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4·15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의 진영 대결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소수정당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처음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소수정당들은 당초 수혜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사실상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 확대라는 선거법 개정 취지는 무용지물이 됐다.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통해 비례대표 의석을 모두 싹쓸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소수정당들은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

- 거여거야 틈바구니속 생존 몸부림, 교섭단체 꿈꾸지만 총선 판세 빨간불
원내진입 실패 경우 해산 위기, “한 자릿수 확보하는데 그칠 것전망

정동영(왼쪽부터) 민주평화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 등 일명 야당 3+1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 앞에서 합의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총선 결과는 소수정당의 존폐와도 연계돼 있을 뿐만 아니라 차기 대선을 노리는 대선주자의 운명과도 직결된 문제다. 이 때문에 각 소수정당은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 전략으로 뛰고 있지만 앞날은 안갯속이다.

소수정당들의 운명은 크게 원내교섭단체 구성(20)이 가능한 두 자릿수 의석을 확보하느냐, 아니면 교섭단체 구성 의석수 확보에 실패해 한 자릿수 의석에 그칠 것이냐,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뉜다. 20석 이상 확보한다면 원내에서 당당하게 캐스팅보트를 쥔 제3정당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러나 한 자릿수 의석에 그쳐 비교섭단체에 머무를 경우 거대 양당 주도의 원내 협상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의석을 한 석도 얻지 못해 원내 진입 자체를 실패하는 경우다. 그렇게 될 경우 그 정당은 해산 위기에 내몰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역구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만 공천한 정당의 경우 봉쇄 조항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선거법상 정당 득표율 3% 이상 득표 시 의석 배분이라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여론조사 동향을 보면 3%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당도 있어 생존 위협을 받고 있는 정당의 경우는 극심한 위기감에 시달리고 있다. 비례대표 투표 의향에서 3% 이상 지지를 받는 정당은 열린민주당, 정의당, 국민의당, 민생당 정도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6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9명을 대상으로 비례대표 투표 의향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한 결과 민주당의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전주보다 2.5%포인트 상승한 24.2%로 나타났다. 통합당의 비례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전주보다 2.8%포인트 상승한 27.8%였다.

민주당 탈당 인사들이 주도하는 열린민주당은 2.1%포인트 내린 12.3%로 집계됐다. 정의당은 0.4%포인트 내린 8.1%, 국민의당은 0.6%포인트 오른 5.3%, 민생당은 0.2%포인트 상승한 3.0%로 집계됐다. 이밖에 친박신당 2.4%(0.3%포인트 상승), 민중당 1.9%(0.3%포인트 상승), 한국경제당 1.7%(0.1%포인트 상승), 우리공화당 1.0%(0.9%포인트 하락) 순이었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42.6%), 통합당(30.2%)이 선두를 지켰고 정의당은 4.9%, 국민의당 4.1%, 민생당 2.6%, 친박신당 2.0%, 한국경제당 1.7%, 민중당 1.6%, 우리공화당 1.1% 순이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민생당 3지대강조하지만 총선빨간불

민생당은 현재 지역구 10, 비례대표 10석을 획득해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이루겠다는 목표로 뛰고 있다. 그러나 민생당은 극심한 계파 갈등과 비례대표 후보 순번을 둘러싼 자리 다툼 등으로 극심한 내상을 입었고 정당 지지율도 바닥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어 목표 달성은 불투명하다.

손학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목표 의석에 대해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목표라며 지역구 60여명이 출마했는데 그중에서 10분은 될 가능성이 있고 비례대표로 10명이 당선돼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학규 위원장은 지역구 후보들 지원 유세에서 위성 정당까지 만들어 계속 싸우기만 하는 1당과 2당이 아닌 제3지대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민생당 후보를 뽑아달라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정의당, “정치 개혁의 길 지켜달라읍소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혔던 정의당도 이번 총선을 통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그러나 거대 양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으로 비례정당 의석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고 지역구 후보들의 생존 여부도 불투명해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심상정 대표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녹색당·미래당 공동 캠페인 선언식에서 미래당과 녹색당이 (정당투표) 3% 이상 지지로 원내 정당이 되고, 정의당이 20석의 교섭단체가 될 수 있도록 국민의 전폭적인 성원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참여할 자격을 가진 정당은 바로 이 자리에 있는 정의당·녹색당·미래당이라며 비록 거대 정당들의 위헌적인 위성정당 간 경쟁으로 왜곡됐지만 국민이 정치개혁의 길을 지켜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만 공천한 국민의당은 정당득표율 20%를 획득해 비례대표 의석을 최소 14~15석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국민의당은 지난 201620대 총선에서 옛 국민의당(38석 획득)이 일으켰던 녹색 돌풍을 기대하고 있지만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안철수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의미 있는 의석수를 확보해야 차기 대선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사활을 걸고 있다.

안 대표는 최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총선 목표에 대해 “20% 정당득표율을 얻는 게 목표다“14~15석 정도 의석을 기대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 국민의당.열린민주당, 돌풍과 미풍사이

안철수

국민의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안 대표가 대구 의료 봉사활동을 하며 지지율 상승 효과를 누렸으나 이후에는 눈에 띄는 지지율 상승을 거두지 못하면서 속을 끓이고 있다.

이에 안 대표는 지난 1일부터 400km 국토 종주에 나서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8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역구는 선호하는 후보를 찍으시고, 비례대표만큼은 꼭 국민의당을 선택하는 교차 투표를 해달라비례대표 선거에서 국민의당을 1당으로 만들어주면, 정당 지지율 20% 정도를 주면 어느 한 당도 50% 과반이 넘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국민 눈치를 보게 된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출신 손혜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비례정당 열린민주당은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여권 표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열린민주당은 명확한 친문재인·친조국성향을 보이며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공략하고 있다.

손 의원은 지난 8일 총선 공약 발표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25%의 정당 득표로 12명을 당선시키는 것이 보수적으로 잡은 총선 목표라며 남은 일주일 동안이 저희 노력의 마지막 스퍼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열린민주당의 지지율이 지난주를 기점으로 3~4% 내려갔다여러분들께서 불러 모아주신 보석 같은 우리 후보들 여러분들께서 지켜주셔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손혜원과 정봉주

# 우리공화당·친박신당, ‘박근혜 마케팅효과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 정당인 우리공화당과 친박신당은 각각 목표 의석수를 10석과 15석으로 잡은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흐름이 총선 결과로 이어질 경우에는 원내 진출이 불투명하다. 이들이 모두 내세우고 있는 박근혜 마케팅도 박 전 대통령 극렬 지지층 이외의 표를 끌어오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친박신당 홍문종 대표의 경우는 지난 6일 후보들과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 총선 유세를 중단하고 박 전 대통령의 석방까지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10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번 총선에서는 여야 거대 정당 중심, 양쪽 극단으로 결집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서 소수정당은 거의 전멸할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며 교섭단체 구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몇몇 정당만 한 자릿수 의석을 확보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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