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난립은 필패(必敗)’인데…하지만 분열 ‘지속’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이번 4.15 총선까지 불과 3일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보수 야권에서는 여전히 ‘단일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유권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바로 ‘야권 후보 난립’ 때문이다. 일부 후보들은 공천 파동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했지만, 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후보 단일화’가 묘연(杳然)한 형국이다. 더욱이 지난달 4일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달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이 공개됐음에도 꿈쩍도 하지 않아 ‘빨리 결단하라’는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 압박을 받고 있는 곳은 어디인지 알아봤다.
 

4월15일 실시하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5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모의개표 시연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수작업을 통한 모의개표를 하고 있다. 2020.02.05. [뉴시스]
4월15일 실시하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5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모의개표 시연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수작업을 통한 모의개표를 하고 있다. 2020.02.05. [뉴시스]

 

-총선까지 불과 3일 남아…핵심은 “결단, 그리고 단일화”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은 결국 ‘세력’의 승리를 위해서다. 어느 세력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정책에 관여할 의회 권력을 보다 많이 획득할 수 있고, 차기 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보다 많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 공천 파동으로 대구 수성갑에 무소속 출마한 이진훈(전 수성구청장) 후보는 지난달 31일 “그간의 갈등이나 개인적 아쉬움은 모두 털어버리고 정권 심판의 대의와 보수 후보의 승리를 위해 후보직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전했다. 대구 북구을에 출마했던 주성영 후보 또한 이날 열린 TBC에서 열린 후보자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에 맞춰 후보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바로 ‘후보 난립은 필패(必敗)’라는 판단에 따른 셈이다. 
두 후보 모두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한 사퇴’임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후보 단일화’가 성사됐다. 민주당의 공천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서울 동대문을에 출마한 민병두 후보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주민추천후보로 출마선언을 하면서 2등은 의미가 없고, 만약 그렇게 될 경우 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겠다고 한 바 있는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 다음날 민 후보는 국회 소통관에서 장경태 민주당 후보와의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지지 선언을 했다.

앞서 지난해 4월3일 치러진 경남 창원시 성산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정의당의 여영국 당시 후보는 선거를 치르기 1주일 전 민주당의 권민호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했다. 반면 야권에서는 단일화에 실패했고, 선거 결과는 불과 ‘504표(0.53%p)차 패배’였다. ‘후보 난립은 곧 필패(必敗)’가 된 순간이다.

그런데 보수 야권에서는 여전히 ‘후보 단일화’가 쉽지 않은 상태다. 공천 파동에 따라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등장했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의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달라”는 옥중 서신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존중한다’고 밝힌 후보들은 40명 이상이 지역구 의원 후보로 나섰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일 0시부터 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보도할 수 없다. 바로 ‘깜깜이(블랙아웃) 선거기간’이다.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3일이다. 그래서인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단일화 압박’은 더욱 거세진 상태다. 즉, 핵심은 결국 ‘단일화’인 셈이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정병국, 이언주 의원, 장기표 위원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참석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 '2020 국민 앞에 하나'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0.02.17.[뉴시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정병국, 이언주 의원, 장기표 위원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참석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 '2020 국민 앞에 하나'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0.02.17.[뉴시스]

 

미궁에 빠진 단일화…후보 난립은 필패(必敗)?

앞서 보수 진영은 지난 2017년 이후 정통성을 놓고 소모적인 선명성 경쟁을 해왔으나, 재야 세력을 주축으로 하는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를 시작으로 중도 진영과 보수 진영을 아우르는 이른바 ‘혁신통합추진위원회’를 거쳐 ‘미래통합당’으로 세력을 단일화했다.

그 과정에서 각종 진통을 겪었지만, 총선이 다가오면서 공천을 통해 기존 인물들 중 무려 40%를 교체하기도 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일부 후보들이 당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우리공화당과 친박신당 등은 여전히 미래통합당과 선을 그으며 선명성을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시대연)’을 포함한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이미 물밑에서 ‘후보 단일화’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들이 추진하는 ‘후보 단일화’의 기준은 ‘보수 적통’을 자임하는 등의 ‘정당적 선명성’이 아니다. 바로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들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해 치러진 창원 성산구 보궐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후보 난립은 필패(必敗)’라는 우려와 함께 ‘선명성 경쟁이 우선이 아니라 지금은 문재인 정권 심판이 우선’이라는 인식에서다.

그런데 현재 단일화가 묘연(杳然)한 지역구는 10여 곳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인천 미추홀이다.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1일 오전 인천 동·미추홀을에 출마한 안상수 미래통합당 후보의 선거 유세 지원 현장에서 윤상현 무소속 후보를 향해 “출마를 접으면 복당을 허용하겠으나 끝까지 분열한다면 영원히 복당은 없다”고 밝혔다. 미추홀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미 나온 상태다. 박 위원장의 발언에 등장한 ‘분열’은 곧 ‘후보 난립은 필패(必敗)’라는 점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주·부여·청양에서도 정진석 미래통합당 후보와 김근태 무소속 후보가, 포항남·울릉에서는 미래통합당의 김병욱 후보와 무소속 탈당파 박승호 전 포항시장이 ‘단일화 압박’을 받고 있다. 경기 수원정의 홍종기 미래통합당 후보와 무소속 탈당파 임종훈 후보 역시 같은 상황이다. 이미 여론조사는 진행됐다. 김희곤 미래통합당 후보와 무소속의 진성호 후보가 출마한 부산 동래구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영등포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정현 후보도 물망에 올랐다. 미래통합당의 박용찬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까지 가세하고 있어 ‘단일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구로을에서는 김용태 미래통합당 후보의 단일화 열망이 뜨겁다. 김 후보는 무소속 강요식 후보와의 보수 야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해 왔었다. 김 후보는 “강 후보가 원하는 여론조사 요건을 최대한 맞추며 단일화를 이루려 했지만 안 됐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단일화 여부가 주목된다.

경기도 파주갑 또한 ‘단일화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파주갑에 신보라 최고위원을 전략 공천했는데, 김정섭 기독자유통일당 후보가 지난달 18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보라 미래통합당 의원을 심판하려고 한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역구 후보는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기독자유통일당은 지역구 후보를 낸 이후인 지난 9일, 양세화(종로구)·서보구(오산시)·이주애(안양동안을) 후보가 사퇴의사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존중한다’고 주장했던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 역시 ‘단일화 압박’을 받고 있다. 최근 3년 간 ‘정통 보수’임을 자처하면서 선명성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지난달 4일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이 공개되면서 진퇴양난(進退兩難)의 국면에 몰렸기 때문이다. 그가 출마한 대구 달서병에는 현재 미래통합당의 김용판 후보도 함께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단일화’ 요구를 안팎으로 받고 있다. 만약 이들이 단일화 하지 않을 경우, 앞서 언급했던 ‘후보 난립에 따른 패배’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을 바라보는 정치권 안팎의 시각은 어떨까.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회의에서 고심하고 있다. 2020.01.30. [뉴시스]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회의에서 고심하고 있다. 2020.01.30. [뉴시스]

 

총선까지 불과 3일…이제 남은 것은 ‘결단’

중도·보수 세력의 신설합당으로 지난 2월17일 출범한 미래통합당은, 올해 1월부터 이재오 전 장관을 필두로 하는 국민통합연대와 이를 중심으로 하는 재야단체 연합체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시대연)’에서부터 출발했다.

당시 ‘혁신통합추진위원회(이후 통합신당준비위원회)’는 야당 의원들과 재야 인사들을 모두 모은 범(凡) 중도·보수 세력으로 알려진 가운데, 법률지원단장을 맡은 이헌 대한법률구조공단 전 이사장이 실무를 맡아 그 동안 사분오열 찢어졌던 진영의 쇄신을 위한 실무를 맡았다. 내부에서 직접 ‘혁신’과 ‘통합’을 다뤄왔던 그가 바라보는 ‘단일화’에 대한 견해는 어떨까.

지난 11일 저녁, 이 전 단장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총선을 앞두고 올해부터 통합신당준비위원회의 법률지원단장을 맡았기 때문에 ‘단일화’에 대해 남다르게 보고 있다”며 “그런데 공천 이후부터 점점 불안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그는 “거대 야당의 중도보수 통합과 혁신 공천이 국민의 기대에 완전히 부합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 전 단장은 이날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야당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선거일까지 불과 3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단’이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론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자유진영 후보들의 ‘단일화 성공’이 전제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자유 진영 후보가 난립하고 있는 지역구에서 여론조사의 오차범위 이상으로 난전을 벌이고 있는 거대 야당의 후보들을 사퇴시키면서, 거대 야당 후보들에게 뒤처진 무소속 후보들에게도 사퇴를 요청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선명성’ 보다는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한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것.

또한 이 전 단장은 이날 기자에게 “이번 총선은 현 정권에 대한 평가인데,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앞으로 남은 기간도 현 정부에 맡길 자신이 있느냐”며 “정말 비장한 각오로 이번 선거에 임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 반드시 단일화를 성공시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후보 단일화’ 작업에 뛰어든 서경석 목사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지지율이 10%이면 선거비용의 50%를, 15%면 100%를 상환 받는다. 사퇴할 경우 모든 선거 비용을 자기가 부담해야 하므로 완주하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패배할 것”이라며 “많은 후보가 자신이 사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들어간 돈이 얼마인데...’라며 계속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목사는 “다만, 일부 지역구의 경우 단일화 되면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일 ‘시대연’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지금부터 자유 진영 후보들 ‘결단’만이 남았다“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시대연’은 지역구에서 출마를 결심한 보수 진영의 여러 후보들에 대해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설득하고 있다”며 “지금은 어느 당 소속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후보가 해당 지역구에서 얼마나 신망 받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관계자는 “한 지역구라도 절박한데, 단일화 실패로 표심이 분산돼 선거에서 패배하면 문재인 정권 심판은커녕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지난 9일 국가원로회의 94호 서신인 ‘국가원로 대국민 호소문’이 공개됐다. 이번 서신은 장경순 국가원로회 명예총재를 비롯한 강창희 전 국회의장,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노재봉 전 국무총리, 박관용 전 국회의장, 백선엽 전 육군대장,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엄신형 전 한기총회장, 이계성 대수천대표, 이회창 전 국무총리, 정재호 민족중흥회회장, 정홍원 전 국무총리, 홍일식 전 고대총장 등 13명의 국가원로이 참여해 작성했다. 서신은 “4.15 총선을 '자유'를 지키려는 세력과 없애려는 세력의 대결로 규정, 온 국민이 한 점 후회없는 투표로써 자유를 지켜줄 것을 호소한다”며 “투표권을 행사함으로 자유를 굳건히 지켜달라”고 전했다.

총선까지 불과 3일이 채 남지 않았다.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단일화’를 앞두고 후보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짙은 안개가 11월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감싸고 있다. [뉴시스]
짙은 안개가 11월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감싸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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