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가격 하락 상반기 지나면 멈춘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9개월 만에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서민들이 위험한 강남 입성을 노리고 있다. [뉴시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 등이 맞물리며 9개월 만에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강남을 비롯한 서울시내 아파트 가격이 코로나19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 등과 맞물리며 9개월 만에 하락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부동산 공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 상황을 강남 입성의 기회로 보는 매수자들도 등장했다. 

 

비강남권 거주자, ‘금리인하=집값상승’ 공식 깨진 틈 노려 

강남 아파트 매매가 ‘하락 아닌 조정국면으로 봐야’ 주장도

 

강남구 도곡동에서 10년 간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해 온 K씨는 “최근 하락세에 있는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이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속을 들여다 봐야한다”며 “거래가 기준으로 25억~30억 원 하던 아파트가 3억~4억 원이 하락했다지만 이는 최근 3년간 7억~8억 원이 급등했던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하락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상승세를 넘어서는 그간의 지나친 가격 급등이 정상적인 궤도에 맞추기 위해 오히려 적당한 수준의 조정을 받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강남 소재 15억 원 이상에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아파트를 기준으로 1억~2억 원, 25억~30억 원대 아파트를 기준으로 3억~4억 원 가량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가격 조정, 정부 규제 적중했나

현 상황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 그간 주택 거래가가 과도하게 상승했다는 피로감과 더불어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제제 등 부동산 관련 규제가 적중했다는 풀이가 나오기도 한다. 

더불어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이에 따른 경기침체의 위기감이 아파트 거래 시장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하락했다는 것이 이에 대한 반증이다. 결국 주택 매수 심리가 크게 하락하면서 급매물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남권이 아닌 타 지역으로부터 강남 입성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매수자들도 나오고 있다. K씨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는데도 외지인들이 종종 방문하고 있다”며 “좋은 매물을 기다리며 연락처를 남기고 가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강남 권역을 포함한 서울시내 아파트의 가격이 대부분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매물 대비 거래량은 하락했으나, 이런 하락세 가운데서도 강남 소재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남 신규 진입률은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일 한국감정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주택 매매거래’ 자료에 따르면 2월 한 달간 서울 강남 3구의 아파트 거래 911건 가운데 ‘서울 외 지역 거주자’가 전체의 29%인 256건을 거래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런 강남 입성 현상이 오히려 늘고 있는 데는 지난해 강남 소재의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등세’를 경험했던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하더라도 결국엔 다시 원래의 가격을 찾아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지나친 상승세를 보인 이후 부동산 관련 규제와 코로나19 공포로 가격이 조정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지금의 유가 증권 시장과 유사한 흐름이라는 설명도 업계에서 나온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주식 시장에서 대장주가 하락하면 오히려 개미투자자들이 몰려오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며 “서민들이 부동산 시장의 대장주인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내려가더라도 결국 다시 제자리를 찾아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가격 언제까지 떨어지나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와 코로나19 확산까지 맞물리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만 이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올 상반기까지는 하락세가 이어진 다음, 이후의 추세에 따라 그 흐름이 파악될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른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지난해 12.16부동산 정책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는 일단 가격 안정화 등 조정국면이었으며, 여기에 경기 위축과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하락세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남권 아파트의 경우 비강남권 서민들이 대출을 받아 들어가는 사례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권 아파트는 평균가가 최소 15억 원에서 시작하는데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에서 이미 대출규제에 포함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자본을 소유한 매수자들에 한해서 강남 입성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후 흐름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서민들이 외지의 주택을 팔고 일부 대출을 받아 강남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한 진입이 될 수도 있으므로, 매매가격 조정을 두고 총선 이후 새로운 대책 등을 포함해 긴 호흡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조정을 받는 가운데 수도권 비규제 지역은 급등세를 보이는 지역도 있어,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흐름 속에서 서민들의 마음만 흔들어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역 거점 도시를 기준으로는 예측하기 힘든 주택가격의 등락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매매가가 서민들이 어디로 발을 들여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잘못된 투자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을 비롯한 국내의 아파트 가격이 정부 규제와 코로나19 등 경기 위축과 맞물리면서 그간의 상승 기조를 벗어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민도 업계도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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