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이 아닌 자연치아를 자가 이식하는 새로운 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특히 이에 대한 연구와 기술의 발달은 발치 후 치아의 장기보관과 타인의 치아이식도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나아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자연치아의 제작과 이식의 시대도 멀지 않았음을 예고하고 있다.임플란트라고 불리는 인공치아이식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비해 자연치아이식이 크게 각광을 받지 못했던 것은 높은 실패율 때문이었다.치아이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옮기려는 치아의 뿌리 표면에 있는 치근세포가 잘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치아이식은 다른 장기이식과 달리 치아를 새로 심으려는 부위가 뼈로 되어있기 때문에 옮기려는 치아의 모양에 맞도록 뼈를 잘 다듬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치과의사들은 그동안 옮기려는 치아를 뽑은 후 뽑은 치아를 가지고 그 모양에 맞게 수용 부위의 뼈를 다듬었고 이 과정에서 치아가 보통 30분~1시간 정도 공기 중에 노출됨으로써 치근세포가 죽게 되어 이식을 해도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연세대학교 치과대학병원 이승종, 김의성, 차인호교수 팀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한 끝에 컴퓨터를 이용한 급속 조형술(Computer Rapid Prototyping)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은 옮기려는 치아를 뽑지 않고 그대로 둔 상태에서 방사선 사진을 바탕으로 컴퓨터를 이용, 치아모양을 그대로 복제한 뒤 이를 이용하여 먼저 옮기려는 부위의 뼈를 정교하게 다듬은 후에 치아를 뽑아 이식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여 옮기려는 치아의 공기 중 노출시간을 평균 7.6분으로 단축함으로써 치근세포가 제대로 살 수 있게 하였고, 특히 시간을 두고 정교하게 뼈를 다듬을 수 있어서 이식부위와 이식치아의 간격을 1mm이하로 딱 맞게 이식하여 줌으로써 생착률을 크게 높인 것이다.

이렇게 연세대학교 치과병원 치아이식 팀이 시술한 자연치아이식은 1997년부터 현재까지 총 500여건(가족간 치아이식 14건 포함). 이 중 95%가 현재까지 아무 탈없이 자연치아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이식 후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만에 정상적인 식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이 빠르다고 한다. 자연치아의 이식은 임플란트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가장 큰 장점은 금속 등 이물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물반응이 없고 음식물을 씹을 때 자연스런 느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식한 치아는 일단 생착을 하면 다른 치아와 똑같은 관리만 하면 된다. 둘째로는 치유나 적응기간이 매우 짧고 비용도 저렴하다는 것이다. 임플란트는 1개에 300만~400만원이지만 자연치아이식은 200만원이면 가능하다.

임플란트에 비해 치료기간도 짧은 것이 장점이기도 하다.그러나 자연치아이식은 치아의 모양과 크기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수술이 까다롭다는 점, 사랑니를 비롯하여 남아있는 여분의 치아가 없을 때 이식할 치아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남아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의 치아를 이용하는 동종이식도 선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이 경우에는 면역검사와 간염검사에서 이상이 없어야 가능하다. 연세대학교 치과병원에서는 타인의 치아를 이식하는 방법을 발전시키기 위해 치아를 장기 보관하는 치아은행운영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는데 구강병리학의 김 진 교수 팀은 치아의 동결보관을 통한 상당기간의 장기보관가능성에 접근하고 있다.

또 줄기세포를 이용한 자연치아의 제작에도 연구를 집중시키고 있는데 연세대학교 구강조직학의 정한성 교수 팀은 이미 2년 전 쥐의 치아세포를 이용하여 자연치아의 실험제작에 성공한 바 있어 사람에게서도 조직공학적으로 맞춤치아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고 있다.이승종 교수는 “자연치아의 이식은 연령에 관계없이 건강한 사랑니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받을 수 있고 본인의 사랑니가 없는 경우에는 가족이나 친지의 치아도 사용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며 “잇몸 뼈가 너무 나쁘거나 당뇨병 등 심한 내과적 질환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하루에 모든 수술을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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