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십 분야에서도 두각 보여… 선주 호응 이끌어 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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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생산기지와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2013년부터 2018년 말까지 6년간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설립한 신규법인은 1만9617곳으로 2만 사에 육박한다.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유턴법이 2013년 말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최근 한국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 법인을 설립하고 직접투자, M&A 등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과도한 규제와 포화된 국내 시장, 높은 운영비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운영 환경과 달리 저렴한 인건비와 법인세 면제, 각종 인센티브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일요서울은 해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을 높이며 활약하는 기업들을 살펴봤다. 이번 호는 9년 만에 셔틀탱커선 수주에 성공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알아본다.

9년 만에 3371억 규모 노르웨이 크누센 셔틀탱커선 수주 성공

美 쉐브론으로부터 해양플랜트 수주… 계약 금액만 2억 달러

조선업 장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연구개발자, 관리·생산직 근로자 등 인력 유출이 심해지면서 조선업 경쟁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업계에서는 조선업 침체와 인력 유출, 경쟁력 악화, 수주 부진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악순환에 빠져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국내 조선업은 일본을 따라잡고 순항했지만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등에 밀리면서 생존을 걱정하는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의 높은 임금으로 인해 선박 발주가 나와도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인건비가 싼 국가 근로자를 고용하는 싱가포르 조선사에 밀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조선업 인재 이탈이 근본적인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이 순항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5년 만에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수주는 2014년 3조 원 규모 원유 생산 플랜트를 수주한 ‘TCO 프로젝트’ 이후 없었다. 대우조선해양은 TCO 프로젝트가 마무리돼 일감이 떨어지는 상황이었지만 이번 수주로 2022년까지 일감을 확보하게 됐다. 계약 금액만 2억 달러(한화 약 2348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2016년 쉐브론과 해양플랜트를 우선적 수주 내용인 ‘기본합의서’를 제출했다. 이번 계약은 그에 따른 첫 수주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미국의 에너지 회사 쉐브론으로부터 반(半) 잠수식 원유생산설비 선체 1기를 수주했다”며 “합의서에 따라 지난 3월부터 미국에 옥포조선소 설계전문 인력 등을 파견해 기본설계 단계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3371억 원 규모 셔틀탱커 2척 수주

지난 2월 대우조선해양은 9년 만에 셔틀탱커선 수주에 성공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노르웨이 크누센(Knutsen NYK Offshore Tankers AS)사로부터 3371억 원 규모의 12만4000톤급 셔틀탱커 2척을 수주했다. 이들 선박은 오는 2022년 하반기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에는 추가 옵션 물량이 포함된 만큼 향후 추가 수주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셔틀탱커는 해양플랜트에서 생산한 원유를 해상에서 선전해 육상 저장기지까지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하는 선박으로 초대형원유운반선에 비해 약 1.5배 이상 비싼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대우조선이 수주한 셔틀탱커는 LNG(액화천연가스) 추진 장비와 휘발성 유기 화합물 복원 설비(VOC RS)가 적용된 친환경 선박이다. VOC는 선박에서 발생하는 발암 및 지구온난화 원인물질로 주로 원유를 선적할 때 많이 방출된다. 이에 유럽이나 북해 지역에서 운영하는 해양설비나 셔틀탱커는 VOC 배출 규제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에 수주한 선박에 적용되는 VOC RS는 발생하는 VOC를 다시 압축 저장 후 선박 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어 연료 효율성이 향상됨과 동시에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선박의 중심을 원하는 범위에서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는 자동위치제어시스템(DPS)도 적용돼 안전성이 더욱 높아졌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올해 대우조선해양은 LNG운반선, 초대형원유운반선 등 기존 주력 선종 외에도 LPG운반선, 셔틀탱커 등 다양한 선종을 수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란가스’로부터 LNG 운반석 수주

지난해 8월에는 그리스 최대 해운사인 안젤리쿠시스 그룹 산하 마란가스(Maran Gas Maritime)로부터 17만4000㎥ 규모의 LNG 운반선 1척을 수주했다. 수주한 LNG운반선은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돼 2021년 4분기까지 선주 측에 인도된다. 마란가스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7척의 LNG운반선 중 6척을 발주한 대우조선해양 최대 고객사 중 하나로 현재 대우조선과 LNG운반선 추가발주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수주한 대형 LNG운반선에는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한 어드밴스드 부분재액화 시스템(Advanced Partial Re-liquefaction System)을 탑재했는데, 이 시스템은 저장탱크의 LNG 증발을 줄여 선주사의 선박 운영비를 절감하는데 기여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LNG운반선 관련 기술력은 물론 최근 스마트십 분야에서도 해외 유명 선급의 인증 및 기술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어, 선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8월에만 LNG운반선 7척, 초대형원유운반선 7척, 잠수함 3척 등 총 17척 약 30억 달러 상당의 선박을 수주해 올해 목표 83.7억 달러의 약 36%를 달성했다.

한편 지난해 3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인수가 확정됐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최대 주주가 되고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의 물적 분할로 출범하는 한국조선해양의 2대 주주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약속했다. 현대중공업 근로자와 동일한 조건의 고용을 보장해 준다는 계획이다. 또한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부품업체 등 기존 거래선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대우조선해양 인수 속도는 더뎌지고 있다. 지난 3일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심사를 일시 유예했다. 행정력을 EU국가의 코로나19 확산 대응에 집중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결합(M&A)이 이뤄질 경우 해당 기업은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뿐만 아니라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경쟁 제한성 여부 등을 심사받아야 한다.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은 국내 공정위를 시작으로 6개국에서 본격적으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같은 해 10월에는 카자흐스탄에서 첫 승인을 받았고 11월에는 EU 공정위에서 심사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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