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수
장덕수

두꺼울 厚(후) 얼굴 顔(안) 없을 無(무) 부끄러울 恥(치) 후안무치(厚顔無恥), 낯가죽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고 뻔뻔스럽게 부끄러운 줄 모른다는 뜻이다. 비슷한 말로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 무례하고 뻔뻔하게 행동하는 사람이나 행동을 이르는 안하무인(眼下無人)이 있고 , 주위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방약무인(傍若無人)이 있다. 

 며칠 남지 않은 21대 국회의원선거는 후안무치, 안하무인, 방약무인 그 자체다. 국민의 머슴을 자처하는 정치권이 국민을 장기판의 졸로도 안 보는 것이다.   국민도 없고 정책도 없고 민주도 없고 미래도 없는 정치의 퇴행, 선거의 퇴보를 그대로 보여주는 선거다. 오로지 권력과 계파, 이전투구밖에 없다. 

힘 없는 국민은 방법이 없다. 아무리 차악의 선택이 선거라고 하지만 어느 당을,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이런 정당, 이런 국회의원이 앞으로 4년간, 특히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세계적 경제침체를 감당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간을 잘 견뎌낼지 참으로 걱정이다. 반성이 있어야 개선이 가능하고 미래가 있다. 그러나 여야 할 것 없이 반성도 개선 의지도 없다. 

이번 21대 총선이 이처럼 아수라장이 된 것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에 있다. 공수처법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4+1 협의체 자체가 불법이고 꼼수였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말 안 듣는 언론과 야당, 검찰 지휘부를 때려잡기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꼭 필요했고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국회의석과 정당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 지도부가 죽는 날까지 국회의원 해 먹을 욕심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필요했다. 민주당과 나머지 4개 정당이 이해가 맞아떨어진 야합과 거래의 결과다. 

왜 우리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위한 사사오입 개헌(2차 개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를 체제화한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이 일으킨 12.12 군사반란을 반민주적 폭거라고 규정하고 70~80년대 국민의 민주화 요구를 유혈 진압한 정권을 독재라고 비난하는가. 법이 정한 절차와 정상적인 국민적 합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과 극소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행됐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명분은 ‘국민과 국가’였다. 준연동형 선거법 개정은 제2의 사사오입이고 긴급조치이고 의회 쿠데타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민주당과 +4 당들은 한마디 사과도 반성도 없다. 이들의 정치적 성장 배경인 과거 반민주 독재적 행위와 똑같은 짓을 벌이고서도 모든 책임을 미래한국당의 위성정당 창당 탓만으로 돌린다. 그리고 이제는 그들이 위성정당 만들어 재미 보고 있다.

미래한국당과 전신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출범 이후 달라진 것이 없다. 지금도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높게 나오면 보완책을 찾기보다 여론조사 신뢰성부터 문제 삼는다. 조작이란다. 민심은 반 문재인이 많은데 대통령 지지도는 40% 콘크리트 지지도를 지키니 말이다. 원인은 그 사람들이 자기들끼리만 몰려다니고 중도층 국민들의 마음은 얻을 생각을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친문 진영의 실수와 오만, 횡포로 인한 반사이익만 먹고 살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과 자칭 보수진영에게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비전이 없다. 대다수 국민이 4차산업시대에 맞는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보수진영은 무조건 장기집권, 사회주의 개헌이라며 반대만 한다. 국민은 기업의 경영투명성 확보와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하는데 시장경제 자유화만 외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민생활 지원과 경제침체 방지를 위해 재난지원금이 불가피한데 무조건 퍼주기, 돈선거라며 반대만 한다. 

조국·정경심 가족의 엽기행각부터 속속 드러나는 친문 진영의 추악한 민낯, 낯부끄러운 외교 실패, 기업도 노동자도 다 죽이는 경제정책, 갈수록 의심만 더 키우는 대북한·대중국 관계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친문 진영의 무능력과 사이비 종교 같은 배타성에도 불구하고 지금 국민은 믿고 선택할 정당이 한 개도 없다. 

솔직히 지금의 정당과 정치인을 놓고 치르는 선거, 차악의 선택 또는 최악의 낙선 그 어떤 목적의 선거이든 국민에게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라며 선거 참여를 권하기가 참 힘들다. 다음 번 개헌안에 국민 과반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유권자 1/3 이상 선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재선거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신설, 선거권의 포기가 아니라 ‘국민의 선거 거부권’이 보장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정치권이 국민을 겁내고 적어도 이번 같은 개판 선거를 다시는 만들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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