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 “학교 선생님이 아니라 콜센터 직원 된 느낌이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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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사상 최초의 ‘온라인 개학’이 결국 현실이 됐다. 3월 2일로 예정돼 있던 기존 개학일이 한 달 이상 늦춰지자 교육부가 내놓은 특단의 조치다. 그러나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탓에 개학 첫 날 일선 학교에서는 엄청난 혼란이 빚어졌다. 교사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학생들은 어려움을 토로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접속 폭주에 서버 마비·늦잠 자는 학생 깨우느라 교사들 ‘땀 뻘뻘’
교육부·교사·학생 모두 우왕좌왕…“예견된 혼란” 비판

지난 9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전국의 중3과 고3 학생들이 먼저 온라인 개학으로 선생님을 만났다. 이번 원격 수업은 교사와 학생이 화상 연결로 수업하는 ‘실시간 쌍방향형’과 EBS 콘텐츠나 교사가 녹화한 강의를 보는 ‘콘텐츠 활용형’, 독후감 등 과제를 제출하는 ‘과제 수행형’ 등 3가지 유형으로 진행된다. 교육부는 개학에 앞서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 취약계층 학생에게 태블릿 PC를 대여하는 등 준비했다. 교사들에게도 온라인 개학 진행을 위한 통신비 지원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개학 첫 날 학교의 풍경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일단 아이들의 기상부터 문제였다. 한 교사는 제 시간에 접속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며 수업 참여를 독려해야 했다. 접속 과정도 원활하지 않았다. 온라인 수업을 위한 서버에 수십만~수백만 명이 몰리며 접속이 차단되는 상황도 빚어졌다. 아직 나머지 학년이 개학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자 학생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한 학생은 “1, 2교시를 듣고 3교시 수강신청을 안 해서 하려고 했는데 서버가 터졌다”면서 “껐다 켜니까 로그아웃이 되고, 로그인 하려고 하니까 로그인도 안 되더라”라고 토로했다. 이어 “3학년만 개학했는데도 이러면 나머지 학년 다 개학하면 어떻게 버티려고 그러느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외에도 학생들 사이에서는 ‘컴퓨터를 잘 몰라서 수업 듣기가 너무 어렵다’거나 ‘학교에서 듣는 것보다 더 졸립고 지루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교사들도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A씨는 일요서울에 “오전 내내 학생들의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라면서 “학생들은 접속이 안 된다고 난리고, 담임교사는 안 들어온 학생들에게 전화해서 깨우느라고 난리였다. 게다가 좀 똑똑한 학생들은 20초만 접속하고 나가버리더라”라고 호소했다. A씨는 또 “접속을 안 하고 전화도 안 받는 학생들도 있다”면서 “대면 수업이 아니니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교사들의 수업 준비 상태도 문제다. 대부분이 온라인 강좌나 유튜브를 링크 해놓고 설명은 전혀 없으니 학생들이 혼자 공부하기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학생들이 학교와서 수업 듣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혼란이 이어지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온라인 수업이 잘 이뤄지도록 시스템 보완을 조속히 완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교사와 학생이 쉽게 활용하고 안정성이 담보된 국가 차원의 공식적인 플랫폼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위해 학내망 무선랜 확충 등 지원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고교 1~2학년과 초등학교 4~6학년의 온라인 개학은 오는 16일로 예정돼 있다. 초등학교 1~3학년의 온라인 개학 일자는 오는 2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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