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지역구 및 비례대표 후보들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2020.04.15. [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지역구 및 비례대표 후보들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2020.04.15. [뉴시스]

 

[일요서울] 사상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 최대 수혜가 예상됐던 정의당이 제21대 총선에서 사실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게 됐다.

지역구는 오히려 1석 줄어들 위기에 처했고 비례대표 역시 적게는 4석, 많게는 8석에 그치는 결과가 예측되면서다.

15일 오후 6시15분께 발표된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의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모두 합쳐 5~7석(KBS), 5~6석(MBC), 4~8석(SBS)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정의당 의석은 지역구 2석, 비례대표 4석 등 총 6석이다.

일단 지역구에서 당선이 예상되는 후보는 경기 고양갑에 출마한 심상정 대표다. 심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 39.9%로 이경환 미래통합당 후보(32.9%)를 제치고 1위를 점한 상태다. 비례대표 포함 4선을 바라보게 됐다.

다만 승산이 있다고 본 현역의 경남 창원성산 여영국 후보(35.7%)는 강기윤 통합당 후보(48.1%)에 밀리며 지역구를 뺏길 위기에 놓였다. 인천 연수을에 출마한 이정미 후보(17.1%)는 거대 양당의 '경합' 속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비례대표 역시 목표치를 크게 밑도는 4~8석에 불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만 해도 이번 총선에선 특히 선거제 개혁을 적극 추진했던 정의당이 약진할 것으로 관측됐다.

정당 득표율만큼 지역구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 중 일부를 우선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 증가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그간 정당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은 부진했다.

이같은 전망에 힘입어 정의당은 20% 이상 정당 득표와 원내 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을 이번 총선의 목표로 삼고 올해 초부터 로드맵을 차근차근 진행해왔다.


지역구는 심상정(경기 고양갑), 여영국(경남 창원성산) 등 현역 의원은 물론 윤소하(전남 목포), 이정미(인천 연수을), 김종대(충북 청주상당), 추혜선(경기 안양동안을) 등 비례대표 의원까지 총 77명을 후보로 출마시켰다.

비례대표의 경우 처음으로 일반 국민 투표를 경선에 도입해 총 29명의 후보를 확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악재가 잇따랐다. 통합당이 비례정당 미래한국당을 창당하고 더불어민주당도 통합당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비례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면서다. 진보정당을 표방한 열린민주당도 비례 정당 행렬에 가세했다.

정의당은 '원칙'을 강조하며 비례 연합정당 불참 의사를 명확히 했지만 지지율은 계속 하락했다. 통상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정의당을 지지하던 진보성향 지지층의 선택이 다른 비례정당으로 분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비례 1번 류호정 후보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리게임 논란, 비례 6번을 받았다가 사퇴한 신장식 후보의 음주 및 무면허 운전 전력도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 그즈음 정의당 지지율은 3.7%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의당의 지지층 이탈은 무엇보다 지난해 9월 이른바 '조국 사태' 국면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간 공정과 정의를 외치던 정의당이 각종 의혹에 휩싸였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사실상 '적격' 판단을 내린 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단 정의당은 출구조사 결과와 실제 개표 결과는 차이가 있다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모습이다.


심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애써 미소를 지은 채 "여러분, 우리 최선을 다했죠"라며 후보들과 당직자들을 격려했다.

이어 "비례 위성정당으로 아주 어려운 상황에서 선거를 치렀지만 정의당은 최선을 다했다"며 "이제 결과는 하늘의 뜻, 국민이 결정해주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총선 예측 조사가 그동안에도 많이 틀렸다. 실제는 훨씬 더 나은 결과가 나올까 기대해본다"며 "끝까지 지켜보자"고 화이팅을 외쳤다.

다만 이번 총선 결과로 지난해 7월 취임한 심 대표는 1년도 채 안 돼 '리더십'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지역구 후보는 심 대표 1명만 살아남은 데다 비례대표 의석도 당초 목표치를 크게 밑돌게 됐다.

정의당의 '진보정당 20년' 꿈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과 노동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정의당의 입지가 의석수 감소와 함께 대폭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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