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출마 선언한 김두관 전장관 ‘광폭 행보’

범여권이 대통합의 결과물로 새로운 정당설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지난 2003년 11월 총선을 앞두고 만들어진 열린우리당을 버리고 또 다시 ‘대선 준비용’ 정당을 창당한다는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오는 12월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탓에 이와 같은 정당성 논란은 범여권 유력 대선주자간 신경전으로 번졌다. 나아가 차기주자들 사이에선 서서히 ‘검증’의 불씨로 옮겨 붙는 양상이다.
범여권 6인 회동에서 제외되며 ‘마이너’ 후보라는 이미지를 뒤집어 쓴 김두관 전장관이 가장 먼저 불만을 쏟아냈다. 이른바 ‘칸막이 정치’를 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김 전장관은 지난 5일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범여권 대선주자 연석회의와 관련, “일부는 탈당한 분들이고 개혁보다 중도 성향의 후보가 다수인 점, 신기남, 김원웅 의원 등 개혁 후보를 뺀 점 등이 정치적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면서 “(연석회의의) 원칙과 기준이 모호하고 대통합을 한다면서 칸막이를 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범여권 대선경쟁의 막이 오른 가운데, 7월 10일 김대중 전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는 김 전장관의 ‘광폭행보’를 따라가 봤다.


김두관 전장관은 범여권 유력주자로 급부상한 이해찬 전국무총리와 대립각을 세우는 동시에 전국단위 조직을 구축하고 있다.

그는 최근 작심한 듯 “이해찬 전총리가 검증받은 것은 골프실력밖에 없다”면서 독설을 퍼부었다.

이 전총리측은 ‘비난’과 ‘네거티브’에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면서도 “김두관 전장관은 행정부 장관 시절 후임 장관에게 큰 짐을 남기고 떠난 사람”이라고 에둘러 비난했다.


대선주자 연석회의 ‘참석’ 예정

김 전장관 진영은 그러나 이번 ‘발언’을 통해 자신들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또, 지지층이 확연하게 구별됨에 따라 조직을 강화하는 효과를 얻었다는 자체 평가다.

향후 김 전장관은 범여권 대선주자 연석회의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에는 국민경선추진위원회 우원식 집행위원장이 김 전장관의 ‘베이스캠프’인 민부정책연구원을 찾아와 경선 참여의사와 연석회의 참석 등을 타진하고 돌아갔다.

김 전장관은 그러나 “원칙을 지킨다는 전제 조건이 수용되어야만 참여할 수 있다”는 원칙론적 입장도 밝혔다. 이는 범여권 일각에서 ‘개혁 주자’ 들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중도성향의 후보들이 ‘개혁후보’를 밀어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대통합 저변에 깔려 있는 일부 범여권 주자들의 회동을 기득권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범여권 내부에서의 주도권 싸움이 가열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전장관의 핵심 대선전략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4일 대선출마 선언 당시 “민주정권 10년은 성공시대”라며 추켜세운 대목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17대 대선에서 승리해 ‘제3기 민주개혁정부’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 전장관은 ‘동네’ 이장에서 출발해 군수, 장관, 여당 최고위원을 거쳐 대선후보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번 경선에서 그는 이점을 홍보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동안 줄곧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의 완성을 위해 열정을 쏟아온 점도 그의 장점이다.

김 전장관은 대선출마 선언 이후 ‘광폭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6일과 7일 각각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과 한기총 이용규 회장을 만나는 등 주요 종교단체 지도자를 시작으로 지역순회 일정에 돌입한 상태다.


박지원 전장관 주선으로 DJ 예방

특히 김 전장관은 7월 10일 오전 동교동 김대중 전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대북정책에 대한 ‘고견’을 들을 계획이다.

그는 이와 관련 “출판기념회 등 그동안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를 드리고자 이번 일정을 마련했다”며 “특히 그동안 줄기차게 얘기해 왔던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의 계승·발전을 위한 고견을 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전대통령 예방은 박지원 전장관이 주선해 마련된 자리다.

범여권 경선은 사실상 막이 오른 것과 마찬가지다.

후발 주자면서도 대통령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평가받는 인사들의 ‘반격’이 범여권 경선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DJ가 보낸 ‘선물’

지난 6월 18일 오후 3시 백범기념관.

김두관 전장관은 이날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제목의 저서를 출간하며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김두관은 머슴처럼 겸손하고 사자처럼 용감하게 일한다”고 소개했다.

17대 대선을 목표로 뛰고 있는 대권주자들이 잇따라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기류’에 합세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출판기념회는 앞서 열린 대선주자들의 행사와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었다. 김대중(DJ) 전대통령이 출판기념회를 축하하기 위해 직접 ‘난’(蘭)을 보낸 것이다.

김 전장관은 DJ가 직접 출판기념회에 난을 보낸 것은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이 난은 행사가 끝나고 김 전장관의 사무실로 옮겨졌다.

그의 한 측근은 “그동안 많은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가졌지만, 이날처럼 김대중 전대통령이 직접 난을 보낸 경우는 아직까지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