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접어들며 제법 일교차가 커졌다. 추석 귀향길은 장시간 여행으로 피로가 쌓인다. 고향에 도착해 모처럼 반가운 친지·친구들을 만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과음·과식을 일삼는다. 동시에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찾아왔다. “아이고~배야~”풍성하게 차려진 추석 음식을 아무 생각 없이 먹다보면 과식·급체로 인한 설사·배탈로 고생할 수 있다. 즐거운 추석, 건강하고 유익하게 보낼 수 있는 건강비법을 알아보자.명절 때는 과식으로 인한 배탈이나 급체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급체에는 위장 운동을 강화하는 소화제가 효과적이지만 무엇보다 하루정도 먹지 않고 위를 비우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상태가 좋아진 후에는 죽과 미음 등 부담이 적은 음식을 먹는다.한의학에서는 배가 항상 따뜻해야 소화도 잘되고 배탈도 나지 않는다고 한다. 즉 항상 배가 따뜻하면 위로 들어가는 혈액이나 기의 순환이 원활하게 돼 위장의 기능이 튼튼해지고 저항력도 높아진다. 때문에 차가운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은 위장을 차갑게 해 기혈의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으므로 배탈의 가능성이 높다. 과도한 식사 후엔 시원한 수정과를 마시는 게 좋다. 여기에는 반드시 성질이 따뜻한 계피를 넣어 수정과가 너무 차지 않도록 먹으면 배탈을 예방할 수 있다.입추를 넘어섰지만 추석의 한낮 기온은 여름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로 인해 미리 만들어 놓은 음식이 상해 세균성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 식중독으로 인한 배탈 시 가장 괴로운 증상은 설사. 설사를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지사제를 먹지만 지사제를 복용하면 나쁜 균들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치료가 늦어진다. 지사제 대신 깨끗한 물과 이온음료 등을 충분히 마셔 수분을 보충하면서 균을 빼주는 것이 좋다. 배에 가스가 차면 가스배출제나 가스흡착제를 먹는다. 또 설사가 일어나면 기름기 있는 음식은 피하면서 보리차 꿀물 이온음료 등으로 수분과 열량을 보충해 준다.설사는 대부분 1∼2일 만에 낫지만 고열이 나면서 3∼4일 이상 지속되면 이질이나 콜레라 등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병원에 가도록 한다. 심한 배탈에는 정맥으로 수액을 투여하고 항생제와 다량의 유산균제제를 처방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혹은 민간요법으로 창출이나 약쑥을 다려 복용하는 것도 좋다. 이런 약들은 성질이 따뜻해 복용하게 되면 막혔던 위장의 기혈이 잘 소통되도록 해 복통을 없애주고 소화를 촉진한다.

서양의학적으로는 이런 약들은 위장 내 효소의 분비도 촉진하고 장관 내 이상 발효 물질도 없애주고 위장 안에 과다하게 정체돼 있는 수분의 양도 조절, 복벽의 긴장도 풀어줘 복통을 없애준다. 그러나 치료에 앞서 예방이 우선. 추석 음식을 섭취할 때 음식 상태를 확인하고 과식은 금물이다. 또 배가 따뜻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므로 취침 중에 배를 덥고 자고, 자주 배를 손으로 문질러 배를 따뜻하게 해 기혈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좋다. 특히 평소 철저한 식사요법으로 혈당 혈압 혈중지질농도를 관리해오던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신장질환 환자들도 명절연휴 때는 과식이나 과음하기 십상이다. 또 대부분의 명절음식은 칼로리가 높다. 참고로 송편 1개(20g)는 40칼로리로 8개를 먹게 되면 밥 한공기와 같다. 때문에 식사를 할 땐 골고루 천천히 먹고, 나물이나 야채를 더 많이 섭취하는 게 좋다. 한편 고혈압이나 심장병 환자는 소금기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체내에 수분이 지나치게 고이면서 울혈성 심부전에 빠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 과식하면 ‘병’, 잘 챙겨먹으면 ‘보약’ ”

한의학 전문의들은 추석 때마다 습관적으로 먹는 송편, 토란탕, 삼색나물, 차례상 과일 등은 겨울을 앞두고 여름 내내 지친 몸을 다스리고 추위에 대비할 수 있는 건강보조식품이라고 말한다. 추석음식을 과식하면 병이 되지만 잘 챙겨먹으면 ‘보약’이 되는 법. 몸에 좋은 추석음식들을 꼼꼼히 챙겨 먹어보자.

△송편=솔잎을 깔고 떡을 찌기 때문에 붙은 이름인 송편. 솔잎을 깔고 송편을 찌는 이유는 단순히 향긋한 솔잎의 향기를 즐기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솔잎을 이용해 떡을 찌면 식물이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발산하는 ‘피톤치드’를 떡과 함께 섭취할 수 있다. 피톤치드를 사람이 섭취하면 몸에서 진통·구충·항생 작용 등을 하고 진정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피톤치드의 성분중 하나인 테르펜은 사람의 자율신경을 자극하고 성격을 안정시키며 내분비를 촉진시킬 뿐 아니라 감각계통의 조정 및 정신집중 등에 효과가 있어 ‘숲속의 보약’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송편에 들어가는 참깨는 한방에서는 모든 장기의 기능을 좋게 하고, 귀와 눈을 밝게 하며 변비에도 효과가 있다.

△토란탕=예부터 서울·경기 지방의 대표적 추석 별미인 토란은 소화를 돕고 변비를 예방하는 성분이 포함돼 있어 떡이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 탈나기 쉬운 추석에 사랑받아온 음식이다. 또 급성염증, 임파선염, 종기, 피부염, 치질, 벌레물린 곳에 토란을 짓이겨 사용하기도 하는 등 먹기도 하고 약으로도 사용하는 ‘팔방미인격’ 식품으로 사랑받아 왔다.또 토란에는 천연성분의 멜라토닌이 많이 들어 있어 장거리 비행기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시차부적응 현상을 줄여주며, 점점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는 시기인 추석에 몸이 편안하게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삼색나물=추석상에 자주 오르는 나물은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등이다. 삼색나물은 식물인데도 단백질이 풍부한 편이어서 단백질을 자주 섭취할 수 없었던 조상들이 즐겨 찾던 나물이다. 게다가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콜레스테롤도 피할 수 있으면서 양질의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건강식품이다. 도라지는 감기 등 호흡기질환에 좋고, 고사리는 설사, 해열, 이뇨제로, 비타민C가 풍부한 시금치는 술독을 없애고 피부를 윤기나게 한다.

△차례상 과일=가을을 대표하는 감과 포도는 각각 설사를 멎게 하고, 배탈을 낫게 해주며 소화를 촉진하는 등의 기능이 있다. 특히 감은 고혈압환자가 간식으로 먹으면 좋고 연휴기간 중 과음으로 인한 숙취해소에 효과가 있다.은행은 결핵치료약으로 유명하고 잣은 특유의 불포화지방산이 혈압을 내려주며 힘을 나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

△대추·밤= 대추는 환절기에 해당하는 추석기간을 전후로 한 시기에 감기를 예방해주기도 한다. 연휴기간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이용해 여행하는데 이때 차멀미를 하는 사람은 생밤을 먹으면 멀미를 예방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