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역사적인 대승’을 앞에 두고 자꾸 열린우리당 시절을 회상할 만큼 이번 승리가 두렵고 조심스럽다. 민주개혁진영은 지난 4월15일 치른 선거를 통해 민주당 단독으로 163석, 비례정당을 포함하면 180석, 진보개혁진영 전체 의석 190석을 얻었다. 20대 총선에서의 1당 탈환,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지방선거 압승을 잇는 전무후무한 4연승이다.

이로써 민주당은 한국사회의 최종 권력을 모두 손아귀에 쥐었다. 역할도 바뀌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민주세력에게 주어졌던 역할이 ‘선의의 비판자’에서 ‘최종 결정권자’로 바뀌었다. 180석이라는 의석수의 충격과 함께 온 ‘역사적인 승리’는 DJ당선 이후 서서히 진행되어 온 ‘한국사회 주류교체’를 전 국민이 자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우선 이해찬이라는 버팀목이 사라질 예정이다. 이해찬 대표는 민주당에 질서를 부여해 온 ‘최종 보스’ 같은 존재였다. 튀기 좋아하고 개성 강한 초·재선들에게 이해찬은 ‘엄한 스승’처럼 굴었고, 4선·5선 중진들조차 이해찬 눈치를 봤다. 마지막 임무를 완수한 이 민주개혁진영의 노병은 영예로운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해찬 당대표와 당의 투톱을 이뤘던 이인영 원내대표도 바뀐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살아 온 인생에 비해 캐릭터가 밋밋해 임기 초반 나경원 원내대표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컸다. 이런 우려와 달리 이인영은 패스트 트랙이란 저돌적 수단으로 공수처법, 선거법뿐 아니라 정부예산까지 통과시키면서 흔한 586 정치인이던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였다.

180석을 가진 집권여당 민주당의 투톱을 둘러싼 각축전은 사실 4.15 총선 이전부터 불붙고 있었다. 송영길, 우원식 같은 이들은 자기 지역구보다 지원유세를 더 챙긴다는 말도 들렸다. 이번 총선의 최대 승리자인 이낙연 전 총리도 수많은 정치 신인들의 후원회장 역할을 맡으며 당내 세력기반 마련에 공을 들였다.

당권 물망에 오르내리는 후보군으로는 이낙연, 송영길, 우원식, 이인영, 홍영표, 김두관 등이 있다. 원내대표로는 김태년, 노웅래 등이 오르내린다. 선거를 거치면서 친문 후보는 풍성해지고, 비주류 후보는 걸러졌다. 이종걸, 김부겸, 김영춘 등이 탈락하면서 민주당은 당분간 대통령의 당으로 기능하며 투톱도 이런 역할에 충실할 후보가 유력한 편이다.

당대표는 이낙연 전 총리의 출마 여부가 관건이다. 586들이 송영길 의원을 밀고 있다는 말이 돌지만 이낙연 전 총리에게는 역부족이다. 이낙연 전 총리가 나서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군웅할거의 전당대회를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투표권을 가진 당원, 대의원들은 180석 거대여당에 질서를 부여할 권위와 장악력이 있는 후보를 적임자로 선택할 것이다.

당을 장악한 친문도 원내대표만은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년 의원이 열심히 뛰고 있다는데, 전해철 의원도 욕심을 부려볼 만하다. 이들이 한국사회 주류라는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하는 민주당에 적합한 리더십인지는 알 수 없다. 이들이 몸집만 커진 민주당에 두려움을 이겨낼 용기와 과학적 진단에 근거한 결단력을 부여할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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