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 고춧가루 뿌리냐’ VS ‘친정행 열차 탈 기회 얻나’ 

[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당을 뛰쳐나가면 온갖 악조건에서 싸워야 한다.’ 보수텃밭인 영남권에서 미래통합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후보들은 춥고 외롭다. 당의 지원도 없다. 기호도 각 정당 후보들이 부여받은 다음 받기 때문에 뒤로 밀린다. 차라리 마지막 기호를 선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유권자들에 ‘맨 뒷자리를 찍어 달라’고 말하는 게 오히려 쉽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무소속의 열정은 거대 정당 후보들 못지 않다. 경선에 불복한 후보들의 경우 같은 진영 후보 및 유권자들로부터 ‘분열’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소신 있고 경쟁력 있는 후보들도 눈에 띈다.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준표 전 대표와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태호 전 지사 등 경쟁력 있는 무소속 후보와 공천에 탈락한 지역 터줏대감 출연으로 통합당의 ‘영남권 전 지역 석권’은 힘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을 통해 ‘통합당 공천 심판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과연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 돌풍이 불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호 전 지사와 홍준표 전 대표 [뉴시스]

- 무소속 출마 접은 대구 수성갑 후보, 홍준표 지원 황교안 견제용?

무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무소속 국회 입성은 어렵다. 정당 공천을 받은 후보들이 사단급 지원을 받는다면 무소속은 이등병 혼자 전투를 벌이는 격이다. 

거대정당은 간담회 등을 통해 유권자를 어떻게 동원하는 지 그 방법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정당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자금도 지원 받지만 무소속은 없다. 보수텃밭인 영남권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일례로 대구·경북 통합당 한 후보자는 마치 당선된 것처럼 말한다. 지인 소개를 통해 한 인사가 한 후보자를 만나 “돕겠다”고 했는데, 정작 후보자는 “도울 거면 도와라”며 거만하게 굴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관계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정당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영남에서 무소속 바람이 크게 불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남권 지역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무소속 후보는 없지만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후보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투표일까지 10여 일 남았기 때문에 얼마든지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활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공천 낙천자들 중 일부 후보들도 무소속 지원에 나서면서 통합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수의 텃밭 TK, 황교안 견제 움직임도

먼저 통합당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 판세부터 살펴보자. 대구·경북 맹주라 불리는 통합당은 겉으로는 전 지역 승리를 예측하고 있다. 곳곳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지만 “괜찮다”는 분위기다. 통합당이 느긋한 이유는 이렇다. 
우선 대구·경북에서 타 지역보다 문재인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보수가 결집하고 있다고 본다. 행정안전부 장관을 했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마저 대구·경북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했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민주당도 상당한 고전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소속 돌풍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무소속으로 나온 후보들이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다시 통합당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통합당 TK한 의원은 “민심에 변화가 있다고 자꾸 얘기하는 사람이 있지만 실제 다녀보면 사실이 아니다. 바닥을 훑으며 주민들을 만나면 아직 통합당”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공천에서 탈락한 무소속 후보의 반란도 상당수 지역에서 감지되고 있다. 통합당은 이번 공천에서 ‘돌려막기 공천’, ‘낙하산 공천’ 등을 통해 지역민심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단수공천을 했다가 지역 반발로 인해 경선을 치렀으나 단수공천했던 후보들이 떨어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공천에서 배제된 인사들은 “주민들의 선호도는 무시하고, 오로지 특정 인사를 배제하기 위해 여론조사 꼴등 후보를 공천하는 등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천을 주지 않았다. 또 공천 막판에는 황교안 대표가 자신의 측근 챙기기에 나섰다”며 황교안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막천’으로 인해 통합당 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갖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대구지역 통합당 A 후보는 주식 보유와 관련, 내부 정보를 이용해 상당한 수익을 얻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경북지역 통합당 B 후보의 경우에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부장이 사장 판공비 유용 등 10여 개 내부 비리 의혹을 건네받아 매립지공사에 넘겨줘 김씨는 해임되고, 한 달 뒤 B후보가 2급 상당 전문위원으로 특채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대구·경북 선거 판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무소속 돌풍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역 의원이지만 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한 정태옥 무소속 후보는 대구 북구갑에서 단수 공천을 받은 양금희 통합당 후보와 맞서고 있다. 단수공천 및 경선조차 배제된 곽대훈 후보도 통합당을 탈당해 대구 달서갑에서 홍석준 후보와 경합하고 있다. 

통합당의 심장부인 대구 수성을에서는 통합당을 탈당한 홍준표 전 대표가 통합당 이인선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경북 포항남·울릉 박승호 후보도 통합당 탈당파다. 

지역구를 오랫동안 다졌던 권택기 후보도 경북 안동·예천에서 무소속으로 등록했으며, 권오을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만 성공한다면 김형동 통합당 후보보다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경북 구미을에서는 김영식 단수공천에 강력 반발한 3선의 경북도의원 및 도의회 부의장 출신인 김봉교 후보도 통합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경북지역에 중진이 사라진 가운데 4선에 도전하는 장윤석 후보도 영주영양봉화울진 선거구 무소속으로 출마, 마지막 봉사를 다짐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성주·고령·칠곡 김현기 후보, 영천·청도 김장주 후보 등도 통합당을 탈당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일부 후보들은 무소속의 당선 가능성보다는 고춧가루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지만 또 다른 후보들은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바닥 정서를 다지면 통합당 후보를 이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 통합당 내에서도 황교안을 견제하려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대구 수성갑에 무소속 출마했다가 사퇴한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이 대구 수성을에 출마한 무소속 홍준표 전 대표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것을 두고 통합당 내에서는 ‘황교안을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통합당 주호영 후보와 이 전 구청장, 그리고 홍 전 대표 측 인사들과 모처에서 만났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구 지역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주 후보와 이 전 구청장, 홍 전 대표는 매우 가깝다”며 “일각에서는 ‘주호영 당권, 홍준표 대권, 이진훈 대구시장 또는 수성을 보궐선거 출마’를 전제한 빅딜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김태호 등 PK도 무소속 바람, 통합당 “복당 불허”

통합당은 부산·경남 지역에서도 무소속 바람을 염려하고 있다. 통합당 출신 무소속 후보들이 약진할 경우 통합당 표 잠식은 물론 부산·경남 총선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경남 지역 최대 관심 대상은 역시 김태호 전 지사다. 그는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경남 창원 성산 출마 제의를 거부하고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군에 무소속 출마했다. 특히 강석진 통합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초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통합당이 서병수 전 부산시장을 공천한 부산 진구갑에서는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이 무소속 후보로 등록했다. 부산 북강서을에는 강인길 전 강서구청장과 김원성 전 통합당 최고위원이 무소속으로 후보 등록을 했다. 강 전 구청장은 통합당에 공천 신청을 했다가 컷오프(공천 배제)됐고, 김 전 최고위원은 공천을 받았다가 취소됐다. 이 외에도 진주갑(김유근 전 경남지사 후보), 진주을(이창희 전 진주시장), 마산합포(정규헌 전 창원시장 후보) 등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영남권 이외에도 강원도와 수도권에서도 무소속 바람이 불고 있다. 강원 강릉의 권성동 후보와 인천 동미추홀을의 윤상현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입소스가 G1 의뢰로 지난달 28~29일 조사한 결과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30.7%, 권성동 무소속 후보가 26.1%를 기록했고,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지난달 28~29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24.8%, 권 후보가 24.6%를 기록했다.

윤 후보는 경인일보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조사한 결과 37.2%의 지지를 얻어 남영희 민주당 후보(29.8%), 안상수 통합당 후보(16.9%)에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합당은 무소속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이번 총선의 절대명제이자 국민 명령의 요체는 대한민국을 살리고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라며 “무소속 출마는 국민 명령을 거스르고 문재인 정권을 돕는 해당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헌·당규를 개정해서라도 (무소속 출마자는) 영구 입당을 불허하고, 무소속 출마자를 돕는 당원도 해당행위로 중징계를 내리겠다.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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