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놓고, 열린당 “한 발 더 가까이” 민주당 “한 발 더 멀리”…왜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다시 정치 무대에 올랐다. 조 전 장관을 소환한 것은 열린민주당이다.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 조 전 장관과 연관 있는 인물들이 비례 순번에 올라갔고, 이들이 언론을 통해 검찰을 정조준하면서 조 전 장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발표한 검찰 개혁 공약과 언론 관련 공약 역시 조 전 장관 사태를 연상케 하는 것들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조국 마케팅’이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열린당은 물론 조 전 장관과도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같은 민주당 계열로 분류되는 더시민당과 열린당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비례’에 모두 건 열린당, 상대적으로 부담 적어…조국 소환해 강성 지지층 흡수
-민주당, 지역구 승리 위해선 중도 표심 끌어 모아야…열린민주에 거리 두는 까닭


오는 4.15총선에서 비례대표 선거가 갖는 비중이 지역구 못지않게 커졌다. 아니, 어쩌면 더 많은 이들이 각 정당이 어느 정도의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가게 될지 주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돼 이번 21대 총선부터 적용되면서 셈법이 완전히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래통합당은 즉시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 대비에 들어섰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정치 플랫폼 ‘시민을 위하여’와 함께 비례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해 상부상조 관계를 형성했다.

하지만 가장 주목받는 건 열린민주당이다. 열린당은 손혜원 무소속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합심해 만든 당이다. 이들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약진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TBS 의뢰로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정당 투표 의향을 조사한 결과를 지난 2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열린당의 지지도는 지난주 대비 2.6% 포인트 오른 14.3%를 기록했다. 반면 더시민당은 9.0% 포인트 하락한 20.8%로 나타났다. 지지도는 열린당이 더시민당에게 뒤지고 있지만, 증가 폭을 고려한다면 열린당의 성장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80%)·유선(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진행됐다. 18세 이상 유권자 2만6763명에게 통화를 시도한 결과, 이 가운데 1514명이 응답을 완료해 5.7%의 응답률을 타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열린민주, 공약부터 인물까지 ‘조국’ 연관
 
전문가들은 열린당의 약진 요소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목했다. 열린당 비례대표 후보 2번에 배정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조 전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 줬다는 혐의로 지난 1월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청와대를 나온 뒤 ‘열린 공천’ 시스템을 통해 열린당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된 뒤 선거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1호 대상’이라고 정조준하는 등 검찰에 매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아울러 열린당은 지난달 31일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을 주요 골자로 한 검찰 개혁 공약을, 이후 지난 1일에는 족벌언론의 횡포를 막겠다며 악의적 허위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언론개혁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모두 조 전 장관을 떠올리게 하는 공약이다.

정치 전문가는 열린민주당의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범진보 진영 내에서 조 전 장관이 차지하는 위치는 민주당보다 진보적”이라며 “이 때문에 더시민당 내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가 열린당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강성 진보 지지층의 표를 결집하기 위해 이 같은 전략을 세웠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교차투표의 경험이 많다. 일례로 지난 2016년 총선에서 교차투표가 전면화됐다고 봐야 한다”라며 “민주당 지지자 입장에서는 지역구에서 민주당을 찍으면 비례에서 더시민을 찍어야 한다는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한 비례대표는 정당보다 인물에 대한 평가가 주효하게 작용한다. 이를 감안한다면 더시민당 후보보다 열린당 후보들이 진보 진영에서 화제성을 가져 주목받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253석>비례 47석…‘지역구’ 택한 민주당

현재 비례대표 후보를 낸 범진보 정당은 더시민당, 열린당, 정의당 총 세 곳이다. 진보 진영 표가 분산될 우려가 있는 가운데 열린당의 몸집마저 커지자 민주당은 속 타는 모양새다. 

‘민주당-더불어시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출정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로텐더홀을 찾은 이해찬 대표는 “새는 두 날개로 난다”며 “지역구에서는 민주당이 대승을 하고 비례대표에서는 더불어시민당이 대승을 해 난국을 이겨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적자(嫡子)로 더불어시민당을 지목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구 253곳의 선거를 함께 치러야 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국vs반조국’프레임이 지속적으로 거론될 경우 중도 표심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열린당이 조 전 장관을 소환하자 통합당 역시 이를 안아 ‘조국vs반조국’ 프레임을 형성하고 있다.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2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이번 선거는 조국이 정치적 상징으로 소환됐다고 생각한다”며 “조국을 살리고 윤석열을 쳐내려는 쪽과 정권의 위선을 드러내고 윤석열을 지켜내자고 하는 쪽의 한판 승부”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열린당은 ‘표’에 초점을 맞추면 되지만 민주당은 지역구 승리를 위해 (선거) 전체의 프레임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중도층의 표를 끌어들어야 지역구에서 이길 수 있는데, ‘조국vs반조국’ 프레임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진보 강성 지지자들의 표 가운데 일부가 열린당으로 흡수돼 더시민당의 정당 지지도가 다소 내려가더라도 민주당은 지역구 선거를 위해 중도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열린당이 ‘조국 마케팅’을 통해 강성 진보 지지층의 표를 흡수하더라도 지지율이 급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한다. 일각에서는 정당 지지도 15%를 웃돌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열린당의 ‘조국 마케팅’이 제2의 돌풍을 일으킬지, 찻잔 속 미풍에 그칠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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