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확진자→강남 유흥업소 직원→룸메이트로”

ㅋㅋ&트렌드 입구 [뉴시스]
ㅋㅋ&트렌드 입구 [뉴시스]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코로나19 판데믹’은 전 세계를 공황 상태에 빠트렸다. 첫 발병 100일 만에 무려 150만 명을 감염시키며 엄청난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발원지인 중국은 물론,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프랑스와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모든 분야에서 최강이라는 미국도 마찬가지로 코로나를 피해가지 못했다. 한국의 경우에는 지난 9일 기준으로 27명이 추가 확진되며 총 확진자는 1만450명에 머물렀다. 타국의 폭발적인 확산세에 비하면 어느 정도 정리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얼마 전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여종업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용 내역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기 어려운 유흥업소 특성상 이번 확진이 코로나19 재확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룹 ‘초신성’ 출신 윤학, 자가격리 어기고 지인 접촉
지인은 강남 유흥업소 관계자…서울시, 유흥업소 영업정지 ‘초강수’

강남 유흥업소 여종업원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2일이다. 종업원 A씨는 지난달 29일부터 코로나19 증세를 호소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어 1일 검사를 진행해 2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A씨의 룸메이트도 함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접촉한 사람이 아이돌 그룹 ‘초신성’ 출신 가수 윤학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가중됐다. 일본에서 ‘슈퍼노바’라는 그룹으로 활동하던 윤학은 지난달 24일 귀국해 31일 서울 서초구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1일 확진됐다. 연예계 1호 확진이다. 당시 소속사 측은 “증상은 경증”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중증환자로 다시 분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윤학이 방역당국의 자가격리 권고를 무시하고 외부 활동을 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달 26일 윤학과 접촉한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으며 비판은 더욱 커졌다. A씨는 윤학을 만난 뒤 역삼동에 위치한 유흥업소에서 9시간가량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근무하는 유흥업소는 직원만 100여 명이 넘는 대형 업소다. 확진자가 근무한 당일에만 500여 명의 손님이 방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업소는 지난 4일 방역을 실시한 뒤 12일까지 휴업에 들어갔지만 A씨가 누구와 언제 어떻게 접촉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이번 사건의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난감해진 윤학의 소속사 측만 “윤학은 유흥업소를 방문하지 않았고 퇴근길에 지인 여성과 단시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朴 서울시장 “유흥업소에 집합금지 명령”

비상 사태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8일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룸살롱과 클럽, 콜라텍 등 현재 영업 중인 422개 유흥주점에 대해 19일까지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며 “업소들은 자동적으로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시내 전체 유흥업소 2146곳에 대해 일시 휴업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약 80%가 휴업이나 폐업했는데, 이번 조치로 나머지 업소도 사실상 전부 문을 닫게 됐다. 박 시장은 “일부 젊은이들이 공동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무분별한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며 “이번 강남 유흥업소와 관련해 확진자가 발생한 사건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영업장소들에서는 밀접 접촉이 이뤄지고 있고 ‘7대 방역수칙 지키기’도 불가능하다. 특히 홍대 인근의 클럽과 강남을 중심으로 한 룸살롱, 유흥주점, 콜라텍들이 큰 문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확진자가 발생한 강남의 유흥업소가 ‘ㅋㅋ&트렌드’였다며 직접 업장명을 밝히기도 했다. 해당 업소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118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중 검사가 완료된 75명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해당 업소를 원인으로 한 대규모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같은 날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유입 사례와 국내 집단감염의 고리가 연결된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다”라면서 “자가격리 이전에 들어온 해외 유입 사례가 계속해서 지역 사회 감염으로 전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사회 감염 한창일 때 소규모 노래방에서 꽤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면서 “확진 판정을 받은 여자 종업원이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여러 방에 들어가 서빙을 했다면 그 안에서 대규모 감염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흥업소 방문 사실을 공개하고 싶지 않은 확진자·접촉자들의 거짓말도 문제다. 실제로 A씨는 확진 판정 후 역학 조사에서 동선 등을 허위 진술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강남구에 따르면 A씨는 강남구보건소의 역학조사에서 지난달 27일 오후 8시부터 28일 오전 4시 14분까지 역삼동 유흥업소에서 일한 사실을 숨기고 집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직업을 묻는 질문에는 ‘프리랜서’라고 대답했다. 유흥업 종사 사실을 숨기기 위해 동선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씨와 같은 사례가 많아질 경우 보건당국에서 동선 파악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자명하다. 서울시는 해당 업소 업주에게 고객 장부를 제출 받아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CCTV 영상 등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

불 꺼진 유흥업소, 하지만…

노래방이나 가라오케 등이 폐쇄조치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문제다. 유흥업 종사자들이 노래방이나 가라오케 등으로 근무지를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흥업소 직원들은 대부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하는 프리랜서다.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게 아니기에 일하던 업소가 폐쇄되면 다른 업소를 찾아갈 확률이 높다. 일각에서는 직원들이 이미 잠적하거나 가라오케, 노래방처럼 바로 출근이 가능한 곳을 찾아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조건만남 등은 단속이 쉽지 않다. 강남의 한 클럽에서 근무했던 B씨는 일요서울에 “애초에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흔적을 감추는 데 도가 튼 사람들이다”라면서 “벌써 자리를 다 찾아 옮기고 있다. 전부 추적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인구가 27만 여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확한 집계나 추적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다. 보건당국의 노력에도 개인의 안일한 판단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만들어낸 셈이다. 과연 한 연예인으로부터 시작된 이번 사태의 나비효과가 어디까지 번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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