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소비자·시장 미치는 영향 강도 높은 조사할 것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독일 배달 전문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를 결정하면서 독과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배민이 배달 수수료제도를 도입하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일요서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독일 배달 전문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를 결정한 후, 배달 수수료제도를 도입하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일요서울]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우리 민족은 배달의 민족’을 내걸고 음식 배달 시장의 입지를 확대해 온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전문 앱 ‘배달의민족’의 광고상품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소비자들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기존의 정액요금제를 수수료제로 개편하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확대시켰다는 지적이다.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 인수로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서 가능하게 된 제도개편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일부 소비자들은 우리 민족 눈에 눈물 나게 하는 배민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시작하고 나섰다.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 이제 한 식구…국내 배달 앱 98% 차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배달의 민족’ 외치고 독일 기업에 합병

 

지난해 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갖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기업에 인수되는데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배달의 민족’이라는 캐치프레이즈(catch phrase)로 국내 배달 시장 1위 기업으로 떠오른 배민이 국내 기업도 아닌 외국 기업에 인수되는데 대한 비판 여론이었다.

딜리버리히어로(DH)는 우아한형제들의 지분가치를 약 4조7500억 원으로 인정하고 인수를 결정했다. 우아한형제들은 DH와의 결합과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양측의 기업결합이 낳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이미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 배달시장 빅3 가운데 ‘요기요’와 앞서 인수한 ‘배달통’ 등 2개 업체를 갖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배민까지 인수하게 되면 시장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국내 배달업체 모두 독일 식구

국내 배달앱 시장 규모는 2013년 3347억 원에서 5년 만에 1조5065억 원으로 350% 상승했고, 배민이 55%, 요기요와 배달통이 각각 33%와 10%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민까지 인수하게 되면 국내 시장 점유율 98%를 차지하게 되는 초대형 배달전문기업이 된다.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산하 을지로위원회는 우아한형제들과 DH 간 기업결합이 시장 독과점이라는 부작용을 나을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기업 결합에 무조건적인 반대는 아니지만, 배달앱 시장 1위와 2위 사업체가 결합하면 나타날 수 있는 시장 독과점 문제에 대해 원칙적인 심사가 이뤄져야한다”며 공정위를 압박했다. 

정의당이 개최했던 배민의 기업결합 관련 상생 토론회에서 한 참가자는 “기업결합으로 음식배달업체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견제할 필요가 없어지면 장기적으로 수수료, 배달료, 광고비 등이 인상되고, 할인 정책이 축소 돼 결국 소비자 요금도 인상될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문제는 바로 발생했다. 배민이 4월1일자로 광고 상품 서비스 개편을 단행하면서 ‘깃발 꽂기’ 대신 수수료제도인 ‘오픈서비스’를 내놨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곧장 반발하고 나섰다. 기존에 비해 두세 배가 넘는 수수료를 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주장과 함께 심지어 향후 배민이 수수료를 더욱 올리게 되더라도 이를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달의민족이 국내 시장 98%를 차지하는 독과점적 지위에 오르면서 수수료제도 개편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배달의민족' 마스코트.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이 국내 시장 98%를 차지하는 독과점적 지위에 오르면서 수수료제도 개편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배달의민족' 마스코트. [우아한형제들]

이를 두고 공정위까지 인수합병의 시장 영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지난 6일 입장문을 내고 “일부 업소가 광고 노출과 주문을 독식하는 ‘깃발꽂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습니다만 자영업자의 힘든 상황을 두루 살피지 못했다”며 “각계의 비판을 수용해 오픈서비스 개선책을 만들어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업소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한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아직 배민의 수수료 제도를 그대로 시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김범준 대표의 사과 이후) 아직 요금제 개편안에 대해 논의 중이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며 “다만 모든 분들이 동일한 제도를 만족할 수는 없으므로 일부 피해를 입는 분들도 있겠지만 취지는 깃발꽂기의 불리한 상황에 있던 영세사업자들이나 초기 사업자들께 도움이 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픈서비스로 바뀌면서 영세사업자들이나 신규업소들이 더 상위에 노출될 수 있는 기준이 생기게 돼 이를 반기는 점주들도 있다”며 “기존 사업자들과 경쟁하기에는 광고비를 집행할 여력이나 경쟁력이 부족하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위한) 상위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는 일부 소사업자들의 사례와 배민 자체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배민에 준 기회

서울 동작구에서 치킨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취재진에게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고 나서 처음에는 배달 건수가 잠깐 줄었지만, 차츰 사람들이 가정에서 배달 주문 이용 횟수가 많아지는 걸 체감 한다”며 “배달의민족이 제도를 바꿔서 매출이 좋아진 게 아니라, 감염을 우려해서 안나가고 배달을 많이 시키는 덕분”이라고 단언했다.

오토바이 배달 사원 B씨도 “배민이 기회를 아주 잘 활용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집에서 많이 시켜 먹으니까 자기들이 도움을 준 것처럼 말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주말이나 저녁 외식이 늘어나면 다시 확인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을 이용하는 소상공인들이 많은 비용을 더해 너무 무분별하게 깃발을 꽂으면서 지난해 9월 국민청원까지 나오는 비판여론이 있었고, 이를 고려해 이번에 서비스 개편을 시행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배민은 광고플랫폼 사업자로 시장경제에 서비스 운용 광고 상품을 제한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독일 기업 인수에 따른 독과점 문제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않고 수수로 체계를 강행하는 이상 업주들이나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정위도 수수료 인상 논란을 일으킨 배민과 DH의 인수합병이 소비자 및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강도 높게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로 여기저기서 “못 살겠다” 아우성이 나오는 민감한 시기에 업계에서는 국내 배달 앱 시장 대부분(98%)을 점유하게 될 양측의 결합이 우리 민족의 눈에 눈물 나게 하는 일 만큼은 피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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