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몇년 전,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엄마와 함께 산부인과 진료실에 들어선 예은(가명)이가 생각난다. 산부인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연령대의 환자이기에 ‘무슨 문제로 병원에 온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앞섰다. 보호자는 “하나뿐인 딸인 예은이가 얼마 전 첫 생리를 했고 예은이 본인에게도 처음인 초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무엇이 달라지는지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서 병원에 오게 되었다”고 하였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꽤 오래 진료실을 지켜오면서 처음 듣는 질문이었을 만큼 청소년기에 산부인과를 찾는 경우는 드물지만 자기 몸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정확히 알고 대비하기 위해 전문가를 찾아온 예은이가 반가웠고 앞으로 더 많은 친구들이 같은 이유로 산부인과를 찾아 올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시작해본다.  

10대 청소년의 경우 이차성징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더군다나 초경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리불순이나 생리통 등의 문제로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0대 소녀들이 스스로 산부인과를 찾기는 어렵기 때문에 보호자가 산부인과에 대한 선입견을 줄여 준다는 책임감으로 함께 산부인과를 찾아 기본적인 문진과 검진 과정을 알려 여성건강의 기본을 잘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기에 자주 생기는 산부인과적 증상과 필요한 검사들에 대해 알아보겠다.

초경을 시작하는 적정 나이는 만 11~13세이다. 2차 성징이 없는 경우 만 13세까지, 2차 성징이 있는 경우 만 15세까지 초경이 없으면 문진, 신체검사 및 호르몬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만 7세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경우 성조숙증을 진단할 수 있는데, 성조숙증의 경우 뼈의 성장판이 일찍 닫히게 되어 최종 키가 작을 것으로 예상되고 뇌병변, 난소종양, 갑상샘 이상, 외부 호르몬 노출 등의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뉴시스]
[뉴시스]

정상적으로 초경을 시작했더라도 처음 1~2년 동안은 생리 주기가 불규칙할 수 있으므로 2~3개월 건너뛴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으나 무월경 기간이 너무 길어지거나 생리 기간이 2주 이상 길거나 월경과다가 동반되는 경우에는 자궁 초음파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고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청소년기에 생리통에 시달리는 경우 “엄마도 그랬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져”라고 쉽게 여겨 방치해서는 안 된다.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고 진통제 복용으로도 통증이 지속되면 드물게 난소 낭종이나 자궁질환 또는 처녀막 폐쇄와 같은 선천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하다.

청소년기에도 질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질염은 성관계 경험이 없더라도 면역력이 떨어지고 통풍이 되지 않는 환경, 즉 꽉 끼는 옷을 입거나 팬티 라이너나 생리대를 오랜 시간 사용하는 경우 생길 수 있다. 특히 장시간 스타킹을 신고 학교에서 앉아 있는 중고등학생의 경우 질염이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질 분비물의 양이 많고 냄새가 나거나 간지러운 경우 산부인과에서 실질적인 내진 없이 검사가 가능하며 처방약을 복용하면 치료가 되므로 병을 키우지 말고 내원하도록 한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청소년기에 반드시 산부인과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위해서다. 자궁경부암은 성관계를 통한 인유두종바이러스(HVP)의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암이며 예방접종으로 사용되는 백신은 지금까지 전 세계 65개국에서 국가 예방접종으로 도입된 상태로 약 2억 건 이상 접종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2016년 6월부터 만 12세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2회 무료 예방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HPV 백신의 효과가 성 경험 이전의 9~15세에 접종 시 최적의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예방접종을 받기 전 컨디션 확인을 위한 기초체온 측정 및 간단한 신체검진이 필요하며 예방접종 후 알레르기 반응을 대비해 접종 후 20~30분 동안 접종기관에서 안정을 취하며 이상 반응이 있는지 확인 후 귀가하는 것이 좋다.
<윤호병원 부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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