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패’ 미래통합당, 대선 후보 부재속 ‘위기감’ 고조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28년 만에 최고 투표율(66.2%)을 갈아 치운 21대 총선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합쳐 무려 180석의 의석수를 확보한 ‘공룡 정당’이 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개헌을 제외한 모든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절대 권력을 갖게 됐다. 반면 ‘보수 결집’을 부르짖던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을 합쳐도 103석 확보에 그치며 개헌 저지선을 겨우 사수하는 데 그쳤다. 이번 총선 결과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후보들 이상으로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그 주인공이다. 울산 선거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를 진행하던 윤 총장이 여당의 대승으로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퇴 압박’ 윤석열의 선택은
선거 당일에도 ‘정치적 중립’ 강조한 尹

윤석열 검찰총장은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조국 전 장관 가족 관련 비리 수사로 청와대·여권과 대립각을 세웠던 윤 총장은 울산시장 하명수사와 선거개입 의혹 수사로 범진보진영 ‘공공의 적’으로 등극했다. 진보진영은 박근혜 정부 시절 댓글 조작 사건 등을 수사하다 좌천된 ‘영웅’ 윤석열은 잊은 채 그를 ‘적폐검찰’로 몰아세웠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를 통해 윤 총장의 수족을 잘라냈고, 총선을 앞두고서는 장모와 아내 관련 비위 폭로가 잇달아 터지기도 했다.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일컬어지는 검사장이 등장하는 ‘검언유착’ 의혹까지 제기됐다. 윤 총장의 장모는 허위 잔고증명서 제작 혐의(사문서 위조)로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수호’를 외치던 야당이 참패하고 여당이 압승을 거두며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윤 총장의 사퇴를 거론했다.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공동대표 역시 선거 다음 날인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초동에 모였던 촛불 시민은 힘 모아 여의도에서 이제 당신의 거취를 묻고 있다”며 사실상 윤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우 공동대표는 “표창장 하나로 여러 대학 압수수색에, 굳이 청문회 시작하는 날 기소를 하고, 결국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에 앞장선 조국 장관 사퇴를 유도했을 때, 그는 씨-익 웃었을 것이다”라면서 “윤 총장이 지금까지 그 어느 역대 대통령도 검찰 개혁에 성공한 적이 없노라고. 더욱이 검찰 권력과는 기레기 언론이 찰싹 붙어있노라고. 청와대에 들이대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자신감 속 과유불급의 그가 놓친 것은 촛불 시민의 민심이자 저력이다”라며 “결국 서초동에 모였던 촛불 시민은 힘 모아 여의도에서 이제 당신의 거취를 묻고 있다. 그토록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당신, 이제 어찌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황운하 전 청장,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당선
‘피의자’ 수사 가능할까

윤 총장은 덤덤한 반응으로 할 일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16일 대검찰청 공공수사부 검사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정치적 중립’은 펜으로 쓸 때 잉크도 별로 안 드는 다섯 글자지만 현실에서 지키기가 어렵다”며 “국민들에게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어려운데,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검찰은 같은 날 라임자산운용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파견 근무 당시 라임 사태 무마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모 금융감독원 팀장을 체포했다. 또 캠프 관계자가 불법 문자메시지를 대량으로 발송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총선 전 13명이 기소된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해서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과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여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 전 장관 딸의 허위 인턴활동증명서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도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다. 이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힘을 실어주며 검찰이 쥔 칼자루를 뺏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 당선인의 경우 ‘윤 총장은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라고 공공연히 밝힌 바 있어 윤 총장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검찰개혁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뒤 사임했던 김웅 전 검사가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지만, 윤 총장에게 얼마나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당 단독 ‘탄핵’도 가능
임기 채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어

180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단독으로 윤 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 가결할 수 있다.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면 발의가 가능하다. 재적 과반수가 찬성하면 탄핵소추가 이뤄진다. 미래통합당이 반대해도 강행이 가능한 것이다. 다만 여당이 윤 총장을 탄핵하기 위해서는 위법을 저질렀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 장모의 사문서 위조 건은 윤 총장과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데다, 섣부른 탄핵은 검찰에 정치적 압박을 가한다는 비판 여론과 맞닥뜨릴 수 있다.
윤 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보수진영에서 영입 제의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미 윤 총장은 지난 1월 한 매체가 발표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0.8%의 지지를 얻으며 이낙연 전 총리(32.2%)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정치인도 아닌 윤 총장이 야당 대표를 제친 것은 충격적인 결과였다. 더군다나 미래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유력한 대선 주자를 대부분 잃었다. 황교안 전 대표는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심재철 원내대표 등 굵직한 후보들 역시 줄줄이 낙마했다. 현재 남아 있는 대선 주자는 5선의 정진석 의원과 원희룡 제주도 지사, 복당 이야기가 나오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정도다. 문제는 이러한 인물들이 국민에게 참신하지 않게 받아 들여 진다는 점이다. 또 대선 전까지 특별한 정치 이벤트가 없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길 기대하기도 어렵다. 미래통합당으로서는 중도 확장성과 강직한 검사 이미지, 대선주자급 인지도를 지닌 윤 총장이 최적의 후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 총장은 스스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은 인물이어서 미래통합당의 영입 제의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또 보수 진영에 발을 들일 경우 진보 측의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이 불 보듯 뻔 한 상황이라는 부담감도 있다. 과연 윤 총장은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그의 선택에 따라 2년 후로 다가온 2022년 대선 지형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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