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금연 백신에 대한 임상 시험이 세계 처음으로 벨기에에서 시작됐다는 외신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영국의 한 백신제조업체가 개발한 이 백신은 담배의 니코틴 성분이 뇌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중독성을 갖지 않도록 해준다고 한다. 이 백신이 등장하면 담배와의 질긴 ‘악연’을 끊지 못해 고민 중인 수많은 금연 희망자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금연의 최대 관건은 본인의 의지인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현재 시판중인 각종 금연 보조제로는 어디까지나 ‘보조 역할’을 할 뿐 금연을 보장하지 못한다.전문가들은 흡연으로 인해 발생되는 수많은 질환에 대해 언급한다. 그중 흡연자가 성기능 장애에 걸리는 확률이 비흡연자보다 6배 이상 높다는 보고가 눈길을 끈다. 담배연기는 부부의 사랑도 날려버린다. 흡연은 각종 암과 심장 질환, 호흡기 질환 등과 직접 관련될 뿐만 아니라 남녀 모두에게 심각한 성기능 장애를 초래한다.남성의 경우 흡연은 발기 부전을 일으키는 최대의 주범이다.

발기력은 말초 혈관의 다발로 이뤄진 음경에 혈액이 얼마나 원활히 공급되느냐에 달려있다. 말초 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고개 숙인 남자’가 되기 쉽다.흡연은 말초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의 유입을 방해함으로써 발기의 강직도와 지속 시간을 떨어뜨린다. 장기간 담배를 피운 사람의 말초 혈관은 니코틴이 혈관 벽에 달라붙기 때문에 비흡연자에 비해 혈관벽이 두껍고 딱딱하며 많이 막혀있다.또 흡연자의 정자는 일반인에 비해 그 수가 적고 형태가 불규칙한데다 운동 능력도 떨어진다.여성 흡연도 성기능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여성흡연자의 경우 혈액 흐름이 방해를 받아 성적 흥분이나 질액 감소 등으로 ‘성적 무능력’ 상태가 생길 수 있다. 일찍 흡연을 시작한 여성 가운데 폐경기가 빠르거나 생리 불순과 생리통, 자궁내막염 등 생식기 질환자가 많이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많은 전문가는 흡연 원인과 습관, 유형 등에 따라 각자 적절한 금연법을 마련해 실천하면 담배를 끊기가 훨씬 쉬울 것이라고 조언한다.

△골초는 단계적 금연: 대부분의 흡연자는 어느 날 갑자기 담배를 딱 끊는 ‘단칼 금연법’을 시도한다. 그러나 대개 중도 포기하기 마련이며 성공률은 10%에도 못 미친다. 특히 하루 평균 한 갑 반 이상 피우는 ‘골초’에게 이런 금연법은 거의 통하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단계적 금연법’을 시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선 니코틴과 타르의 함량이 적은 담배로 바꿀 것. 이때 가장 주의할 점은 예전의 흡연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니코틴이 적다고 흡연량을 늘리면 안 된다. 또한 담배 연기를 깊숙이 들이마시지 말고, 담배를 필터 끝까지 피우지 말아야 한다. 이 상태로 2주 정도 지낸 뒤 본격 금연에 들어간다. 금단 증상은 금연 뒤 3∼10일 사이에 가장 심한데 니코틴 패치 등 금연 보조제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흡연 유발 환경에서 벗어나라: 금연에 성공하려면 흡연을 유도하는 환경 요소를 가려낸 뒤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예를 들어 커피를 마실 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면 커피 대신 녹차나 한방차 등 다른 음료를 마신다. 식사 뒤 포만감이 클 때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은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 술자리에서 담배를 많이 피운다면 금연 뒤 한 달간은 금주할 각오를 해야 한다.스트레스가 심할 때 담배를 많이 피우는 유형은 나름대로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5분간 자리에 앉아 심호흡을 반복하는 것도 좋다.이밖에 흡연 욕구를 자극하는 라이터와 재떨이 등을 치워버리고 텔레비전에 흡연 장면이 나오면 채널을 즉시 돌려버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젊은 여성과 청소년의 금연법: 흡연의 피해는 장기간 누적되면 커지기 때문에 최근 젊은 여성과 청소년층 흡연인구가 늘고 있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다.여성이 금연에 실패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비만 걱정. 담배의 니코틴 성분은 몸의 대사 활동을 촉진하고 식욕은 억제한다. 담배를 끊게 되면 이런 작용이 사라져 금연 전보다 체중이 2∼3kg정도가 늘어나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젊은 여성 흡연자는 금연시 반드시 다이어트를 병행해야 한다. 자제력이 부족한 청소년의 금연은 특히 힘들다.전문가들은 “막연하게 건강에 나쁘니까 안된다는 설교에 앞서 학교나 가정에서 ‘흡연은 약물 중독의 시작’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연에 도움이 되는 음식: 흡연 욕구가 강할 때는 시원한 홍차나 레몬을 넣은 얼음물을 마시면 도움이 된다. 또 입이 심심할 때는 해바라기씨나 땅콩 등을 먹으면 흡연욕구도 달랠 수 있고 각종 영양소를 섭취할 수도 있어 좋다.가급적 육류와 양념이 많이 든 음식을 피하고 잡곡 위주의 식사와 함께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사탕이나 초콜릿 등 고칼로리 음식은 피하고 다시마나 미역 줄기, 당근, 오이 등을 먹는 것도 바람직하다.담배 대신 껌을 씹는 사람도 있는데 자칫 초조감 등을 악화시켜 흡연 욕구를 높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민>
<자료제공: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가정의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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