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415 총선이 막을 내리면서 이제는 20223월 예정된 차기 대선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총선은 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끝나면서 정치 지형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민주당이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확보 의석을 합쳐 국회 전체 의석(300)5분의 3180석을 차지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총선 결과는 정국 주도권 뿐만 아니라 여야의 잠룡 구도도 재편시켰다. 민주당 압승이라는 총선 성적표에 따라 대선주자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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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권여당 총선승리 잠룡 경쟁 본격화, 이낙연 대세론 언제까지?
현재 비문잠룡 경쟁구도, ‘친문 부활3후보 부상가능성도

민주당의 잠룡 구도는 지난 대선 이후 정치적 여건 변화로 여러 차례 요동을 치며 혼돈을 겪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 당선된 이후에도 미래통합당에 비해 풍부한 대선주자군을 자랑하던 민주당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기 잠룡들의 수난사가 계속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20183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폭로에 휩싸였고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서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났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등에 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 입원사건과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등에 대해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친문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댓글조작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정치권에서는 안이박김(안희정·이재명·박원순 등) 숙청설이 돌기도 했다. 지난 20181019일 조원진 당시 대한애국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시중에 안이박김 숙청설이 회자되고 있다안희정·이재명을 날리고 박원순은 까불면 날린다는 말인데 소회가 어떤가라고 질의하기도 했다.

잠룡들의 개인사로 인해 여러 차례 혼돈을 겪은 끝에 지금은 친문 주자의 존재가 미미하고 대신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비문 주자 중심으로 경쟁 구도가 짜여 있다. 이 전 총리는 호남 대망론까지 등에 업고 대세론을 형성한 상태다. 이번 총선에서 호남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은 호남 대통령을 만들겠다면서 이낙연 마케팅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낙연, 대세론 공고화당내 장악력강화 나설 듯

이 전 총리는 이번 총선을 통해 대세론을 더욱 공고하게 굳힐 수 있게 됐다. 이 전 총리는 총선 기간 자신이 출마한 종로 뿐만 아니라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 곳곳 지역구 후보들 지원 유세를 펼치며 당내 입지를 다졌다.

총선 결과 민주당은 원내 180석이라는 거대 여당으로 등극했고, 이 전 총리는 강력한 라이벌인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의 대선 전초전에서 승리했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는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을 다수 배출한 곳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가장 큰 격전지인 종로에서 승리한 이 전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처럼 당권을 장악한 후 대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 전 총리의 대권 가도가 순탄하기만 할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이 전 총리는 친문 주류가 아니다.

민주당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친문 세력이 차기 주자로 이 전 총리를 최종적으로 낙점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 전 총리가 대선 레이스를 무난히 완주하려면 당 내 장악력을 키워 어떤 정치세력에게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입지를 다지는 것이 급선무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으로 이낙연 대세론을 굳혔다고 보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가족 비리 및 감찰 무마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아직까지는 자유로운 정치 행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친문 진영이 조 전 장관을 차기 주자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17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낙연 대세론이 굳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민주당의 총선 승리는 이 전 총리 때문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덕분이다조국 전 장관의 재판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적당한 시점에 조국은 언제든지 부활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재명, 이낙연 추격 양강구도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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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과 맞물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국을 거치면서 이낙연 전 총리를 추격하며 양강 구도를 형성하게 된 주자도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신천지에 강경 대응을 하고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이슈를 주도하며 지지율이 급등했다. 이 지사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자유로운 몸이 되면 대권주자로서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긴급재난지원금 문제 등 코로나19 정국에서 주도적으로 움직였다. 박 시장은 지난달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과 12개 지파 지파장을 살인죄, 상해죄 및 감염병 예방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직접 고발하겠다고 밝히며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치단체장들의 경우 원외 인사들이기 때문에 대선 레이스를 위해서는 당 내 장악력을 키우는게 급선무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와 박 시장이 총선 과정에서 자기 사람 심기로 세불리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보낸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친이재명, 친박원순계 인사들의 국회 입성 성적에 관심이 쏠렸다.

이번 총선에서 박 시장과 가까운 인사로 기동민(서울 성북을), 박홍근(서울 중랑을) 의원과 김원이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전남 목포), 윤준병 전 행정1부시장(전북 정읍·고창), 허영 전 비서실장(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천준호 전 비서실장(서울 강북갑) 10여명이 당선됐다. 이 지사와 가까운 인사로는 정성호(경기 양주), 김영진(경기 수원병), 김병욱(경기 분당을) 의원과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을 지낸 이규민 당선인(경기 안성) 등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김두관 ‘PK 대망론불씨살려, 김부겸은 낙선

이번 총선을 통해 가장 떠오른 인물은 김두관 의원이다. 참여정부 시절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김 의원은 대표적 친노 인사 중 한명이다. 김 의원은 민주당의 전략적 요충지인 경남 양산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양산을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곳이다.

김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지도부의 요청에 따라 지역구인 경기 김포갑을 떠나 양산을에 출마했다. 김 의원은 총선 기간 김영춘 의원(부산진갑)과 함께 부산·경남·울산 권역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PK 지역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김 의원은 201218대 대선 경선에 출마하기 위해 경남지사직을 내던진 이후 당내 입지가 축소됐었다. 그러나 이번에 경남 양산을에서 당선되면서 PK 주자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게 됐다.

김 의원은 당선 소감에서 이번 승리는 양산시민의 승리이고, 양산과 부··경 발전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선거운동 기간에 약속드렸던 공약 하나하나는 물론이고, 양산을 부··경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약속도 충실히 지켜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TK(대구경북) 대망론을 꿈꾸던 김부겸 의원은 대구 수성구갑 선거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후보에게 패배해 낙선, 대권 가도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김 의원은 총선 출마 출정식을 하며 총선을 넘어 대구를 부흥시키고, 지역주의 정치와 진영정치를 청산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확실히 개혁하는 길을 가겠다며 대선 출마까지 선언했지만 민심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김 의원이 향후 당권 도전을 통해 대선 출마 기회를 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종석김경수유시민 등 제3후보 부상 가능성

이와 함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여권 내에서 제3의 인물이 떠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총선 과정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잠룡 후보군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임 전 실장은 당초 서울 종로 출마를 검토했으나 돌연 지난해 11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통일운동에 전념하겠다며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총선 기간 전국을 누비며 민주당 후보 지원을 호소했다. 이 때문에 임 전 실장이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당내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유세전을 펼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임 전 실장은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총선 불출마 이유에 대해 “(종로 출마) 생각도 있었고, 다만 결정한 상태는 아니었다당시 여러 가지 상황을 봤고, ‘이번에는 좀 저축해둔다라는 생각도 있었다면서 향후 정치 재개 가능성을 내비쳤다.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재판 결과에 따라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여권 잠룡 중에는 유력한 친문 주자가 없는 상황이다. 조국 전 장관과 김 지사가 모두 재판을 받고 있어 정치적 행보가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김 지사가 드루킹 사건연루 의혹을 완전히 벗을 경우 민주당 대선구도는 친문 후보와 비문 후보 간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나아가 정치권을 떠나있는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역시 다음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이 쉽지 않거나 친문 후보가 부재할 경우 떠밀리듯 대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도 정치권에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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