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박근혜 잡을 히든카드 준비 중 >>

범여권 경선 로드맵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빅3로 분류되는 정동영 전의장과 이해찬 전총리, 손학규 전지사측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 전총리는 청와대 출신 인사들에 이어 유시민 의원의 누나인 유시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가세함에 따라 잔뜩 고무된 상태다. 손 전지사측도 김근태 전의장의 ‘재야파’와 청와대 일부 인사들의 합류로 날개를 달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 전의장도 자신이 통일부 장관 시절 열성을 다한 개성공단을 최근 방문하는 등 서서히 활동폭을 넓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된 약점인 한 자릿수 지지율을 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범여권 빅3 캠프는 내부 경선과 한나라당 후보들을 겨냥한 비장의 무기들을 저마다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MB를 향한 이 전총리의 맹공이 심상치 않다.

특히 이 전총리는 이 전시장의 서울시장 재임시 ‘고도제한’ 문제에 대해 집중 공세를 퍼붓고 있다.

“자신 소유의 건물을 고도제한지구에서 해제시킨 행위는 청문회 대상”이라고 하는가 하면 “이 문제를 가지고 TV 토론을 할 경우 10분이면 끝난다”고 노골적으로 자신감을 내비칠 정도다.

이와 관련, 이 전총리는 “이 전시장이 그만두고 나서 고도제한이 두 달 만에 풀렸다”며 “이런 사람이 집권을 하겠다고 나온 것은 참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보루트 총동원

때문에 일각에선 이 전총리가 MB의 아킬레스건을 이미 찾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부시장과 총리를 역임한 이 전총리가 MB 시정의 치명적인 약점을 낱낱이 꿰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 전총리의 잠재력을 평가하며 정보력을 꼽았다.

“총리직 재직 시절 정보 유출에 대해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한 인사가 이 전총리다. 그런 만큼 다양한 정보 입수 통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MB에 대한 이 전총리의 쓴소리는 자신을 은영중에 ‘대항마’로 부각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으로도 받아들여진다. 그는 이미 “본선에선 박 전대표가 더 쉬운 상
대”라며 MB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와 함께 친노 성향이 강하면서도 범여권 통합 움직임에도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그는 “지금은 다 모아야 겨우 이길 수 있다”며 “누구를 배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일갈했다.

MB 대항마로서의 상품성을 높임과 동시에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대통령, 모두의 마음을 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전총리는 이와 관련 “그동안 코치를 하다가 그라운드에 선수로 나왔다”며 “잘 도와달라”고 말했다.


“나야말로 경제대통령”

이 전총리가 강공 드라이브로 승부한다면 손 전지사는 물밑 세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물론, 공격 제1의 대상은 이 전시장에게 맞춰져 있다. 손 전지사는 최근 “이 전시장보다 내가 더 경제대통령 자격이 있다”면서 “경기도지사 시절 더 많은 실적
을 올렸다”고 말했다.

경기도 지사로 일하며 74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지만 청계천 같은 토목사업에 가릴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손 전지사의 주장이다. 이어 그는 “내가 도지사로 있으면서 이룩한 경제성장률은 7.5% 였고 이 전시장은 2.8%에 지나지 않았다”며 직접 비교도 곁들였다.

손 전지사측 캠프 관계자는 결정적 순간에는 이 전시장과 더 확실하게 차별되는 근거를 제시할 예정”이라며 “조금만 기다리면 급부상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캠프 관계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범여권 경선이 치러질 경우 상대적으로 약한 조직력이다. 최근 청와대 인사들이 속속 캠프에 가세하고 있고 김근태 전의장의 사람들도 노크하고 있다고 캠프 관계자는 설명했다.

결집력 강한 재야파와 충성도 높은 친노그룹이 힘을 실어주고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손을 들어준다면 향후 경쟁에 있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캠프 내 판단이다.


‘한반도 문제’ 주력

빅3 중 정 전의장은 상대적으로 차별되는 행보를 걷고 있다.

최근에는 난기류를 타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 20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정 전의장은 ‘한반도 평화시대 구상’을 통해 “차기 정부 임기 5년 이내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관련,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 구축 등의 공약을 제시하며 “특히 개성 공단을 한반도 미래를 향한 출구로 규정하고 평화경제 복합경제특구 건설에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 전의장의 이 같은 움직임은 ‘햇볕정책’을 생산해낸 DJ와의 우호관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총리와 손 전지사가 최근 들어 동교동계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는 것도 불안요소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 외에도 정 전의장은 현재 답보상태에 놓인 지지율 만회를 위해 파격적인 대선 공약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 전의장측 한 의원은 “네거티브 보다는 일단 공약 중심의 전략에 치중하기로 했다”며 “범여권 안에서도 차별성을 부각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범여권의 빅3가 내부 경선 통과와 한나라당 거대 후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여름이 그 가름대가 될 전망이다.



#범여권 잠룡들 ‘컷 오프’ 비상령

범여권 대선 주자들이 이례적으로 난립하는 양상이다. 통합민주당에 정치권 밖 후보들까지 합하면 20명 안팎까지 늘어난다.

대체적인 경선 로드맵이 9월 중순 돌입, 10월 중순 후보 확정으로 잡혔지만 본선에 앞서 ‘예비 경선’을 통해 걸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간과 공간 문제상 ‘여론조사’가 일차적인 방식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단순한 여론조사 결과로 예선을 치르는 건 후발 주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 때문이다. 여기에 여론조사 5% 기준이 얘기되고 있지만 이 역시 좀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컷 오프’가 현실화될 경우 후보별 합종연횡 움직임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친노 성향 후보들의 결집, TK+PK, 호남+충청 등의 짝짓기 가능성이 현재 논의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