 ‘해찬광장’에 올라온 바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고(故) 최태민 목사는 한나라당 경선후보인 박 전대표와 과거 친분을 쌓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검증 국면에서 박 전대표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한 인물이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18일 한나라당 당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해호(59)씨는 “박근혜 후보와 최태민씨의 육영재단에 대한 비리를 검증해야 한다”면서 두 사람의 관계와 비리의혹에 대한 해명을 촉구한 바 있다.
최 목사는 지난 1975년 3월, 당시 ‘국모’(國母)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던 박 전대표에게 접근해 구국봉사단 활동을 함께 하는 등 ‘후견인’을 자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가 박정희 전대통령의 딸인 박 전대표와의 ‘친분’을 악용해 각종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부분이다. 특히, 박 전대표는 최 목사가 만든 대한구국봉사단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따라,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최 목사를 ‘친국’하기에 앞서 중앙정보부(현 국정원)에서 보고한 것으로 의심되는 해당 문건의 내용을 분석했다.


이번에 여권 대선주자 홈페이지에 올라온 보고서의 내용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그동안 박 전대표가 최 목사에 대해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셨던 분”이라고 호평한 것과 달리, 여러 비리에 연루된 의혹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번 보고서가 국정원 등의 정부기관에서 흘러나왔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범여권 대선주자 홈페이지에 자료가 올라왔다는 점에서 출처에 대한 각종 추측이 난무한다.

박 전대표측은 보고서 파문과 관련,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오는 19일 검증 청문회에서 최 목사와 관련된 의혹 해명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체적 비리내용 적나라하게 ‘묘사’

우선, ‘최태민 관련 자료’라는 제목의 문건은 표지를 포함해 모두 17장 분량이다. 주요 내용은 ‘신원사항’, ‘비리사실’, ‘구체적 비리내용’ 등 크게 3가지로 구분돼 있다. 특히 비리의혹과 관련, 구체적인 날짜와 실명이 그대로 실려 있을 정도로 명확하게 정리를 했다.

문건에 따르면 최 목사는 황해도 출신으로 직업란에는 ‘전(前)대한구국봉사단 총재’로 기재돼 있다. 그는 특히 최도원을 비롯, 7개의 이름을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사용했던 것으로 적혀 있다. ‘최태민’이라는 이름은 지난 1975년 4월 구국선교단 총재 취임을 계기로 개명을 했고 77년 3월부터 호적상 성명이 됐다.

최 목사는 군, 경찰, 언론사, 종교단체, 정치권 등을 두루 거쳤기 때문에 경력 또한 화려하다. 1927년 황해도 재령보통학교 졸업, 이후 강원도경과 인천경찰서에서 근무했으며 1949년에는 육군 제1사단 헌병대 비공식 문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얼마 뒤 부산에서 대한행정신문사 부사장에 취임하기도 했으며 63년에는 공화당 중앙위원이 됐다. 특히 1970년 이후에는 종교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문건에는 1971년 불교, 기독교, 천도교를 복합한 ‘영혼합일법’을 주장하며 사이비종교 행각을 벌였다고 기술했다.

75년 3월 박 전대표와의 인연을 소개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꿈에 육(육영수)여사가 나타나 박근혜를 도와주라 하였다”는 요지의 서신을 통해 그해 3월 6일 박 전대표와 만났다는 것.

문건에는 이 대목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최태민은 영혼합일법 등 사이비종교 행각으로 전전하던 75년 2월말 경 박근혜에게 3차에 걸쳐 꿈에 ‘육여사가 나타나 근혜를 도와주라’는 현몽이 있었다는 내용의 서신을 발송하여 75년 3월 6일 박근혜와 접견.”

당시 최 목사는 대한구국선교단 총재로 있었으며, 1976년 이 단체를 구국봉사단으로 개칭했다.

비위 사실과 관련된 내용에는 ▲1978년 봉사단 사단법인화 이후 전권을 위임받아 행정부, 정계, 경제계, 언론계 등 영향력 행사 ▲D사 회장 최 모씨 등 실업인 운영위원 위촉 및 찬조비 조달 ▲장학기금, 행사지원비 등 갹출 ▲각종 이권개입 및 금품수수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안들이 거론돼 있다.

문건의 중간 부분부터는 횡령, 사기, 변호사법 위반, 비리, 이권개입, 여자관계 등 ‘구체적인 비리내용’이 적나라하게 서술돼 있다. 구국봉사단 건물 구입비 등 모두 14건의 비리를 통해 2억2000만원 이상을 횡령했다. 날짜와 공금유용 과정에서 중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어 수사를 통해 얻은 결과임을 감지할 수 있다.

진급 대가, 토지 중개, 소송 중재, 허가 등 변호사법을 위반한 사례도 11건이나 됐다. 1976년 8월에는 전 중앙정보부 직원을 복직시켜주겠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20여건에 이르는 사기 및 이권개입 사례에는 지금도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H사, M사, D사 등의 기업이 등장한다. 최 목사가 관련 업체들로부터 각종 운영비 명목으로 상당금액을 수수했다는 의혹이다.


최 목사 여성편력 등 각종 ‘설’ 담겨

문건에는 최 목사의 ‘여성 편력’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기술해 놨다. 모두 12명의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내용이지만, 일부 사례는 ‘설’(說)로 처리돼 있어 사실 여부가 불투명해 보인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번 문건은 상당히 구체적이면서도 출처 등에 있어서는 의문이 남는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문건이 박 전대표를 ‘겨냥’했다는 점이다.
박근혜 캠프 이정현 공보특보는 “누가 봐도 배후가 짐작되는 허위사실 또는 관련 없는 문건이 유포되고 있다”면서 “대꾸할 가지조차 없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당내 검증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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