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편집=김정아 기자/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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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프리랜서 이화자  기자] 남들이 가지 못한 곳을 가고 나면 조금은 더 완전한 내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기에 매번 힘들어도 ‘조금 더 깊은 곳’으로, ‘조금 더 멀리’를 꿈꾼다. 파키스탄의 라호르, 이슬라마바드, 탁실라, 미나핀을 지나 여행자의 로망 훈자마을까지. 다시 국경 마을 소스트를 지나 중국의 파미르 고원을 넘어 카스Kashgar까지. 이름조차 낯설기만 했던 곳들은 그 후 조금은 더 의미가 담긴 이름으로, 조금은 아는 얼굴로 다가온다. 문득 어느 영화나 다큐에서 이들 지명이라도 발견하게 된다면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할 것 같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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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한없이 순박하고 친절한 사람들

파키스탄에 간다고 하면 모두가 “그 위험한 곳을 왜” 라고 묻곤 한다. 그러나 여행 좀 해 본 사람은 안다. 그 위험한 곳이라는 곳은 일부이며, 알고 보면 외국인에겐 휴전선이 엄연히 존재하는 대한민국이 가장 위험한 나라로 여겨진다는 것도, 파키스탄 또한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은거하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는 것도 말이다. 다소 위험하다고 알려진 나란Naran-길깃Gilgit-카리마바드Karimabad 구간에서는 총을 소지한 파키스탄 경찰이 직접 동승하여 보디가드까지 해주니 세상 어디에서 이런 경험을 해 볼까 싶다.

라호르 사람들은 외국인을 잘 못 보는 탓인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쑥스러운 듯 여행자에게 다가와 함께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다른 곳에서라면 여행자가 현지인의 사진을 담으려고 온갖 선한 표정을 지어야 하는 것과 정반대다. 그들의 요청 방식 또한 치근덕거리는 게 아니라 너무도 예의 바르고 조심스러워서 조금도 기분이 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 사람과 사진을 찍고 나면 자신도 함께 찍자며 남녀 할 것 없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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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자의 블랙홀이라 불리는 훈자마을

여행자들 사이에서 샹그릴라, 혹은 블랙홀이라 불리는 훈자마을은 나의 오랜 꿈이었다. 과연 그 멀고 험한 곳에 내 발길이 닿는 날이 올까 궁금했었다. 그러나 꿈꾸는 것은 언젠가 이루어지는 법.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난 훈자마을에 있었다. 왜 이미 다녀온 여행자들이 그토록 ‘훈자훈자’ 했는지 이해가 가고도 남을 만큼 훈자마을은 신비롭다.

사방이 6천 미터가 넘는 설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아래엔 빙하가 녹은 잿빛 강이 흐른다. 쭉 뻗은 녹색의 사이프러스 나무들 사이에는 살구가 주렁주렁 익어가고, 지붕위에 살구를 널어 말리는 소박한 집 안에는 한없이 친절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빙하와 녹색의 나무 그리고 그 아래 마을이라니, 뭔가 한 장면에 모두 넣기 불가능할 것 같았던 장면이 한눈에 담기니 현실인 듯 아닌 듯 몽롱해진다. 마치 컴퓨터로 합성한 모습 같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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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을 틀면 흙탕물이 나오니 생수로 양치질을 해야 하고, 처음엔 샤워하기도 머뭇거려진다. 그러나 그게 더러운 물이 아니라 빙하가 녹은 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아무렇지 않게 샤워를 할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지상에서의 완벽함이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토록 비현실적인 풍경에 물까지 완벽했다면 그건 이 세상의 것은 아닐 테니까. 훈자에서 360도로 고봉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파노라마 전망대 이글네스트Eagel Nest에 올라섰다. 세계에서 27번째 높은 봉우리 라카포시Rakaposhi, 해발 7788미터 고봉을 비롯하여 여자의 손톱처럼 생겼다고 해서 레이디핑거피크(Ladyfinger Peak)라 불리는 봉우리, 훈자피크, 골든피크 등 기상천외한 모양과 압도적 높이의 고봉을 보고 있노라니 이후론 어떤 산을 본다고 해도 감흥이 없을 것 같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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