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수
장덕수 대표

개헌 빼고 뭐든지 맘대로 입법해도 막을 길 없는 참극을 자초한 미래통합당과 자칭 보수 세력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대권에만 정신 팔려 당내 라이벌 죽이는 공천과 무개념 무공약 무전략으로 21대 총선을 말아먹었다. 이제 또다시 잠재적 대권 주자들과 중진급 의원들이 앞다퉈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당을 개혁하자고 한다. 

 이들이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삼고초려라도 해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모셔야 한다고 떠드는 진짜 이유는 잠재적 대권주자들의 대권 구상과 당내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중진급 당선자들의 이해가 같기 때문이다. 

 잠재적 대권주자들은 대권 출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당을 수습하고 내년 대선 후보가 정해질 때까지 당을 대리 관리하는 적임자로 보는 것이고 중진급 의원들 역시 80대 고령의 김종인 위원장을 내세워야 기득권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황교안 대표도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김종인 선대위원장에게 당을 부탁했다고 한다. 

 미래통합당의 참극, 아니 더불어민주당의 초대박 대승은 ‘김종인 매직(magic)’이 끝났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실제 선거 현장에서 김종인 효과는 전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청년, 개혁 공천 떠들더니 정작 TV와 언론에 나오는 얼굴은 80세 노인, 노쇠정당 딱 그것이었다. 

 지금 미래통합당은 뜯어 고치는 보수가 아니라 허물고 새로 짓는 창업이 필요하다. 국민이 통합당을 지지하지 않은 이유는 김종인 선대위원장 말대로 ‘탄핵’ 이후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정부와 여당을 대신할 만한 비전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말로만 “회초리를 달게 받겠다” “국민 눈높이 정당으로” “재창당에 버금가는” 할 것이 아니라 단 한 번만이라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혁신과 창당을 해야 한다.

 통합당이 정말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래서 진정 국민이 다시 바라볼 수 있기를 원한다면 당을 대표하는, 비상대책위원장부터 80대 노인이 아니고 40대, 50대 아니 배현진 당선자 같은 30대에게 맡겨야 한다. 지금 3,40대는 모바일과 IT, 4차산업 세대다. 또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30~40대 대통령이나 수상들이 많다. 특히 선거에서 대패한 직후 젊은 신세대에게 당권, 대권 후보자를 내세워 반전시켰다. 

 미래통합당 지역구 당선자들 보면 30~40대가 10명, 50대 41명, 60대 이상이 29명이다. 당선자 중 절반(40명)이 초선이고 재선은 17명, 3선이상이 28명이다. 지금처럼 80대 고령인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비대위원이 되고 당대표가 된다면 다음 대선 역시 이번 총선과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40세로 G20 국가 중 가장 어린 나이에 대통령이 된 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 사회당 중진이었던 프랑수아 올랑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회당 후보가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올랑드 등 사회당 중진들이 자기 당 후보를 버리고 중도우파 및 중도좌파 유권자들에게 인기 있는 마크롱을 지지해 대선에서 승리한 것이다. 프랑수아 올랑드는 단지 후보만 바꾼 것이 아니다. 좌파중도 사회당이 추진해 온 좌파적 정책도 포기하고 마크롱의 중도우파 정책을 지지했다.  

 지금 통합당 잠재적 대선주자나 중진급 당선자들이 해야 할 일은 대선 플랜이나 기득권을 지키려고 아등바등해서는 안 된다. 망한 집에 부지깽이 들고 나올 생각말고 젊고 새로운 얼굴을 찾아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본격적인 시민운동을 전개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창립한 서경석 목사는 총선 직후 “태극기집회가 우파를 결집시킨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반면에 중도가 기겁을 하고 도망가게 만든 점도 있었다”면서 “더 과격하게 우파운동을 해야 이기는 것이 아니라 공감이 가는 운동방식으로 전환해야 이긴다”고 주장했다.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팔아 먹는 귀신정치로는 절대 대다수 국민과 공감할 수 없다. 의미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지금 미래통합당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 정도가 아니다. 공감을 뛰어넘는 파격과 변신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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