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쏘아 올린 위기 상황…금리인하도 무용지물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20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FDA]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20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FDA]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에 따른 감염자수가 전 세계에 걸쳐 150만 명에 이르면서 그 여파가 국내 경제 둔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짧은 시기 안에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달 한국은행이 미루고 있던 정책금리까지 인하했으나, 민간소비와 수출마저 예측을 넘는 큰 폭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이에 1%대 성장에서 마이너스 성장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특히 코로나19가 상반기에 진정되지 못하면 단기간에 경제 회복이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국가적 경제위기 당면
국내총생산(GDP) 2분기 연속 퇴행 시 ‘경기 침체 진입’

 

국회 정책예산처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코로나19 지속 기간에 따른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다. 기존에 나온 많은 예측들을 뛰어 넘어 전 세계적인 공황사태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만일 코로나19가 올 상반기 중에 진정이 되면 하반기에는 전기 대비 1%를 상회하는 빠른 회복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경제분석국은 내다봤다. 다만 하반기까지 이어지거나 장기화될 경우 경제성장률은 더욱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올해 1% 경제성장률 전망하기도 어려워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경제성장률은 2%를 넘을지 그렇지 못할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면서 국회정책예산처는 1.6%의 경제성장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 전망은 길게 가지 못하고 다시 뒤집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9일 “우리나라 경제가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1%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월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하향한 지 겨우 한 달 반이 지난 시점에 1%가 힘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충격은 금융위기 때보다도 강도가 세기 때문에 올해 글로벌 경기는 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우리 경제도 이런 어려움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결국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흐름이나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국민의 경제활동과 이를 위한 심리위축으로 국내소비와 국외소비 모두 큰 폭으로 둔화되고, 수출 또한 전 세계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교역 둔화로 회복이 지연되면서 부진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주택경기 위축에 따른 건설투자도 어려워질 것이고, 연이어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IT 업종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의 설비투자에 대한 증가세는 꾸준히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이 역시 코로나19의 확산이 신규 투자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이마저도 지난 3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이 올 상반기 중으로 진정된다는 전제하에 이뤄진 전망이다. 역학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일부 민간단체나 미국 CDC 등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올해 말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어 경제 전망치를 단정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의 교역국 가운데 최대 규모 거래가 이뤄지는 중국이 코로나19로 생산차질 및 내수부진에 처하면서 경제상황이 안갯속에 접어들어 위축된 대중국 수출이 언제 회복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국가에 대한 수출도 부정적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한 남미 지역과 유럽은 봉쇄령(Lockdown)마저 내려지면서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현지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하고, 유럽과 미국의 완성차 업체의 셧다운과 함께 관련 부품 공장들의 위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흑자폭이 확대되는 가운데 적자폭도 늘어나면서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노동시장은 일부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고용이 증가하나, 건설업과 제조업의 취업자 수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취업자 수 증가폭이 전년보다 둔화될 전망이다. 

IMF, 170개국 1인당 국민소득 하락

다만 소비자물가는 수요측면과 공급측면에서 모두 물가상승압력이 약해 연간 1%를 하회하는 낮은 상승률을 보일 전망이다. 국고채금리(3년 만기)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고조, 경제부진, 국제금리 하락 등으로 지난해보다 하락할 전망이며, 원·달러 환율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으로 높은 변동성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IMF 외환위기 수준을 넘어서는 경기 침체가 올까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8일 경제 전망 관련 보고서를 내고 정부의 전방위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내적으로는 경제 여건 부실과 사실상 마비된 생산과 소비, 대외적으로는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급격한 경기 위축으로 경기 침체 흐름을 전환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한경연은 지난 외환 이후 2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했다. 올해 상반기는 –3.2%의 성장률을 나타내고 이어 하반기에는 –1.4% 수준의 성장률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평균적으로 –2.3%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위기에 대한 전망까지 나왔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180개 회원국 중 170개국이 1인당 국민소득 감소 경험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경제적 여파가 전 세계에 미칠 것”이라고 지난 9일 밝혔다. 

아울러 “지금의 글로벌 경제 위기가 지난 세기에 발생했던 어떤 위기와도 달라 경기 회복을 위한 대대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며 “2020년 글로벌 성장이 급격히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MF조차 가장 긍정적으로 전망을 내더라도 내년에 전 세계적으로 ‘부분적인 회복’ 정도만을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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