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15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는 과거와 달리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치러집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입니다. 지역구에 한 표, 정당에 한 표 두 번 투표를 합니다. 전체 의석수는 정당득표율로 한도가 정해지고, 지역구 당선자 숫자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조정합니다. 

우리나라가 이번 선거에 도입한 제도는 일반적인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아닙니다. 연동형비례대표제의 의석수 중 일부에 캡을 씌우고 연동율도 50%로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득표율에 따라서 정해진 수식에 대입해서 의석수를 산출하는데 몇 마디 말로 설명이 어려워 그냥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부릅니다. 

비례성을 강화하고 사표를 방지해 보자는 좋은 취지를 가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4+1 테이블’에 참여한 각 당의 이해관계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로 1차 변형되더니, 자유한국당의 꼼수와 만나 위성정당 사태로 최종 변이를 했습니다. 선거법을 강행처리한 쪽이나 꼼수로 위성정당 사태를 낳은 쪽이나 도긴개긴이라 할 것입니다.

미래통합당으로 변신한 자유한국당은 미래한국당을 만들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자유한국당이 눈 뜨고 20석을 코 베어갈 상황에 좌불안석이다가 결국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습니다. 안철수 전 의원도 멀쩡하게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던 후보들을 먼지 털 듯 날려버리고 국민의당을 비례정당으로 전환시켰습니다.

총 35개의 정당이 비례대표 선거에 후보를 냈습니다. 투표용지 길이만 47cm라고 합니다. 이들 정당 중에서 전국 득표율 3%를 넘어야 21대 국회에 저마다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더불어시민당, 미래한국당, 열린민주당, 정의당, 국민의당 순으로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번 위성정당 사태의 가장 큰 승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집권세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위성정당을 따라했다고 욕은 먹었지만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15석 이상, 열린민주당까지 포함하면 23석 정도 확보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역구 의석을 포함하면 과반의석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래통합당도 손해를 보지는 않았습니다. 20석 전후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데, 20대 총선보다는 늘어난 숫자입니다.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고안한 당직자에게 표창이라도 해야 할 상황입니다. 정의당은 심정적으로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 선거법 통과 시점에는 20석을 확보하는 원내교섭단체까지 꿈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입니다.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이 주권자들은 이번 선거가 혼란스럽습니다. 자신의 한 표가 어떻게 의석수로 산출되는 지도 모르는 선거제도 속에서 난립한 위성정당, 비례정당에 투표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도 한 표를 행사하러 집을 나선 우리 주권자들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