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머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0.04.17. [뉴시스]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머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0.04.17. [뉴시스]

 

2015년 육군군사연구소가 발행한 군사연구 논문 ‘정유재란기 칠천량해전 패인 분석’이라는 논문 초록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정유재란은 예고된 전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준비를 한 일본과 달리 선조와 조선 조정의 전쟁 준비 부실, 수군 지휘체계에 대한 문제점과 원균의 통솔력 부족 등이 패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특히, 전쟁의 원칙 적용 측면에서 칠천량해전은 상하 간 의사소통의 결여로 인한 전략의 부재와 명확한 목표의 미설정, 적에 대한 정보수집 노력의 부족, 주간이동으로 인한 공격기도 노출과 격군 감소로 인한 함대의 기동력 저하, 경계소홀로 인한 적의 기습 허용, 군기 및 사기의 저하 등 총체적인 결함에 의해 발생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시 말해, 당시 조선은 조정과 군 모두 전쟁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지휘체계가 무너졌으며, 군을 이끄는 장수의 지도력이 현저히 결여됐다.

전략도 목표도 없었고, 적에 대한 정보수집을 게을리했다.

결국 군의 사기는 추락하고 원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일본군에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한 채 참패했다. 

미래통합당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집권여당과는 달리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저 정부의 실정만 부각해 반사이익만을 얻으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그마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가 삼켜버리자 더 이상 내놓을 카드가 없었다. 

정체불명의 인물을 선대위원장에 앉히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은 여기저기서 터졌고 당 대표의 말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여도 시원찮은 마당에 통합당 공천위원장을 비롯해 미래한국당 대표와 공천위원장은 자기정치를 고집했다.

결과적으로 당의 위계질서는 무너졌다.

정권심판이라는 것 외에 이렇다 할 전략도 없었다.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원내 다수당이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청사진이 사라졌다. 

민주당에 대한 정보도 턱없이 부족했다. 되레 민주당이 파놓은 프레임에 말려들었다.  

게다가 막판에 터진 일부 후보들의 막말은 결정타였다. 

상황이 이러니 지역구 후보들의 사기는 떨어질대로 어졌다. 패배의식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참패는 당연했다.

버스가 지나간 후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나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민주 국가에서는 건강한 야당이 있어야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다들 103석으로는 할 수 있는 게 개헌 저지 말고는 없다며 자포자기하는 모습들이다. 

칠천량해전에서는 참패했으나 이순신 장군에게는 12척의 전선이 남아있었다. 

그 12척으로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전에서 133척의 일본군을 물리쳤다.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기적적인 승리였다. 

수에서 열세였던 이순신 장군은 지략을 썼다. 넓은 바다에서 싸우는 것을 피하고 적을 좁은 해협으로 유인한 것이다. 

그 점에서 명량은 최적지였다. 좁은 해협인 명량은 넓은 바다에서 좁은 협곡으로 조류가 흐를 때 물살이 세지고 바닥에 암초로 파도가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 

이순신 장군은 이 점을 이용한 것이다.   

통합당도 의석 수에서는 민주당에 크게 뒤지지만 이순신 장군 같은 지도자를 찾아내고 그와 더불어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정신으로 무장한다면 희망이 있다. 

103 명밖에 없다라는 생각 말고, 아직 103명의 의원이 있다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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