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결과가 너무 무섭고 두렵지만, 당선된 분들이 국민들께 한없이 낮은 자세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국난 극복에 헌신해 주리라고 믿는다“

180석 단독 거대 집권여당 탄생이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야인 복귀’를 예고하며 밝힌 총선 결과에 대한 첫 소회다. 당대표의 말은 아니지만, 이 한마디가 21代 총선 결과에 대한 정곡을 찌르는 표현이라 인용해 보았다. ‘경제파탄’, ‘정권심판’을 내건 미래통합당은 개헌 저지선을 겨우 넘겨 103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어떤 이들은 ‘여당 180석 예측론’이 대두되어 보수 세력의 급격한 막판 견제심리가 작동 안 했으면 그냥 앉아서 200석을 내줄 수도 있었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한다.

지난 20代 총선, 2017년 탄핵 직후 대선, 2018년 지선에 이은 4번째 민주당의 ‘릴레이 승리’에도 불구하고 보수야당은 ‘처절한 보수 개혁’과 영남권을 넘어선 ‘외연 확장’엔 눈길도 안 돌려 결국 몰매를 맞았다. 초상집 앞에 가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듯이 패자에 대한 패인 분석은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기에 거두절미하고자 한다.

총선을 두고 이런저런 수많은 분석과 특징을 제시한들 코로나 국난 속에서 ‘파란 물결’로 뒤덮은 집권여당의 압승을 설명하기엔 부족할 것이다. 패배의 변명 역시 어떠한 것도 설득력이 없듯이 승자 앞에선 그저 이길 만하니 이겼다는 게 솔직한 말일 것이다. 다만, 21代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이자 ‘상처’는 짚어 보는 게 좋을 듯하다. 필자는 무엇보다 호남의 ‘무서운 정치의식과 민심’을 손꼽아 본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탄생시키고 호남 유력 정치인들의 정치생명을 연장시켜 주었던 호남이 일거에 ‘민생당’을 괴멸시켰다. 그 어떤 정당의 살생부나 개혁공천보다 가공할 위력을 ‘호남 민심’,‘호남 정치의식’이 단박에 양당체제로 만든 것이다. 다당제 ‘육성보약’처럼 여겼던 준연동형 비례제도 무용지물이었다.그냥 호남은 약속되지 않은 ‘민심’ 하나로 빛나는 별 같은 호남 유력 정치인들을 퇴장시켰다.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둘째는 역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역주의, 연고주의가 부활한 점이다. 호남에서의 보수야당 전멸도 그렇지만 영남권에서 합리적 진보, 개혁적 정치인으로 성장해 온 민주당의 인물들이 지역정서 바람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들에게 시련이라 하기 엔 너무도 큰 아픔일 것이다. ‘지역벽’을 넘어서고자 했던 ‘노무현 정신 승계자’들이기에 더욱 큰 고통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영대결’로 인한 보혁 간의 첨예한 대립구도가 노출된 점 역시 총선이 국민들에게 가져다준 큰 상처다. 초상집에 대해 언급하기 싫지만,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패인으로 언급했던 ‘보수’에만 매달리고 ‘변화’를 못했다는 때늦은 참회가 보수당에겐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코로나 이전부터 미래통합당에 이런 ‘변화의 울림’이 크게 퍼져 정신 차렸더라면, 미래통합당은 보수의 굴레에만 머물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제 집권여당은 총선 승리로 대한민국을 ‘파란 물결’로 뒤덮었다. 민주당이 대통령, 지자체 및 지방의회, 국회까지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3관왕)을 차지했다. 삼성그룹의 위력을 언급할 때 ‘삼성공화국’이라 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민주당 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 공화국’에서 견제 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 권력은 없다.

양정철 원장이 언급한 ‘무섭고 두렵다’는 말처럼, 이제부터 집권여당은 ‘민주당 공화국’이 아닌 진정한 ‘민주 공화국’을 힘차게 일으켜 세워야 할 역사적 책무 앞에 서게 됐다. 사사건건 ‘발목 잡는’ 보수야당과 제3당의 ‘줄타기 협상’으로 개혁과 경제 살리기, 코로나로 무너진 삶의 터전 되살리기가 힘들다는 이유는 설 자리가 없게 됐다.

승리에 도취될 때는 더욱 아니다. 총선 승리로 집권당은 다음 ‘당권’과 ‘대권’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할 것이다. 임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당 청간에 ‘역학관계’와 ‘무게중심’이 대권 주자들의 당권 다툼으로 옮겨가면 ‘당청 갈등’과 ‘대립’으로 불거질 수도 있다. 청와대는 원심력을 힘껏 발휘하며 대통령의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다. 그 원심력을 경제 살리기와 코로나 재난 극복에 모든 역량을 우선 쏟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당에 ‘관리형 당권’이 적합할 수도 있다. 제1야당 103석도 결코 적은 의석은 아니다.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하고 그들과도 ‘윈윈 게임’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집권여당 민주당에게 다시 ‘극복 과제’를 준 것이다. 민주당만의 ‘권력 공화국’이 아닌 참된 대한민국,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을 만들어 가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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