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일이지만, 요즘은 여사원도 곧잘 간부로 발탁된다. 처음에는 남자 사원들 간에 아니꼬와하는 기색도 보이지만, 능력과 인품에 따라서는 여성이라는 점이 이점으로도 작용되는 모양이다.어느 여성 과장의 경우, 업무에 관한 능력만은 부하들이 공인하는 터였다. 따라서 업무에 있어서는 부하들에게 몹시 엄격하다. 그런데 그녀는 과장이 된 후로는 곧잘 부하들을 데리고 술집에 가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하여 그녀도 웬만큼 술기운이 돌면, 평소와는 딴판으로 한 두마디씩 푸념을 내비치곤 한다. “여자이기 때문에 남들의 이목에도 더 신경이 쓰이고 말야, 일을 해가는 데 고독할 때가 많아요”―낮의 그녀와는 딴판인 이런 푸념에, 남자 부하들은 놀란다.그래 차츰 그녀에게 동정심이 가고, 그녀의 업무에 대한 열의를 목격하면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하는 생각이 싹텄다고 한다. 극성스런 과장이 내비치는 뜻밖의 푸념, 그것도 여성이기에 더욱 성과를 거둔 사례다.여자가 진정으로 본심을 털어놓을 때라면, 남자들처럼 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내키는대로 털어놓는 것이 상례다. 이처럼 술기운을 빌려서 내비치는 푸념이라면, 남자의 환심을 사려는 연출인 경우가 많다.

남자의 인사치례

실례지만, 죄송하지만… 등의 말을 앞세워 가며, 당돌한 짓을 예사롭게 하는 남자를 본다. 실례인 줄 안다면, 죄송한 줄 안다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될 것 아닌가.남자의 이런 당돌한 태도에 대해서 같은 남성 쪽에서는 반발을 느끼는 모양인데, 여성들은 의외로 너그러운 것같다.여성 자신은 그렇게 예고해 놓고 실례를 범하지는 못한다. 본의 아니게 실례를 범한 경우에는, “미안해서 어쩌나” 하고 무안해한다. 남성보다 솔직하지 못한 셈이다.그렇다고 해서 여성이 솔직한 것을 싫어하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솔직한 언행을 보면 먹구름이 걷힌 듯한 상쾌감을 느낀다. 다만 그것을 동성이나 제 자신에게서 기대하지 못할 뿐이다. 그렇기에 남성의 당돌한 언행을 너그럽게 수용하는 것이다.경계심이 강한 여자일수록 남자가 사전에 “불쾌해 하신다면 안됐지만…” 하는 데는 허약하다. 그런 말에는 언제든지 거부반응을 보일 수 있는 뉘앙스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성의 의식 밑바닥에는 “남자는 다소 난폭해야 남성적” 이라는 심리가 깔려있다.이와는 모순되지만, 여성은 무신경한 것을 싫어한다. 이 모순을 해소해주는 말이 “실례지만…” 등의 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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