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은 아무 문제없이 학교에 잘 다니던 모범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늦잠을 자서 어렵게 깨워 밥을 먹게 하고 학교에 보내려는데, 졸립다면서 다시 자기 방에 들어가 자는 것입니다. 몸이 안 좋은가 보다 하고 그날은 집에서 쉬게 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것입니다. 걱정이 돼서 어디가 아픈지 물어 보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을 지내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갔습니다. 이상했지만,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비슷한 일이 3개월마다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입니다”이 남학생은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식곤증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꾸벅꾸벅 조는 사람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졸음이 많은 것을 가지고 ‘병’이라던가 또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졸음도 지나치면 단순 과로가 아닌 수면질환일 수도 있다. 위에 제시한 학생의 경우도 일종의 수면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잠을 많이 자는 것이 문제이고, 이러한 임상증상을 ‘과수면증’이라고 한다. ‘수마’라는 말이 암시하는 것처럼, 오는 잠을 쫓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과수면증’은 신경계 및 내과계 질환을 포함하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야기될 수 있으나, 그 중 가장 중요한 원인은 기면병과 수면무호흡증후군이다. ‘기면병’은 주로 청소년기에 시작되기 때문에, 수업 중 너무 많이 조는 학생이 있다면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이 병의 또 다른 중요한 증상은 갑작스러운 무기력증, 소위 탈력발작이다. 심하게 웃거나 화를 내거나 흥분하는 등 감정변화의 자극으로 갑자기 근육이 이완되어 쓰러지는 경우를 말한다. 이외에 잠이 들려고 할 때나 깨기 전 전신근육이 마비되면서 공포심을 느끼게 되는 수면마비, 잠이 들 때 환각을 보는 입면환각 등의 증세가 동반되기도 한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후군은 수면 중 숨을 들이 쉴 때 일시적으로 기도가 막혀서 숨을 원활히 쉬지 못하고, 자주 잠에서 깨거나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병이다. 이로 인해 낮에 무척 피로하고, 기억력 또는 판단력이 저하되며, 주의력이 산만해 지거나 지나친 졸음으로 인해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주로 비만증, 음주, 고령 등에서 많이 발병하고, 폐쇄성 폐질환, 코뼈가 휜 경우, 편도비대증, 대설증 등과 같은 구조적 이상이 있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앞서 언급했듯이 잘 조는 것이 과연 생리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병적인 임상증상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자가 진단으로 자신의 졸음 현상을 판단하고 병적이라고 생각되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의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수면증을 진단하고 원인을 찾기 위해서 수면다원검사와 수면잠복기반복검사를 시행하며,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기면병은 현대 의학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지만, 그 증세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학생인 경우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중추신경자극제는 과수면증을, 항우울제는 탈력발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상황이 허락한다면, 하루 중의 일정시간에 낮잠을 자는 것도 매우 유효하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후군은 비만, 음주, 안정제를 먹는 등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우선 이를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도 좋아지지 않는다면, 기구를 사용하는 방법과 수술적 방법을 고려한다. 전자는 코 위에 마스크를 밀착하여 수면을 취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압력을 지닌 공기를 불어 넣어서 기도의 폐쇄를 방지하는 방법(지속성 비강기도 양압 호흡기)이고, 후자는 비강수술, 구개수구개인두성형술, 레이저 코골이 수술 등이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상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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