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남자들은 미녀를 경원하는 경향이 있다. 친해지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동료로서 얘기를 나누는 정도에 그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미녀에겐 따르는 남자가 많을테니까, 나 따위에겐 꺾일 수 없는 꽃이라는 생각을 자신의 심리 회로에 심어버린다. 그래서 미인은 사실인즉 고독한 존재다.따라서 남자들은 그녀에게는 ‘불가침 조약’ 상태요, 여자들은 그녀의 들러리나 서주기는 싫다고 해서 비실거린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미녀는 노처녀가 되기 십상이다.자기네 회사의 사장 비서로 있는 미녀와 전격적으로 결혼해서 화제가 된 청년이 있었다.

그녀도 남자 사원들이 어려워하는 존재였는데, 청년이 배짱 좋게 부딪쳐본 결과 대번에 ok. 청년도 놀랐다. 한데, 놀랍게도 그녀로서는 그것이 처음 받는 데이트 신청이었다고 한다.여성은 의외로 현실적·타산적인 존재다. 특히 결혼에 관해서는 남자보다 실질적이다. 지례 꺾을 수 없는 꽃이라고 우러러만 볼 것이 아니라, 일단 부딪쳐봐야 한다.한편, 미남과 미녀가 맺어진 커플은 순탄하기 어렵다는 속설에는 수긍이 간다. 서로 외모 때문에 맺어져서 피차의 실상이 밝혀져서 환멸을 느낄만도 할테니까.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는 말했다. “아름다운 여성에게는 언젠가 실증이 나겠지만, 선량한 여성은 결코 싫증나지 않는다.

마음씨 좋은 남자

”마음씨 좋은 남자여자는 남자의 명령에 따르고 있을 때 가장 마음이 놓이는 법이라고, 매우 남성 위주의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이 설령 불합리한 명령인 경우에도 그렇다고 강변한다.그런데 여성에게 이상적인 남성상을 물으면, ‘마음씨 좋은 남자’ 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앞서 인용한 주장은 당치않은 것일까? 여기서 마음씨 좋은 남자란 어떤 이미지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남성 자신이 알고있는 마음씨 좋은 남자란, 가령 데이트할 때 식사를 하게 되면, “한식으로 할까요, 양식으로 할까요, 중국식으로 할까요, 아니면 일식으로 할까요?” ―이렇게 자상하게 물어서 결정하는 타입일 것이다.

하지만, 여성이 생각하는 마음씨 좋은 남성상은 그게 아니다. 여성의 심리적인 특성을 최대한으로 알아주는 남성이다. 그녀가 무엇을 좋아할 것인가를 미리 알아채어, “오늘은 양식으로 합시다” 하고 이끌어주는 마음씨다. 여성에게 판단하고 결단하는 작업을 면하도록 해주는 너그러움이다. 그런 미더움이다.여성에게는 사고의 절약을 바라는 심리가 지배적이다.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편한 방법을 무척 좋아한다. 이렇게 생각해볼 때, 앞서 인용했던 주장이 노상 터무니없는 억지만도 아닌 셈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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