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사진=뉴시스>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 [뉴시스]

 

[일요서울] 가사도우미와 비서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준기(76) 전 동부(DB)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17일 피감독자간음 및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김 전 회장은 이날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판사는 김 전 회장에게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장애인 복지시설 각 5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이 판사는 “피해자 진술 내용 자체에서 모순되거나 기록상 드러나는 사실관계와 모순되는 부분을 발견하기 어려워 진술 신빙성이 높다”며 김 전 회장의 강제추행과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를 모두 유죄 판단했다.

이어 “김 전 회장은 사회적으로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야 할 그룹 총수의 지위에 있음에도 그런 책무를 망각한 채 피해자인 별장의 가사도우미와 비서를 여러 차례 추행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모두 김 전 회장의 지시에 순종해야 하는 관계이고, 내부 사정을 드러낼 수 없는 취약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라며 “김 전 회장은 이런 사정을 악용해 범행을 저질러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판사는 “김 전 회장은 미국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수사기관의 수사에 응하지 않았고, 이후 뒤늦게 귀국해 체포됐다”면서 “범행 후 정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회장이 피해자들로부터 모두 용서를 받았다”면서 “김 전 회장은 대부분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75세의 나이를 갖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2017년 사이 별장의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거나 비서 등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피해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김 전 회장의 범행을 거부할 경우 불이익이 염려돼 거부하기 어려운 지위에 있었고, 김 전 회장이 이같은 지위를 이용해 위력으로 간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 질병 치료 명목으로 미국으로 떠났다가 출국 이후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곧장 국내로 돌아오지는 않아 약 2년 동안 수사가 진척되지 못했다.

사실상 도피행각을 벌이던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서 귀국했다. 출국한 지 약 2년2개월 만이었다. 김 전 회장은 공항에서 바로 체포돼 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김 전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앞서 검찰은 “범행 내용과 죄질, 범행 인정 및 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김 전 회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지근거리에 있던 여성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에 대해 대단히 후회하고 반성한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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