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대 103 민주당 압승, 통합당 참패’ 4.15총선이 끝났다. 당초 미래통합당의 패배가 예상됐지만 이렇게 지리멸렬할지는 예상 밖이었다. 정치 전문가들은 여당 ‘150석  내외’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집권여당의 압승이었다. 사실상 개헌을 빼고 여당 단독으로 못할 게 없는 꿈의 숫자다. 

여당의 압승 배경으로 ‘코로나 정국’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틀린 분석은 아니지만 전적으로 동감하기는 힘들다. 왜냐면 오히려 코로나 정국이 여당에 불리할 수도 있는 변수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통합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보여준 ‘후안무치’적 행태와 그에 따른 쇄신 부족, 그리고 투명한 공천보다 사심 공천에 따른 ‘샤이 중도.보수층’의 분노의 투표 결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 통합당이 수권 정당으로서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아픈 대목이다. 

예를 들어보자. 황교안-김형오 공천에서 밀려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준표-김태호-권성동-윤상현 후보자는 대구, 경남, 강원, 인천에서 생환했다. 이는 경쟁력 있는 후보, 스타성 있는 후보에 대해서는 당이 공천을 했어야 한다는 반증이다. 다분히 ‘황교안 대망론 만들기’ 위한 싹 자르기 의혹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황 대표와 성대 선후배지간인 윤갑근(충북 청주상당,  낙선)-정우택(충북 청주 흥덕, 낙선) 공천은 막장 공천의 상징이 됐다. 정 의원은 청주상당의 국회의원인데 성대후배이자 친황계인 정치 신인 윤갑근 후보에게 밀려 사실상 컷오프 됐다. 하지만 정 의원은 ‘험지’를 명분으로 바로 옆 지역구에 전략공천돼 정치신인들을 공천 배제시키고 출마했다. 결과는 두 인사 모두 참패했다. 두석을 잃은 게 아니라 4석을 잃은 셈이다. 참패가 당연하다.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한결같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180석이 주는 국민들의 압박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지리멸렬해진 소수정당과 ‘협치’를 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180석의 슈퍼 정당이 얼마나 소수 야당에게 손을 내밀지는 몰라도 한 번 삐끗하면 표를 준 지지자들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할 것을 잘 알고 있는 발언이다. 

집권여당은 중앙 권력, 지방권력에 이어 의회 권력까지 ‘싹쓸이’했다. 국민들의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대목이다. 집권여당은 국정운영에 당연히 책임감을 갖고 임할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치러진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얻었을 때를 잘 알고 있다. 당시 ‘탄돌이 108명’이 들어와  참여정부를 비판하는 등 시끄럽자 친노 조기숙 교수는 초선 의원들을  ‘108번뇌’로 표현했다.

이런 경험은 향후 문재인 정부가 국정운영을 잘 못하더라도 당이 청와대에 쓴소리를 보내기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2년 후 대선이다. 친문들의 임기말 레임덕 방지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180여 명의 입법기관을 ‘원팀’이라는 구호 속에 숨죽여 있게 만드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그래서 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비록 야당이 다 합쳐 120석 정도지만 집권여당이 오만하거나 독주를 할 경우 가차 없이 견제구를 날려야 한다. 집권여당이 항상 옳을 순 없다. 잘못한  점을 철저하게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물론 문 정부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책은 화끈하게 밀어주고 거꾸로 이끄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있다. ‘선한 권력’은 없다. 고 리영희 교수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금언을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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