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100억 탈세 혐의 무죄...검찰 항소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상속세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여러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그의 생부인 구본능 회장이 최대주주인 희성전자에 대해 자금 지원이 직·간접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사정기관은 희성그룹이 구광모 회장의 상속세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이 동원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 희성그룹 자금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LG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상속세 7161억 원 중 2018~2019년 두 차례에 걸쳐 2380억 원을 냈다. 재원은 대부분 LG 지분 6.62%의 주식담보대출이다. 앞으로 2023년까지 4차례에 걸쳐 5000억 원 정도를 내야 한다.

LG는 주당 배당금(보통주 기준)을 2017년 1300원, 2018년 2000원, 2019년 2200원 등 매년 올리고 있지만 구 회장이 1년에 1000억 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또다시 주식담보대출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주가가 많이 내려간 상태인 데다 이미 6.62%를 담보로 잡혀 있는 상황이라 무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따라서 남은 상속세를 추가로 납부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공격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희성전자의 자금 지원 ‘예의 주시’

재계와 사정당국 내에서는 그의 생부인 구본능 회장이 최대주주인 희성전자의 자금지원이 직·간접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본지는 [1353호-LG디스플레이 1.3조 적자에도 LCD사업 지속 까닭]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구광모 회장 승계자금 지원을 위해 희성그룹의 매출을 보전해 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사정당국도 이 부분을 심도 있게 살피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들어서는 희성그룹 조사를 범LG가로 확대하는 방안까지 고려되고 있다고 한다. 사정당국은 과거에 진행한 수사결과를 두고 석연찮다는 입장을 보인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2017년 야구 입찰비리 의혹과 관련해 회계감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야구위원회(총재 구본능, 이하 KBO)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당시 문체부는 일부 구단이 심판을 매수해 편파판정을 한 것과 KBO 일부 직원이 연루된 입찰비리 사건에 대한 감사를 벌였고 그 결과를 토대로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일각에서는 이 자금의 일부가 구본능 총재에게 흘러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구본능 총재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LG가 사실상 중국 국영기업인 화웨이와 거액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마무리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당시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 등은 화웨이 장비의 보안을 문제 삼아 반입을 금지했으며 우호국에도 화웨이와의 계약을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LG 계열사인 LG유플러스는 여론의 반대에도 화웨이의 5G 장비 도입을 선언해 네티즌의 비판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석연치 않은 점은 이뿐만 아니다. 희성전자가 2016년 5월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희성전자의 세무조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5년간의 자료를 종합 분석한 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조사에 나선 것이다. 국세청은 이례적으로 100여 명에 달하는 조사요원을 투입했다.

이는 희성그룹의 규모를 볼 때 상당히 많은 인원이 투입된 것으로 희성전자와 연결된 범LG가의 복잡한 자금 흐름을 추적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이후 진행된 세무조사에서는 LG총수 일가가 소유하고 있던 LG계열사 주식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100억 원대의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는 혐의로 검찰 고발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역시도 향후 진행된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당시 사건을 조사한 검찰과 국세청 관계자들은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과 국세청 내에서는 LG그룹이 통정매매(증권 거래에서 상장 회사의 임직원이 회사에 대한 정보를 특정인에게 알려줘 주식을 사거나 팔게 하는 일로 높은 상속·증여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의 거래가 많다. 따라서 증권거래법에서는 이를 금지하고 있다)를 하고 이를 은폐해 양도소득세를 포탈했다는 부분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희성그룹 탈세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구본능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무죄를 선고 받은 것을 두고 사정당국 내에서 여러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별세무조사를 진행한 국세청 조사 4국 내부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해석이 나왔다”고 전했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이 항소한 상태다.

“허위 사실이다”  재수사설 일축

LG그룹은 관련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LG의 한 관계자는 과거 진행한 KBO 감사와 구본능 회장 관련 의혹에 대해 “당시 KBO감사는 ‘중국 진출 사업 담당 팀장의 가족회사 낙찰을 위한 입찰비리’와 ‘일부 심판의 금전거래’에 대한 것이었다”며 “당시 전현직 담당 팀장, KBO관계자, 특정 구단과 심판이 수사를 받은 사안이지 당시 KBO총재인 구본능 회장은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따라서) 이 과정에서 구본능 당시 총재가 연관된 사실은 전혀 없으며 일부 자금이 흘러들어 갔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외압이 있었다는 개연성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화웨이와의 협력으로 수사가 마무리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화웨이와 LG는 2013년부터 협약을 맺고 있었다. 4G 장비 도입 때부터 함께했고 이를 기반으로 5G 장비를 도입해야 하는데 비용 대비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빨리 효과적인 파트너를 찾다 보니 화웨이와 협력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정기관 내에서 재수사설이 퍼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2019년 9월 서울중앙지법의 1심 재판은 ㈜LG 개인 주주들의 지분 매도 시 양도세 과소 신고 관련 법리에 대한 건으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다. 희성그룹 및 상속세 등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과세당국에 재원을 소명하면서 성실히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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