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28억 원 지하화 민자사업… 첫 삽도 뜨기 전 잡음으로 ‘논란’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참여한 1조 원 규모의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민간투자사업(이하 동부간선 민자사업)’ 공사가 시작도 전에 ‘공사비 부풀리기’, ‘특혜 논란’에 휩싸이면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결국 서울시가 공정성을 위해 제3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에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제안한 내용을 평가에 맡기기로 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동부간선 민자사업 우선 협상자 선정 절차를 강행하고 있어 대우건설에 대한 특혜 의혹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시, 특혜 의혹에 한 발 물러서… 제3기관에 평가 맡겨

이찬우 한국터널환경학회 부회장 “과대 공사비, 교통 부담은 결국 시민들 몫”

경실련 “민자사업, 지분 매각해도 제재 규정 없어…예정된 ‘먹튀’”

서울시·대우건설, ‘공사비 부풀리기’·‘특혜 의혹’에 손사래

지난달 27일 서울시는 동부간선 민자사업 제3자 공고(원제안자인 대우건설 외에 제3자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공고) 2단계 과정 평가와 관련해 제3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에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제안한 항목에 대해 평가를 맡기기로 했다. ‘공사비 부풀리기’, ‘대우건설 특혜의혹’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시가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26일 동부간선 민자사업 제3자 제안을 공고했다. 추정 건설사업비만 9428억 원, 이번 사업은 대형공사 기준 300억 원의 약 30배에 해당하는 초대형사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고문이 발표되자마자 ‘특정 업체 밀어주기’, ‘전관 로비’ 의혹 등이 제기됐다. 의혹이 제기된 배경에 민간투자법은 민간자본의 창의성, 효율성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창의성 차별화와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이번 동부간선 민자사업은 우리나라의 민자사업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동부간선 민자사업 공고 내용에는 ▲최근 5년간 도로터널공사 누계실적이 10.4km 이상 된 업체만 사전적격(PQ)심사를 통과할 수 있고 ▲최초 제안자에게는 가산점 3% 책정이 담겨 있다.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최근 5년간 도로터널공사 누계실적 10.4km 이상 되어야 사전적격(PQ)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이는 2017년 인제터널을 시공했던 대우건설을 제외하면 적격자가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대우건설에 특혜를 주기 위한 조건”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최근 5년간 단일공사에서 1개 이상 10.4km 이상의 터널공사 수행 실적이 있는 경우에만 참여 가능하다’는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상위 50개 건설사에 대해 시공실적을 추정했고 누계실적이 10.4km 이상인 건설사는 14개 업체 정도라는 것이다.

최초 제안자 가점 3%
문제 제기

또 다른 특혜 의혹 중 하나는 ‘최초 제안자에 대한 가점(3%)’ 관련이다. 가점을 반드시 줘야 하는 규정이 없음에도 3%의 가점을 부여해 타 민자도로 최초 제안자 가점인 0.5~1.0%의 3~6배를 과도하게 배정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특혜 시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특히 서울제물포터널의 경우 가점은 0.5%, 변경제안시 0.25%였고 서부간선도로 지하도로의 경우 가점 1%, 변경 제안시 0.5%였다. 서울시는 민간투자법에 따르면 주무관청은 최초 제안자에게 총 평가 점수 10% 범위 내에서 우대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에 서울시는 최초 제안자의 우대 점수비율을 3%로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민간제안 활성화 정책 방향에서 최종 3%로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1000억~2000억 공사비
부풀리기 의혹도

서울시가 제시한 이번 사업의 공사비가 동종 터널공사에 비해 1000억~2000억 원가량 더 부풀려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찬우 한국터널환경학회 부회장은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제시한 9428억 원의 공사비는 적정 수준에 비해 최대 2000억 원이나 높다”며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평가를 거친 후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과다하게 책정된 공사비를 적정 수준으로 낮출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대 공사비는 시민들의 교통 부담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공사비 책정 과다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측에서도 문제를 제기한 대목이다. 지난 1월 경실련은 “동부간선 민자사업 정상화를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민간투자사업 특혜관행 구조도 [경실련 제공]
▲민간투자사업 특혜관행 구조도 [경실련 제공]

 

경실련 측은 건설대기업 위주의 출자참여 문제와 관련해 민자사업의 본질인 민간자본 참여를 위한 재무적투자자(FI) 유치를 위한 유인책은 없는 반면, 건설업체 중심의 출자자 구성을 독려하는 듯한 내용 위주라고 지적했다. 특히 건설대기업 위주의 출자자 참여는 ▲건설사업비 부풀리기 및 주무관청에 대한 전방위적 로비 ▲금융권을 통해 타인자본을 마련해야 하므로 금융비융 증가 불가피 ▲30년 운영 능력이 없으므로 약 5년간 시공 완료 이후에는 출자지분 매각(일명 먹튀) ▲건설사업비가 부풀려짐에 따라 이를 회수하기 위해 비싼 사용료(통행료) 부과 등의 고질적인 문제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동부간선 민자사업은 5년 완공 이후 건설대기업 출자자들이 지분을 모두 매각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규정이 없어 ‘먹튀’ 논란은 예정돼 있다”고 비판했다.

2단계 사업평가시 ‘통행료 인하’ 경쟁 관련 부분도 경실련은 서울시가 기준 통행료를 2600원(2015년 4월 기준)을 책정한 후 적용금액 대비 0.9배까지 만점(200점)을 부여해 민간사업자들간의 통행료 인하 경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책정한 통행료 2600원은 완공시점으로 추정되는 2026년에는 3200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는 매일 동부간선도로를 이용하는 서울시민들에게 1일 6400원가량의 비용부담을 발생시키는바, 통행료 인하경쟁은 매우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제안서 평가기준에서 적용금액 대비 0.9배 이하로 통행료를 인하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서울시민보다는 영리법인인 민자사업자의 이익을 가장 먼저 고려했다는 의혹과 특혜 시비를 불러일으켰다.

대우건설과 서울시는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서울시와 대우건설의 유착 의혹을 최초로 보도한 경향신문에 따르면 동부간선 민자사업에서 설계를 맡은 A사와 해당 설계안에 대한 사업비 검토(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 의뢰)를 맡은 B사가 같은 대주주로 설계와 사업비 검토를 맡는 감리가 사실상 같은 회사가 했다는 의혹이다. 감리를 맡은 B사의 경우 서울시 전직 간부가 고위 임원으로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B사는 감리를 앞두고 2017년 말 명예퇴직한 전직 서울시 C부서 국장을 부회장으로 영입하면서 전관로비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서울시는 B사 분석을 기초로 입찰공고를 내면서 이 사업의 총사업비를 9428억 원으로 제시했다.

지난달 10일 이 부회장은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민관협력투자개발(PPP)사업’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부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대우건설 컨소시엄에 대한 입찰 절차를 서울시에서 즉각 중단해야 한다. 최초 제안자의 공사비 검증은 결국 형식적 절차로만 이뤄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서울시가 부여한 3% 최초 제안자 우대점수비율의 경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3자 공고를 실시한 민관협력사업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사실상 타 업체들은 경쟁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며 우대비율이 특혜 의혹을 빚고 있다는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서울시, 행정소송 제기 시 대응할 것

서울시 관계자는 경실련 측이 서울시가 자료를 공개하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에 대해 “공공기관 정보공개 관련 법률상 공개할 수 없다”며 “(경실련이)공개하라고 소송을 제기한다면 우리도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투명한 사업을 위해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제안한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교통연구원에 평가를 맡기기로 했다”며 “상반기 중(5~6월) 사업자 선정을 완료한다. 사업과 관련해서는 관계자들과 계속 협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특혜 의혹에 대해 대우건설 역시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전관예우 논란에는 “이 사업 심사는 2018년~2019년 이뤄졌다. 사업 적격성 심사 후 입사한 것이기 때문에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직선형으로 건설된 서부간선도로, 제물포터널 공사에 비해 동부간선도로는 복잡한 구조라 공사가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동부간선 민자사업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영동대로)에서 성북구 석관동(동부간선도로)을 잇는 총연장 10.4km의 왕복 4차 도로와 터널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도로터널서 상습정체와 집중호우 시 침수가 빈번했던 동부간선도로를 확장(6→8차로)하고 장·단거리 교통을 분리해 지하화한다는 계획이다. 한강을 지나는 장거리 교통은 민자사업으로, 한강 북쪽 중·단거리 교통은 재정사업으로 추진한다. 사업은 수익형(BTO) 방식으로 민간 사업자가 도로를 건설한 뒤 서울시에 소유권을 양도해 30년간 운영하면서 수익을 거두는 구조로 공사 기간은 5년이며 2026년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2015년 사업을 최초로 제안한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프로젝트회사인 동서울지하도로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해 9454억 원의 사업비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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