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책 찾아 나선 쌍용차 노사 한 목소리, “금융 지원 해주면 이자 내고 쓰겠다” 

쌍용자동차의 대주주 마힌드라&마힌드라가 약속했던 투자금액 2300억 원에 대한 투입 계획을 철회하면서, 쌍용차가 대제 자금원 마련에 고심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원에 대한 부담을 한국 정부에 넘겼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쌍용자동차 한 영업점. [일요서울]
쌍용자동차의 대주주 마힌드라&마힌드라가 약속했던 투자금액 2300억 원에 대한 투입 계획을 철회하면서, 쌍용차가 대제 자금원 마련에 고심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원에 대한 부담을 한국 정부에 넘겼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쌍용자동차 한 영업점. [일요서울]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쌍용자동차에 대한 장기적인 자금 지원을 약속했던 대주주 마힌드라 앤 마힌드라(이하 마힌드라)그룹이 투자 계획을 전면 철회하면서, 쌍용차는 당장 대체 자금원 마련이라는 난제를 떠안게 됐다. 마힌드라 그룹은 쌍용차의 미래전략을 위해 2300억 원 직접 투입과 5000억 원의 자금구성 계획을 세웠으나,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무산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대체 방안을 세우지 않으면 지난 10년간 쌍용차를 힘들게 했던 구조조정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워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대신 일회성 투자금 400억 원을 투입키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쌍용차 측은 마힌드라가 자금 마련 계획 전체를 취소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마힌드라의 인도 본사 사정이 여의치 못해 당분간 쌍용차에 대한 지원이 힘들 것이라는데 대한 반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을 기점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인도 내 확산이 증폭되며 인도정부가 내린 봉쇄령에 따라 완성차 및 관련 부품공장들이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국내 현대자동차의 인도 공장도 현재 가동을 중단하고 차량 생산이 언제 재개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마힌드라그룹 자체로도 지난달 22일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제조시설에서 인공호흡기 생산에 들어갔다. 아난드 마힌드라(Anand Mahindra) 마힌드라그룹 회장은 “역학자들의 여러 보고서를 통해 인도가 이미 전염의 3단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수백만 명의 사상자 발생을 대비한 임시 병원 구성에 인공호흡기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마힌드라그룹의 제조 시설을 활용하는 방법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마힌드라, 쌍용차에 “대체 자금원 찾으라”

4일(현지시간) 마힌드라그룹은 이사회를 소집하고 특별회의를 열어 쌍용차에 대한 투자 검토와 코로나19의 영향을 감안한 자금 배분에 대해 논의하고 “코로나19 관련 세계 경제의 많은 부분이 폐쇄되고 인도 또한 21일간 전례 없는 ‘완전 폐쇄’에 들어갔다”며 “쌍용차 노조가 향후 3년간 50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숙고 끝에 현금의 흐름을 고려해 ‘추가적 자본 투입 불가’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다만 “쌍용차가 자금원을 모색하는 동안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향후 3개월 동안 400억 원의 일회성 투입을 승인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쌍용차는 대체 자금원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코로나19 등 경영난에 봉착한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의 운영 유지를 위한 부담을 한국 정부로 떠넘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5000억 원에 대한 자금 마련 계획을 세울 때도 한국 정부에 1700억 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분담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어 같은 맥락에서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마힌드라도 지금 상황이 쉽지 않아 보인다.

7일 비즈니스 스탠다드(Business Standard)에 따르면 마힌드라 자체적으로도 그간 판매 부진의 영향으로 주가가 현재기준 47%까지 하락하며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이에 대해 경영진들은 코로나19와 관련된 폐쇄조치와 배출가스 규제(BS-VI) 강화 등에 따른 계획 차질을 실적 부진의 이유로 들었으나, 업계에서는 이미 인도 자동차 시장 자체가 경기 둔화에 따른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러 있다고 분석했다. 

쌍용차 ‘허둥지둥’ 유동성 위기 어떡하나

마힌드라그룹이 지원 철회를 공식적으로 밝힌 지난 3일 쌍용자동차는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자금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대주주의 자금줄이 막혔다. 예병태 쌍용자동차 사장은 즉각 내부 여론잡기에 나섰다. 노조와 함께 대주주를 대신해 직접 정부와 금융권에 지원을 요청하고 유동성 위기만큼은 막아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예병태 사장은 “정부와 대주주의 자금 지원을 통해 기업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려 했던 계획이 난관에 부딪혔다”며 “회사는 노동조합과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정부 및 금융권의 지원을 요청하는 등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7월이면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900억 원 차입금이 만기가 된다. 마힌드라가 투자계획 자금을 철회하는 대신 3개월간 단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400억 원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도 없는데다 이 외에도 자금이 필요한 부분이 너무 많다. 

갚아야 할 돈도 있는데 운영을 위해 필요한 돈은 더 많은 상황이다. 신차 출시 계획은 세우지도 못했고, 코로나19에 따른 매출감소까지 이어졌다. 올해 1분기 내수는 31.2% 줄고, 해외 판매는 4.6% 하락했다. 

이에 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마힌드라의 지원 2300억 원을 포함해 5000억 원은 3년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예정됐던 것이었으므로 당장 급하지는 않다”며 오히려 “코로나19에 따른 인도내부 사정이 많이 나쁘다. 지금 마힌드라가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경영진이 노사화합으로 돌파구 찾기에 나섰고 차입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당당하게 이자 내면서 갚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차입금 만기 조정 및 금융지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주주가 아닌 채권은행의 입장에서 지원에 나서기는 힘들다. 통상 협정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고, 경쟁국가에 WTO 제소를 위한 빌미를 줄 수도 있다. 
 
쌍용차, 상여금 반납 등 자구책 준비됐나 

한 가닥 희망이 있다면 마힌드라가 자금을 마련하고자 예정했던 5000억 원에 쌍용차가 자체적으로 마련한다던 1000억 원에 대한 부분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지난해 9월부터 복지비용을 축소해서 재원마련을 시작했고, 12월에는 상여금, 성과금 등을 반납했다”며 “이를 시작으로 1000억 원을 마련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쌍용차는 자구책으로 22억 원 규모의 부산물류센터 매각에 나섰다. 이는 쌍용차의 비핵심 자산으로 영동물류센터와 통합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100억 원 규모의 경기도 안성 소재 인재개발원 매각도 예상하고 있지만, 정해진 바는 없다.

이런 가운데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이 가능한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우선 마힌드라 그룹이 단기적 지원 400억 원을 투입하며 신규 투자자 모색 지원 계획을 밝혔고, 쌍용차 노사도 경영정상화를 위한 강한 의지를 보인데 대한 응답이라는 풀이다. 은 위원장은 “채권단 등도 쌍용차의 제반여건을 감안해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할 부분이 있는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가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매출 하락과 신차 부재에 따른 쌍용차의 미래가 어두워 지원에 대한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지만, 예병태 사장은 “회사는 직원 여러분의 헌신과 희생으로 추진 중인 복지중단과 임금 삭감 노력이 결코 헛되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앞장서서 혼신의 역량을 발휘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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