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수 변호사

원자력정책연대 등의 시민단체, 월성 지역주민 등은 지난 6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월성1호기 경제성평가에 대한 감사결과의 발표를 미루고 있는 감사원장을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준 사법기관인 감사원이 행정 권력의 눈치를 보며 총선에 개입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한수원의 불성실한 자료 협조로 인해 감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이미 한수원의 컴퓨터까지 압수해 모든 자료를 확보하였기에, 자료미비를 핑계댐은 납득하기 힘들다. 어쩌면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감사원이 대통령 밑의 직속기구라는 사실이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 

현 체제에서는 감사원도 인사권자인 대통령 입맛에 맞게 감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감사원과 청와대, 총리실 간의 인력 순환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월 감사원은 차관급인 신임 감사위원에 국무총리실의 임찬우 국무조정실장을 임명하였고, 청와대는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의 후임으로 감사원의 이남구 공직감찰본부장을 임명하였다. 결국 감사원과 청와대, 국무총리실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사실 감사원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감사를 발표하다가, 정권이 바뀌면 과거의 감사결과를 뒤엎는 것은 흔한 일이다. 과거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무려 네 번이나 번복되었다. 

첫 번째 감사는 이명박 대통령 재임기간인 2010년에 수행되었는데, 역시나 사대강 사업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감사는 박근혜 대통령 재임기간에 수행되었는데, 수질과 보의 내구성에 문제가 있고, 업체 간에 일부 담합이 있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네 번째 감사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2018년에 수행되었는데, 사업타당성도 형편없었고 환경에도 안 좋은 부실사업이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렇듯 정권의 눈치를 살피는 감사이기에 정권이 바뀌면 감사결과도 같이 바뀐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떠한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등의 대다수 유럽국가들은 과거 감사원이 행정부 소속이었던 적이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이다.  프랑스는 2001년에 재정조직법을 제정하여 감사원이 행정부는 물론 의회로부터도 독립된 기관임을 천명하였고, 스웨덴은 2003년에 감사원을 의회 소속으로 이관하였다. 

또한 미국은 회계감사원이 의회 소속으로서 정부의 예산 및 정책에 대한 평가를 담당한다. 결국 민주주의가 발달한 선진국들은 감사원이 독립적으로 행정부를 견제 감시한다. 반면 부패가 많은 나라는 감사원이 제 기능을 못하며, 대개 대통령이 감사원을 직접 통제한다. 우리나라 감사원법 제2조는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지닌다.'라고 규정한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결국 행정부를 견제하는 감사 업무를 행정부 밑에서 하라는 이율배반적 법률이다. 결국 감사원이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며, 월성1호기 경제성평가에 대한 감사도 대통령의 눈치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번 4.15총선에서 180석을 석권한 여당은 개헌 빼고는 단독으로 다 할 수 있는 슈퍼권력이 되었다. 하지만 2018년 6.13지방선거 때 압도적 승리에 취해 권력이 중심을 잃고 월성1호기를 경제성조작까지 해서 생매장했던 과오의 전말이 드러났다. 

22개월이 지난 오늘 정부와 여당은 탈원전정책에 대한 주도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할까  국민이 위임해 준 권력에 심취하여 또다시 중심을 잃고 헛발질을 할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정권후반기 대선 정국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탈원전의 주도권이 정부 여당에게는 사용할 수 없는 카드가 될 것이다. 결국 감사원의 월성1호기 감사결과 발표가 차기 대권 가도에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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