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규 대표
박동규 대표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말을 절감하는 때이다. 21代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정치인들의 이른바 ‘막말 퍼레이드’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 정치의 본질은 말로 시작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치행위는 ‘행동’에 앞서 ‘말’이 앞서게 되어 있다. 물론 가끔 우리의 ‘동물국회’에서는 ‘말’보다 ‘주먹’과 ‘쇠막대기’가 앞서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그래도 정치인들이 말로 흥하고 말로 망하는 사례를 비일비재하게 목도하곤 한다.

이번 총선이 안타깝게도 수많은 인명피해와 초유의 세기적 공포를 몰고 온 코로나 전쟁 속에서 치르지만 결국 ‘코로나 총선’으로 명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선거운동에서 코로나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코로나와 상관없는 정책과 비전은 국민들이 ‘입맛’도 다시질 않는다.

민생과 정치개혁과 미래비전 등이 나름 각 정당의 정책 공약에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이것 가지고는 ‘선거장사’가 안 되기에 후보들은 소위 정치권에서 ‘섹시한 발언’으로 일컫는 ‘튀는 발언’의 유혹에 빠진다. 선거때 ‘막말의 흑역사’ 에서 민주당이나 미래통합당이나 예외는 없었지만, 이번 선거는 유독 미래통합당이 막말의 진흙탕 속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결국 국민 앞에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고개 숙였지만 잘못하면 큰절(?)을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통합당의 실언, 과언, 막말 퍼레이드에 황교안 대표도 예외가 아니었다. 교회 집단감염이 창궐할 때 “신천지와 교회는 다르다. 교회 내 감염이 발생한 사실도 거의 없다고 한다” 는 말 한마디로 황대표를 ‘딴 세상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미성년자 성착취물 범죄 N번방 사건도 “호기심” 발언으로 ‘호된 곤욕’을 치렀다.
여기에 결정타를 날린 통합당 두 후보가 있다. 김대호 후보의 30, 40代 비하와 노년과 장애인 비하 등 특정 연령층의 반발을 불러올 막말 논란에 이어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유가족 비하 발언이다. 그는 이미 작년 세월호 5주기에 세월호 비하 발언으로 당원권 정지까지 받았고 재판도 진행중이다.

표현된 발언의 비열함과 천박함은 이루 말할 수도 없지만... 국민들은 잊고 싶은 6년전 가슴 아린 세월호 참상을 다시 소환하게 됐고 덩달아 박근혜정권의 국정농단과 적폐의 기억까지도 되짚어 보게 만들었다. 미래통합당의 선조 당(?)부터 이어진 세월호 참상과의 악연이 참 끈질기다는 생각이다. 당내에 막말의 DNA(?)가 늘 잠복해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여의도 정치권엔 하나의 정설(?)이 있다. 정치인들에게 ‘Good news 이든 Bad news이든 좋은 것이다’. 심지어 부고 소식도 정치활동에 활용되곤 하기에 정치인들은 유명세와 튀어야 사는 존재라는 것을 빗댄 말이다.

지난 9일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됐다. 10일과 11일은 사전투표가 진행됐는데 역대 최저의 투표율이 예상된다고도 한다. ‘코로나 쓰나미’ 속에서 종잡을 수 없는 ‘깜깜이 선거’를 치르게 된 셈이다. 그러니 정치인과 후보들은 말의 성찬, 말로 흥하는 선거전략에 유혹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에 무관심 할수록 거대 양당의 보혁 진영 세력의 진검 싸움에 몰입하게 만든다. 팽팽한 접전의 선거라면 각 정당이 부동층 흡수에 사활을 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진영 대결’ 이다. 누가 더 많이 자신들의 열성팬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가의 싸움에 진력하는 것이다.

그 진영과 열성팬들의 관심과 지지를 견고하게 다지는 가장 손쉬운 도구가 이른바 ‘막말’, ‘섹시한 말’의 성찬이 난무하게 만든 요인이 되고 있다. 못난 후보와 정당들이 가장 손쉽게 유권자를 유혹하는 막말 퍼레이드로 결국 정책 선거는 죽어가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말로 흥하고 말로 망하지만, 그들이 내뱉은 말에 대해 국민들은 투표로 말하고 투표로 권력을 행사한다. 21代 총선, 코로나로 국민들이 눈과 귀가 닫힌 것 같아도 결국 국민들은 냉철한 투표로 ‘공정한 권력’을 만들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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