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의 맛에 홀려들어 중독이 되어가는 것처럼, 엔돌핀이 주는 쾌감으로 말미암아 조깅도 중독처럼 되어, 날마다 조깅을 하는 즐거움을 잊을 수 없게 되나보다.사람을 비롯해서, 동물의 뇌에는 아편과 같은 작용을 하는 마약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얘기는 지난번에 했다.그 마약물질의 아편과 같은 작용은 거의 같은데, 크게 세가지 계통으로 나눌 수 있다.‘엔돌핀’ ‘엔케화린’ ‘다이놀핀’ ―이렇게 세 계통이다.이 중에서 엔케화린은 뇌 뿐만 아니라, 부신수질(副腎髓質)에서도 만들어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점은 뇌 이외의 몸 부위에도 진통제를 마련해 두려는 조물주의 뜻이라고 해석되고 있다.이러한 아편과 같은 물질은 ‘모르핀’ 과 마찬가지로 통증을 가라앉히고, 희열감을 일으키며, 분위기를 돋운다. 예컨대 조깅처럼 꽤 격렬한 운동을 하면, 피속에 엔돌핀과 ACTH라는 호르몬이 많이 나온다. 그 엔돌핀이 아편과 같이 쾌감과 도취감을 일으키는 것이다.한편, ACTH라는 호르몬은 스트레스 상태에 분비되는 하수체 호르몬으로서,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를 돋운다. 뇌에서는 주의력을 증강시키고, 계기를 촉구해서 의욕을 돋우는 작용을 한다.ACTH라는 호르몬은 새벽에 많이 분비되는데, 그리하여 몸에 활동 에너지를 주어, 의욕을 일으킨다.그래서 새벽 조깅으로 엔돌핀 분비가 돋우어지면, 그 결과 조깅 후의 장쾌감을 맛볼 수 있다.아편의 맛을 알게 되면 그에 홀려서 차츰 깊이 빠져들어 중독이 되어가는 것처럼, 엔돌핀이 주는 쾌감으로 말미암아 조깅도 중독처럼 되어, 날마다 조깅을 하는 즐거움을 잊을 수 없게 되나보다.

뇌의 마약물질은 아미노산이 사슬처럼 이어져 있는 ‘팹티드’ 라는 물질로 돼 있는데, 그 종류가 수10가지나 된다. 그것을 크게 세가지 계통으로 나눌 수 있다는 얘기는 먼저 했는데, 그 아편과 같은 팹티드는 세포 안에서 합성될 때, 같은 모체 단백에서 유래하는 경우가 많다.엔돌핀은 ACTH라는 호르몬과 동일한 모체 단백에서 유래되었으니, 긴 사슬 모양의 팹티드가 끊어지면 각기 다른 분자가 되는 셈이다. 같은 모체 팹티드에서 생겨났으므로, 엔돌핀과 ACTH는 동시에 분비되는 수가 많다.뇌 안의 아편과 같은 팹티드는 조깅 뿐 아니라, 성행위나 섭식행동등 쾌감과 불쾌감에 관한 정감행동과 관련되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을 포함해서, 동물이 쾌감을 구해서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는 것은, 이러한 뇌의 마약물질로 인한 일종의 중독상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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