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보수에게 2014년 지방선거는 특별하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선거 3개월여를 앞두고 전격 통합해 새정치민주연합이 출범했다. 문재인·안철수 연대가 뜬 것이다. 한 달 후 세월호가 침몰했다. 박근혜정부 거부감이 확산하고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선거전망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야당이 싹쓸이할 것이란 관측이 늘었다.

야당은 ‘세월호 심판’ 선거로 몰고 갔다. 새누리당 후보들은 3보1배, 사죄와 성찰로 선거운동을 대신했다. 차가운 여론은 조금씩 반전했다. 보수 패배감이 여전한 가운데 투표함이 열렸다. 광역단체장은 여야가 고루 나눠 가졌다. 그러나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선거에선 새누리당이 더 많았다. 사실상 보수가 승리한 셈이다.

보수가 예상외로 선전한 데에는 50대가 있었다. 선거 직후 실시된 6월 3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50대 새누리당 지지율은 52%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7%에 그쳤다. 50대 다수가 새누리당 후보를 선택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이하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50대는 5060으로 묶여 보수 정당의 강력한 지지기반이 되어 왔다. 그러나 50대의 보수 정당 지지는 2014년이 마지막이었다. 2016년 총선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선거 직후 실시된 2016년 4월 3주 한국갤럽 여론조사(4월 19∼21일 1004명 대상)에서 50대 새누리당 지지율은 40%에 그쳤다. 국민의당 30%, 민주당 15%를 나타냈다. 당시 국민의당과 민주당은 범진보 성향이었다. 양당의 합은 새누리당보다 많았다. 2016년 총선에서 50대는 처음으로 보수를 벗어난 것이다.
이런 흐름은 2017년 대선에서도 계속됐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50대 민주당 문재인 후보 득표율은 36.9%였다. 한국당(통합당 전신) 홍준표 후보는 26.8%를 획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5.4%를 나타냈다.

2018년 6월 2주 한국갤럽 지방선거 사후조사(6월 14일 1007명 대상)에서 50대 민주당 지지율은 49%로 나타났다. 한국당은 21%에 그쳤다. 민주당 쏠림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한국당은 지방선거에서 역대급 패배를 당했다. 보수 텃밭 영남권에서도 기초단체장, 지방의원이 무수히 배출됐다.

이번 총선에서도 50대가 통합당 대신 민주당에 투표했을 가능성이 크다. 선거 직전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3∼14일 1007명 대상)에서 50대 통합당 지지율은 22%에 그쳐 민주당(4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60대 이상 유권자 비중은 27.3%, 50대는 19.9%이다. 50대를 잃은 통합당의 총선 선전 가능성은 당초 불가능했던 것이다.

세대는 늘 변한다. 40대 후반은 50대가 되고 50대 후반은 60대가 된다. 반면 세대 소속성은 잘 변하지 않는다. 운동권으로 분류됐던 386세대는 20년이 흘러 586세대가 되어도 진보적일 가능성이 크다. 50대 중후반까지도 학생운동과 사회운동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들이 볼 때 통합당은 선택할 만한 정당이 아니다.

통합당은 ‘영남 자민련’으로 쪼그라들었다. 50대를 잃었기 때문이다. 통합당 이념좌표, 인물, 메시지는 60대 이상에 맞춰져 있다. 현재 통합당으로는 한층 젊어진, 그리고 더 진보적인 50대를 설득할 수 없다. 그리고 쇄신, 변화, 재창당이 논의되고 있지만 50대가 귀환하기엔 여전히 미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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