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계를 둘러보면, 대체로 수컷과 암컷의 발정기(發情期)가 일치되어 있다. 그런데 어떤 원인에선지, 그 시기가 어긋나는 수가 있다.그럴 때, 발정기로 접어든 수컷이 시기가 어긋난 암컷에게 연애를 걸었다고 치자. 그럼 암컷은 당연히 거절하는데, 동물의 경우에는 사람의 남성처럼 미련을 못버리고 치근대지를 않고, 매우 시원스럽게 물러나버린다.설령 억지로 범하려고 한들, 암컷이 궁둥이를 깔고 앉아버리면 별 도리가 없다. 교미 자세는 정해져 있으니까, 수컷으로서는 어떻게 할 수도 없다.그런데 사람의 경우, 그 너무도 고도한 두뇌 기능으로 말미암아 복잡한 심리가 생겨난다. 왜 그런고 하니, 강간을 당한 여성이 그후에도 그 남자와의 육체관계를 계속하는 예는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개중에는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예조차 있다.

남성으로서는 믿어지지 않는 노릇이지만, 여성에게 있어서는 성관계란 그다지도 중대한 사건인 것이다.심리적으로 말하면, 여성은 성관계에 있어서 남자에게서 질구(膣口)를 정복당하고 보면, 정신적으로도 남자에게 지배된다는 경향이 있다.동물의 세계에서는 암컷이 힘이 센 수컷에게는 궁둥이를 보여, 성관계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한다. 이것은 가장 원초적인 몸짓이긴 하지만, 정신적인 복종을 나타내고 있다.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경우에도 여성이 남성을 받아들일 때는 절대적인 피지배 상태가 되는 것이다.성관계란 것은, 남성에게 있어서는 단순한 성기의 결합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성에게 있어서는, 단순히 그것만으로 처리되지 않는다. 일단 어떤 남자의 음경을 받아들이면 그 남성에게 기분이 기울어, 애정으로 이어져 가는 것이다.

그때까지는 조금만 몸이 접촉되어도 소스라치던 그녀였건만, 일단 한계를 넘고부터는 오히려 자기 쪽에서 접촉하고 싶어한다.자진해서 남자의 손을 잡는다든지, 자기 쪽에서 어깨를 기대어 온다. 이것도 상대방을 자기의 몸의 가장 깊은 데까지 받아들였다는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임에 다름 아니다.그런데 여기서 남자라면 알아둬야 할 비책(秘策)이 있다. 남자가 다그칠 때 여자가 앙탈한다고 해서, 실없이 포기해버리는 남성을 여성은 경멸해 마지않는 것이다.“됐어요, 오늘은 됐어. 다음에 봐요” 한다고 해서 물러난다면, 다음 기회는 영원히 오지 않기 십상이다. 할 때는 하는 남자를, 여성은 진정 존경하는 것이다.“여기까지 와놓고…빙충맞은 사내 같으니라고. 제깐놈에게 안주길 잘했지,뭐야” 하고, 여자는 내심 경멸하는 모양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